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휴가를 맞아 할 수 있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쇼핑을 한다던가. 혹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던가. 그도 아니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후 세 시까지 늘어져라 낮잠을 잔다던가.
또는, 애견 카페에 간다던가.
그녀는 둘 중 어느 한 쪽을 굳이 꼽으라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에 속했으며, 사실 동물이라면 대부분 좋아했다. 그런 점에서 작고 귀여운 소형견부터 크고 귀여운 대형견까지 전부 모여 있는 애견 카페는 그녀에게 있어 최적의 장소였다. 귀여운 강아지들에게 둘러싸여 간식을 나눠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자택에서 버스로 이십여 분 정도 가야 나오는 애견 카페는 거리도 거리거니와 요즘은 일이 바빠 자주 가지 못했지만, 일주일 휴가 앞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그녀가 놓칠 리 없었다. 복슬하고 푹신한 털을 쓰다듬으며 힐링도 받고 생각도 정리할 겸 그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래, 월급 다 뭐 좋다고 모으는 것이겠는가. 이런 날 강아지들 간식이나 지르려고 일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직장 상사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여기서는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못 본 척 지나가는 게 예의인 건가? 하지만 어차피 목적지가 여기인 이상 다시 백스텝을 밟아 나가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그럼 뭐 어쩌겠는가, 말을 걸어야지.
"안녕하세요, 차 경위님! 이런 데서 다 보네요?"
/상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소동물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생각나서 우선 이렇게 잡았는데 만약 캐릭터성에 어긋난다고 하면 바로 말해주길 바라(*/ω\*)
최근 일어나는 사건들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딱 좋은 것들 뿐이었다. 싱크홀, 지하철 폭주, 그걸로도 모자라 콘서트 대형 테러 사건. 위그드라실이 결성되고 난 이후, 정말 스케일이 큰 사건만 마주했다고 생각하며 예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매니저였던 그 역시 '신'을 거론했다는 것이었다. 앞의 두 사건과 완전히 같은 케이스였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신 개조의 흔적이나, 거짓말 탐지기에 잡히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대체 그놈의 '신'은 무엇인지. 허나 그런 복잡한 생각은 잠시 잊기로 했다. 모처럼의 휴가니까.
이 휴가 날,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그는 청해시에 위치한 애견카페로 향했다. 요 근래 계속 일을 한다고 바쁜 나날을 보냈으니 오늘은 귀여운 애견들을 보며 힐링하고자 함이었다. 작은 동물을 좋아하는 그에게 있어 애견카페나 고양이 카페는 그야말로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을 열자 들리는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하기 충분했다.
입장한 후, 바닐라 라떼와 강아지 간식을 주문한 그는 물건을 받자마자 바로 테이블에 앉았고 라떼를 내려놓았다. 우선 강아지에게 간식을 나눠주려는 듯, 간식이 들어있는 포장지를 뜯자 작은 강아지들이 우르르 예성에게 몰려왔다. 한 입 달라는 듯이 애교를 부리는 이도 있었고, 낑낑 거리는 이도 있었고 마치 프로펠러처럼 꼬리를 빠르게 흔드는 강아지도 있었다.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며 예성은 자리에 앉은 후, 자신에게 다가온 이들에게 조금씩 간식을 떼서 나눠줬다.
그 순간이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어라? 하는 마음으로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자 역시나 낯익은 이가 있었다.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의 대원이기도 한 케이시의 모습에 예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설마 여기서 직장 동료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낸 예성은 케이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여기서 직장 동료를 볼 줄은 몰랐는데. ...어. 강아지 보러 오신 겁니까?"
스스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물음이었다. 그야 애견카페에 강아지를 보러 오지. 직원과 수다 떨려고 오는 이는 잘 없지 않겠는가. 스스로도 참 이상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며 괜히 헛기침 소리를 내던 예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휴가... 잘 즐기고 계십니까?"
/전혀 캐붕이 아니에요! 예성이라면 이런 곳도 자주 가니까요! 휴가라면 안 갈 수가 없겠죠!! 아무튼 샤워와 함께 답레를 가지고 오면서 갱신이에요!
자캐가_살아있는_생선을_손질한다면 > 아 이거..애조씨 살아있는 생선 장갑 끼고 딱 잡는데 퍼덕거려서 아악 비명 지르고 칼 놓칠뻔 하고..그런게 떠오르네. 이제 맘 잡고 기절시키려 하는데 때려도 애가 기절 안 되고 퍼덕거리니까 "어떡해요..애가 기절도 안 해.." 하고 반쯤 우는데 손은 계속 칼등으로 생선 머리 세게 때리고 있음..눈 한번 크게 패서 물고기 퍼더덕거림.. 결국 심호흡 크게 하고 칼로 목 댕겅! 하고 내리쳐서 보내주지 않을까... 다시는 생선 요리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편지를_받은_자캐의_모습 > 응애 알데에게 펜팔이 왔던 시절! 애조씨의 삶의 낙이었다.😎 편지가 오면 기뻐서 읽어보지 않을까? 이번엔 어떤 과자를 보내줄까 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할 것 같아.
차 경위님이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라고 덧붙이려던 그녀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굳이 강아지가 아니어도 셀린을 대하는 태도로 미루어 보아 상대는 의외로 동물을 좋아하는 편일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일면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어쩐지 귀여운걸? 강아지를 좋아하는 차 경위님이라니.
"저야 뭐, 별 특별한 건 없죠. 아, 내일쯤 해서 잠깐 본가에 내려갔다 올까 생각 중이긴 해요."
어찌 되었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제법 길었으니 모처럼 부모님과 동생의 얼굴을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카웃된 이후로는 제법 바빠 한동안 간간히 연락만 하는 정도였다. 하루 정도 자고 오면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시겠지.
"그나저나, 여기 강아지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 전 작은 강아지들이 그렇게 귀엽더라구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잊지 않고 간식 값까지 지불한 그녀는 곧 예성의 옆 테이블에 앉아 간식 봉지를 뜯었다. 뭐 뜯는 소리만큼은 귀신같이 알아듣는 강아지 몇 마리가 이쪽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간식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아, 역시 오길 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