대충 꼬장꼬장한 후리스 두르고 집 밖에 사민이 코를 훌쩍거렸다. 집에 계속 있다가는 휴가철에 친구 없이 집에서만 빈둥거리는 불효녀가 될 것 같았기에 급히 집 밖을 나서기는 했다. ...춥다. 더워서 반팔 입고 다닌게 고작 한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중간이 없는지. 슬리퍼 질질 끌며 겨우 교보 문구 안 쪽으로 투신했다. 교보문구는 난방도 잘되어있고 구경거리도 많았다.
사민은 슬라임 코너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섰다. 양 옆에 초중등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렸지만 사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켜라, 슬라임은 어른만이 살 수 있는 장난감이란 말이다. 사민은 주섬주섬 손을 뻗어 할로윈 에디션 마녀의 호박주스-무엇을 벤치마킹했는지는 확실히 알겠다-를 살펴보았다.가격대도 보아라. 하나에 8000원이 넘어간다. 어른의 자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품... 흐흐흐, 사민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어른의 자본력이 이렇게 무섭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항상 이제 넌 어른이야. 같은 소리를 듣기는 해도, 막상 자신이 어른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거대로 뭔가 싫은 기분이 들고... 사람 생각이란 역시 알기 어려웠다. 장난스레 툭 뱉는 모습에 한숨 한 번 깊게 쉬고는 "내게는 상당히 끔찍한 일이거든." 이라며 단정지었다.
"그러니까 담배 좀 줄여. 안 피면 더 좋겠지만."
담배갑을 보면 크게 구겨지거나 하지도 않은 것이 근시일 내에 산 것 같은데, 그 많고 독한 담배를 근시일 내에 피워버렸다는 것은 애쉬가 꽤나 골초라는 것이겠지. "이렇게 계속 피면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될지도 몰라." 라며 잔소리에 가까운 농담을 던졌다. 그 속에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 채로.
"나도 어려운데 애쉬야 오죽할까. 양가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드물 거야."
어렸을 때부터 담배냄새를 맑은 공기보다 더 자주 접하다보면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저기 골목길을 들어가도, 거리로 나서도, 누굴 만나도 온통 담배냄새. 주변에서 다들 담배를 피우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도 피게 된 것이지, 그는 좋아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끊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안 피는 것은 가능해도 끊는 것은 절대로 못 할 것 같았다.
"영화에서. 이런 장면 많아."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태연하게 답했다.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이런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나? 애쉬가 말을 하지 않아도 어쩐지 눈빛만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아서, 조금 투덜거리고 싶어졌다. 굳이 그런게 아니더라도 이런건 꽤나 익숙한 건데. 뭐라 할까 하다가 연초에 불이 옮겨붙자 좋은 생각이 났는지 혼자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혹시 이상한 거 생각했어?"
또 장난기가 돌아버렸다. 못된 버릇인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걸. "그냥 불을 붙이는 것 뿐인데, 아니야?" 라며 애쉬를 빠안히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다가 눈웃음 치는 애쉬를 보고는 숨을 가볍게 들이쉬었다가, 옆으로 천천히 연기를 내뱉는다.
Prelude. 마지막에 홍보를 하고 슬며시 사라짐. Case 1.별 다른 거 없이 그냥 카페에서 기계 목소리로 전화해서 정보를 알려줌. 당연히 카페 일을 하면서 했기에 허겁지겁 모드 Case 2.음료 배달 홨더니 갑자기 사건이 발생. 허겁지겁 카페로 내려가서 또 정보통 노릇 Case 3.소라의 전화를 듣고 한번 가볼까 해서 콘서트장에 등장. 허나 또 사건이 발생하고 졸지에 사람들 사이에 치이는 와중에 검색한다고 고생.
>>7 하아. 그의 입술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입술은 이내 꾹 닫히더니 잠시 움찔거릴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대신 그의 눈가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물은 뺨을 타고, 턱으로 내려와, 바닥으로 조금씩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소리내어 슬퍼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조용히 눈물만을 흘리며 슬픔을 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