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자신을 높게 평해주는 듯한 그의 말에 그는 그쯤하라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손으로 제스쳐를 취했다. 그저 정면에서 듣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말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조금 무안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건 그만해도 된다는 듯 괜히 제스쳐를 이어나가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겠습니다. ...안 그래도 지하철 사건 때 여러분들의 행동페턴이 보고서로 나왔기 때문에..."
눈앞의 그는 어떠했던가. 폭주한 익스퍼를 진정시키겠다고 대화를 걸고 설득을 시도하던 이가 아니던가. 적어도 예성은 그 행동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면 이전 연우가 말했던 것과 비슷하게 마냥 좋은 선택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허나 그렇게 하는 경찰도 있기에, 균형이 맞고 치안이 지켜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예성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동환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는 다 먹었으니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일단 자신은 다 먹은만큼 조용히 자리를 지킬 생각인지 예성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핸드폰이 울려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아주 짧은 시간을 지키며 예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
>>963 달달한 거 좋아하는 사민이... 너무 이미지랑 찰떡이고 잘 어울리는 거 있죠....(주관적) 언뜻 주변에 쉽게 휘둘리는 성싶지만 막진단에서 너클 끼우는 것도 너무나도 갭모에라...지친 사람 가령 신주의 마음을 마치 달래주는 포상과 같은 거 같읍니다.......
과연 어른일까? 그도 가끔 애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금 보이는 행동도 어른스럽고 싶다기엔 거리가 멀어 그는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토라진 척 하고 자신이 어른이라 주장하는 청년은 역시 편지 속 글자로도 표정이 다 읽혔던 꼬마가 맞다. 그는 "별로 안 끔찍하니 걱정 말지?" 하고 장난스럽게 툭 뱉었다. 배우자 앞에서 아가라 불려도 그날 불리는 애칭이 늘 뿐이다. 물론 장난기가 심하다면 애칭이 아니라 보기 좋은 놀림감이 되겠지만.
"어머, 피부 상하는 건 싫은데."
그 이전에 눈 감아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연초 태우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도 참 뻔뻔하다. 남편 곁 따라가고 싶어 총기자살을 시도했다 동생에게 가로막힌게 1년 전이다. 차라리 폐라도 썩어 당신 곁으로 가면 좋을 텐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깊은 생각을 뒤로 그는 흐려져가는 연기를 봤다.
"요즘 애들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니까."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공감이 간다. 그도 학창시절 이런 건 나쁘니 피우지 말아야 한다 생각했고, 끔찍하니 하기 싫다고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잘 피웠다. 연달아 두개비씩 피우는 일이 더 잦았다. 수년간 담배 끊어야지, 하고 생각해놓고 실천도 안 했다. 그와 니코틴은 평생 함께 해야하는 존재였다. 직장인의 필수 영양소는 ANC라 하지 않나.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그는 이 셋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사회의 종잇장중 하나였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금빛 눈동자가 일순 여러 감정을 담다 차분히 가라앉았다. 어린 것이 벌써 발랑 까졌다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불 없다고 이렇게 맞붙일 생각 하는 내가 돌았지. "하여튼 요즘 애들은." 그는 허리를 숙이곤 고개를 기울이려 했다. 느슨하게 올려묶었던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내려오자 그는 눈을 감았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 그 뒤에 할 말은 연초가 모두 막아버렸으니 다행이다.
연초와 연초 끝이 맞닿는다고 해서 바로 불이 붙는건 아니었다. 필터 끝을 물고 빨아들이자 그제야 불 옮겨붙어 끄트머리 타들어간다. 흰 연기 머금고 입 사이로 알아서 퍼지게 내버려두며 금빛 눈 슬쩍 치켜뜨는 듯 싶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살살 눈웃음 친다. 떼쓰던 어린아이 보는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