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나중에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없을 땐 주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니까요."
인터넷에 치면 아마 여러 업체가 나올테니 잘 비교분석해서 골라보라고 이야기를 하며 예성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물론 자신은 그런 사이트를 이용해본적은 없었으나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라고 그는 지리짐작했다. 설사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계자와 전화라도 하면서, 혹은 문의를 하면서 하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었으니까. 문뜩 자신도 한번 그런 주문제작을 해서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을 하면서 예성은 오른손으로 턱을 잡고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른손을 턱에서 때어냈다.
"옷이라."
어떤 옷이 어울릴 것 같은지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을 하던 예성은 음- 소리를 내면서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만히 바라봤다. 무슨 옷이 어울릴 것 같냐는 물음은 아주 간단할지도 모르나, 그 답을 내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예성은 동환을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산뜻한 분위기의 옷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바바리 코트라던가 그런 것도 좋을 것 같고. 혹은 니트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좀 밝은 색으로 말이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예성은 머릿속으로 그런 옷을 입은 동환을 가만히 바라봤다. 비록 몸은 크고 덩치가 클지도 모르지만 그것에 배해서 그는 꽤 순한 느낌이었다. 물론 화가 나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평소의 모습은 상당히 순둥이라고 생각하기에 예성은 오히려 그런 쪽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않나 판단하며 미소를 작게 지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를 두고 이야기한 것이었기에 상대의 취향 여부에 따라선 서로 민망해지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는만큼 상대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에 예성은 작게 안도했다. 바바리 코트를 좋아한다는 그 말에 예성은 절로 동환이 바바리 코트를 입는 모습을 떠올렸다. 확실히 덩치가 크니 잘 어룰릴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 예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언제 새 바바리 코트를 사서 입으시면 사진이라도 한 장 볼 수 있을까요? ...그냥,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물론 거절하셔도 됩니다."
분명하게 거절해도 좋다는 말을 하면서 예성은 외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여러 색의 외투를 바라보며 예성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번엔 자신이 동환에게 물어보았다.
"저는 외투를 하나 사러 왔는데 어떤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까?"
물론 그것으로 꼭 산다는 법은 아니었으나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예성은 답을 기다리며 다시 고개를 올려 동환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인 알데바란.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애쉬를 놀리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애쉬 안에서 나는 대체 얼마나 어린 거야."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어째 말투가 조금 토라진 듯 했다. 그야 자신은 이제 어른인데 아직까지 애 취급을 하고 있었으니까. 애쉬가 자신과 펜팔을 할 때 자신은 굉장히 어린 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없긴 했지만. 이제 애쉬랑 펜팔하던 과자 좋아하던 꼬마는 구름과자 좋아하는 으른으로 바뀌었습니다. 불만 있습니까 애쉬?
혼잣말에 속으로 이런저런 투덜거림을 하다보니 어느새 애쉬가 꺼낸 담배에 조금 놀란다. 말보로 레드.. 독한 거 피우는구나. 그는 조금 망설이는 손길로 담배 한개비를 집어들며 "이런 거 피우면 오래 못 살아 애쉬." 같은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슬쩍 했을까. 자신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이는 아니었기에 이런 독한 담배는 조금 꺼려지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얻어피는 입장에서. 비싼 담배 한개비 나눠준 것에 대해 감사하지는 못 할 망정 불평을 할 정도로 상식없는 인간은 아니었다.
"...불도 없는데."
문득 든 생각에 멈칫거리다가 애쉬를 빤히 바라보았다. 불도 빌려달라는 눈빛... 염치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답이다.
전혀 생각도 못한 색에 예성은 고개를 괜히 갸웃했다. 남색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청록색이 나올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자신에게 그런 색이 어울리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괜히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래도 추천을 해줬으니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며 예성은 청록색 외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거란 말이죠?"
그다지 입어보지 못한 색이었기에 조금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추천을 해줬으니라는 느낌으로 예성은 직원에게 문의해서 그 색으로 사이즈가 맞는 옷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이내 사이즈가 있다는 말과 함께 안 쪽에서 옷걸이와 함께 외투가 나오자 예성은 그 외투를 조심스럽게 걸치면서 거울을 가만히 바라봤다.
확실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구심을 가득 품으며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예성은 일단 외투를 벗은 후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시 동환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저는 이 옷으로 해보겠습니다. 기껏 추천해주셨으니... 다른 사람 쪽에서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면 한 벌 더 구입하면 되는 거니까요. 안 그래도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의 멤버가 되면서 월급도 높아졌으니."
생명수당이나 기타수당이 조금 더 합쳐져서 월급이 더 오른만큼 이 정도는 무난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예성은 일단 그것으로 해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물론 정말로 엉망인 것이라면 재고해보겠으나 그 정도가 아니면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예성은 생각했다. 물론 이게 정말로 어울릴지는 또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나중에 가족에게 보여준 후에 잘 어울리는지를 확실하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카드를 꺼낸 후에, 옷을 결제했다. 커다란 종이가방에 확실하게 집어넣고 그 종이가방을 직원에게 카드와 함께 받으면서 예성은 지갑 속에 카드를 쏙 집어넣었다.
"...일정 말인가요? 아니요. 딱히."
자신의 일정을 묻는 그의 물음에 예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그냥 외투나 한 벌 사러 나와볼까 싶어서 여기로 온 것이지. 그 이후의 일정이 따로 잡혀있는 것은 아니었다. 별 일이 없으면 그냥 적당히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자신에게 그렇게 물은 동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는 동환 씨는 어떻습니까? 바쁘신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물론 딱히 그런 것은 없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옷을 찾으러 간다고 했지만, 주문제작을 하겠다고 이야기가 바뀌었으니까. 그래도 기왕 질문이 왔으니 자신도 질문을 돌려주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하며 예성은 그렇게 질문을 돌려주면서 답을 기다렸다.
딱히 뒤의 일정은 없었기에 같이 식사를 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그의 몸이었다. 졸지에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반 쯤 걱정을 하면서 예성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동환을 빤히 바라봤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의 고민이었다. 기왕 권했는데 나쁠 건 없겠거니 생각을 하며 이어 예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만, 맛있는 가게...라고 하셨는데 어떤 가게입니까?"
일단 그가 말하는 맛있는 가게가 어떤 것인지 정도는 궁금하다는 듯, 예성은 그렇게 질문을 하면서 이 근처에 식당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잠시 떠올렸다. 확실히 이것저것 많이 있었으니 어디로 가도 크게 손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이어 상관없다는 듯이 미소를 작게 지었다.
"그렇다면 식사 정도는 같이 하도록 하죠. 그렇게까지 말씀하셨으니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그가 말한 맛있는 식당. 거기다가 배가 출출하다고 하니, 적당히 이상한 곳으로 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안내를 받을 생각으로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그가 앞으로 걸어간다면 그 옆이나 뒤로 천천히 따라서 걸어갈 예정이었다.
"아. 고기집이라면 거절하겠습니다. 기왕 새 옷을 샀는데 냄새가 배겨버리면 곤란하니까요."
문뜩 한 가지 문제점을 떠올리며 그는 그것만은 피해달라는 듯 이야기를 했다. 기껏 새 옷을 샀는데 냄새가 벌써부터 남아버리면 아무래도 조금 속상할 것 같았기에.
설명을 듣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가게 같은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예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곳이라면 자신도 알고 있는만큼 어쩌면 서로 아는 공통된 가게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일단 따라가보기로 했다. 허나 그렇게 걸어가는 와중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예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례되는 행동이 아닌가. 적어도 자신은 상관없지만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서커스 사람이니 세력다툼이니 뭐니. 참으로 있는대로 지껄이는 이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경찰 수첩을 꺼내는게 좋을까 생각이 잠시. 허나 괜히 일이 더 커지고 복잡해질 거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저 가볍게 무시하기로 하며, 도착한 가게를 바라보며 예성은 우선 먼저 들어섰다. 확실히 여기라면 냄새가 배길 일은 없을테니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며 예성은 가만히 메뉴를 바라봤다.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런 것은 정해진 메뉴를 먹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며 가장 무난하게 치즈와 양상추, 피클, 그리고 스테이크가 들어가있는 것을 주문하며 예성은 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이어 동환이 결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며 예성은 넌지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쁘지 않네요. 이런 곳이라면 다음에 가족과 먹어도 좋을 것 같고. 지나가면서 보긴 했는데, 직접 오기는 힘들기도 했고. 좋은 곳 추천 감사해요."
확실하게 감사 표시를 하며 예성은 이내 나오는 샌드위치를 받아든 후에 비어있는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물건을 받으면 여기로 오라는 듯, 가볍게 손짓을 하며 그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예성은 잠시 핸드폰을 체크했다.
>>895 ㅋㅋㅋㅋㅋㅋ 회식이라니! 노래방 회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님) 확실히 지금 단계에서는 따로 둘이서 술을 먹거나 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자고로 상판에선 일상을 돌리고자 하면 어떻게든 돌아가는 법이니 사민주도 누군가와 그 일상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속닥)
>>896 시도하는 것은 자유지만 먹힐지는 또 별개인지라. 즈어는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