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이 말을 머뭇거리자 유민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라고 이야기를 했고 잠시 고민을 하던 신영은 망설이는듯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밴드를 살며시 떼어냈다. 거기엔 뭔가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한 상처가 살짝 남아있었다.
"그게 3일 전 일이었어요. 뮤지는 뭔가 펜던트에 상당히 민감해서... 기분에 따라서 같은 디자인이지만 다른 것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이전에 방송 스케쥴이 끝나고 늦은 시간이었는데 같은 디자인의 새 귀걸이를 하고 싶다고 사오라고 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내일 사오겠다고 했는데 바로 귀걸이를 집어던져서... 그때 살짝 스쳐서 베인 자국이에요."
"그리고 딱히 펜던트가 다른 이의 손를 타거나 한 적은 없어요. 물론 구입할 때 물건을 파는 매장 주인이 저에게 줄 때 닿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없어요. 다른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것은 또 안하거든요. 절대로. 아주 난리가 나요."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이 신영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연우> "그냥 이것저것 조사를 했을 뿐이야. 처음에는 익스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이런저런 기기를 이용해서 요원들이 하나씩 가서 실험을 했지. 그리고 도파민을 크게 분비시켜서 노래에 푹 빠지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이야."
어디까지나 익스파를 어디에 쓰는지도 알아야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태윤은 무덤덤하게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 물음이 지금 사건 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지?"
<화연> 피해자의 몸 상태를 살펴보긴 했으나 역시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물론 엄지손가락의 손톱이 자라는 부분에 붉은색 자국이 남아있었고, 그것은 마치 인장 자국과 비슷해보였다. 허나 신기한 것은 엄지손가락에는 인장자국이 정말 깔끔하게 남아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내려고 해도 당일인만큼 조금은 흔적이 남기 마련인만큼 마치 흡수라도 된 것마냥, 혹은 단번에 닦인 것마냥 엄지손가락 자체에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숨을 쉬기 어려워하면서 고통스러워했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 반점이나 특별한 자국 같은 것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바늘에 찔린듯한 흔적조차도 전혀.
호흡이 힘들어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혹은 마비 증상이라도 온 것인지 근육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도 특징이었다.
<케이시> "...하아. 하아. 하아."
의식이 분명히 있어보였으나 여전히 숨을 쉬기 힘든지 피해자 여성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시가 익스파를 사용하긴 했어도 크게 효력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허나 고통이 아주 조금은 줄어들었는지 숨을 쉬는 모습이 아주 약간은 편안한 느낌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었다. 외부에 딱히 상처가 없는 것을 보면 내부가 약간 손상된 부분이 회복이 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피해자는 케이시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다.
"잘 모르겠어요. 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벤트로, 그러니까 TV에서 본 적 있던 매니저님이... 뮤지를 위한 선물이라고 하면서 엄진손가락을 인장에 찍어서 도화지에 찍은 것을 모아서 뮤지의 얼굴 형태를 만든다고... 그래서 일부러 참가하고... 뮤지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오고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하아. 하아.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숨쉬기가 어려워요. 쿨럭. 쿨럭."
정말로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핑도는 모습을 보이며 여성 피해자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거친 기침소리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바라보며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런데..인장 안 닦았는데.. 언니가 닦았어요?"
<신> "이번 공연 힘내라는 말하고 다 끝난 후에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말. 약간의 주의사항. 그러니까 팬들에게 필요 이상의 서비스는 하지 마라. 뭐 그런 자잘한 내용이요."
신의 물음에 나온 말들은 딱히 수상할 것이 없는 그저 공연 전 매니저가 아이돌에게 할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말도 딱히 막힘없이 신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건을 사고 인수하는 것이 어디 한두개겠나요? 아이돌에게 필요한 물건이 한두개가 아니니 그렇게 물어도 뭐라고 할 수가 없군요. 그 중에는 회사 기밀에 접촉하는 것도 있으니 전부 다 자세하게 말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엑세서리나 옷을 많이 사긴 했습니다. 그 외에 공연이나 이벤트에 필요한 물건들도 여럿 있긴 한데 그건 제가 전부 관리하고 있고 제가 직접 구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수상한 물건이 들어오는 일도 없고요."
-확실히 말해두는데 내 정체는 비밀이야. 요원들중에는 그런 비밀엄수를 지켜야 하는 이들도 있어. 포기하시지.
신호의 말이 끝나자 프로키온 역시 자신의 본명은 알 것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사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뮤지씨...를 만나서 조사하는 건... 다른 분들께 맡기고 나는 이만 다른 조사를 해보실까. 호호호........ 사민은 입을 꾹 다물고는 "이 일은 비밀로 할게요."라고 덧붙였다. 사민의 짧은 생각으로는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는 정보였기 때문에, 사민은 입을 고개를 기울였다. 일단 스탭실은 여기까지만 할까.
"협조 감사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장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이고, 인장 자국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하는 걸 봐서는 독이 산회되었을지도 모른다. 과학에는 조예가 깊지 않은 탓에 결과를 기다려야하겠지만... 일단은 대기실로 가볼까. 사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뮤지의 대기실이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