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미요루에게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미요루는 당연히 사야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친구로서, 자신의 친구가 다른 친구를 사귀고 싶어할 때 도움을 주는 것도 그런 당연한 일들 중 하나였다. 사야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에 너무 얽매여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을 잃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유연'이라는 키워드에서 궁도의 사법팔절을 도출해낸 사야가 눈을 빛내며 한 열두 번은 들은 것 같은 이야기를 신이 나서 쏟아놓기 시작하자 미요루는 실소했다.
사실 방금도 유연함을 예로 들면서 궁도 이야기를 꺼내려 했는데, 궁도 이야기를 꺼내면 이렇게 궁도 이야기로 전력돌진해버릴까 봐 일부러 넣어두었던 것이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사야는 다시 궁도 이야기를 꺼내어오는 것이다. 사야가 어찌나 활 이야기를 즐겨하는지, 미요루도 이제 궁도 이론으로만 따지면 어지간한 궁도부원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 지경이었다.
"-너한테 필요한 건 그 바깥 단계의 유연함이지만. 급할 필요는 없겠지."
뭐, 이대로도 딱히 불행하지 않다고 하면 나름대로 괜찮지 않으려나, 하고 미요루는 생각했다.
"맞아. 느긋하게 힘을 풀고... 상대방이 있을 자리를 내어주는 거야. 친밀함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야.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어."
메뉴판을 집어들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 적어도 나는 계속 사야와 같이 있고 싶으니까. -뭐라도 한 잔씩 시키자. 내가 살게."
"아니아니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요!" 태생이 소심한 지하는 가을의 제안에 기겁을 한다. 사실 이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아직 마법소녀들을 같은 동료가 아닌 우러러볼 대상으로 보고 있는 지하 입장에서는 아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냥 별다른 능력도 없이 움직이는 종이인형일 뿐인걸요...! 작은 선물이니까! 신경 안써주셔도 되는 거에요!" "그리고... 봉인 어려울 거 같은 엑시트가 있으면 연락 할게요! 혹시나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해주세요...!" 떠나가는 가을을 바라보던 지하는, 이내 남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카페인맛 꿈은 씁쓸한 법이지만, 새로운 마법소녀와의 만남은 분명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카페인과는 반대로 달콤한 현실과 함께, 지하는 받은 번호를 바라보면서 소리 죽여 엄청난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날, 옛 추억을 가다듬는 재회, 해후를 맞이하였고 이윽고 그 끝을 고했습니다. 우연을 가정한 운명인 걸까요? 어찌 되었든 비안카는 다시금 초목이 무성한 환경을 뒤로하고 한산하여 사람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서서히 노을이 지는 듯하여 조금씩 붉음이 그 하늘을 덧 칠해 가는 아래서 길거리를 천천히 양 팔을 각각 옆으로 벌려 균형을 맞춰가듯 움직이며 걸어가던 비안카는 슬그머니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서는 벌렸던 양 팔을 내리고는 뒷 짐을 지는 것으로 바뀌어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워 페어리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지으며 물어보았습니다
"인물, 시스터 안테노라. 자체 호명 규칙에 따름. 잠재 가치 추산, 높음. 관여 이득, 갱신 보류중. 협력 몇 이용 수준, 복합적. 안정도, 일반. 행동 신뢰성, 대체로 낮음. 상세 평가 치환 출력 실행, 《훌륭한 거짓말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능히 누구라도 속여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수몰되어 스스로도 알 수 없게 되므로 당신이 줄곧 원하던 결과가 당신을 삼켜 가는 것을 지켜보아라.》상세 평가 치환 출력 완료."
워 페어리의 대답에 비안카는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확실히, 그녀는 비밀이 많으신 분 이였지요. 바로 그런 점이 매력이기도 하고요. 사실, 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존재하더라도 오히려 그러한 사람이 특이한 경우에 속할 것이라고 비안카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지나치기 쉬운 중요한 건은 무엇을 얼마만큼 비밀로 보느냐 하는 것에 있습니다. 과연 수녀라는 역할로 그 모습을 감싼 주디 안테노라 깨서 바라여 머지않은 진정한 목표란 무엇일까요? 궁금해지는 사항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완만하게 이용하고자 하려는 이들의 집합. 인간의 사회란, 그러기 위하여 진흙을 덧대어 빗어내 진 거대한 토기와도 같아요. 말하자면 그런 식이네요. 어떤가요? 조금은 수녀 님 같았나요?"
"수녀 님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의 힘을 받으신 분이에요. 그러한 주제에서 벗어난 존재가 될 수 있으시겠죠? 비안카는 그렇게 생각하고자 한답니다. 진정한 우애라는 것을 맺기 위해서는 신뢰를 먼저 주어야 하겠지요?"
비안카는 여전히 그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워 페어리를 바라보면서 뒷짐 진 양손을 풀고는 그 팔을 손을 들어 올려서는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아무리 상자 내부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더라도 열어보려 하지 않아야 해야 하는 상자도 있는 법입니다. 결코 잠들지도 지치지도 않으며 뚫리지 않을 갑옷과도 같은 비늘을 두른 독사가 똬리를 틀어서는 감추려 하는 상자 안에 든 것을 꺼내보려 하는 것이라면.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저렇게 특별한 존재가 감추려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습니까? 머나먼 옛 전승에 모든 죄악이 담겨졌다고 하는 상자(항아리)를 기어이 열어버린 한 여인의 이야기처럼
본래 비안카는 그러한 종류의 행위를 하거나 연관되는 것에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만, 그녀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꽃향기에 이끌리는 벌꿀과도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다시금 그녀와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게 될 기회가 언제가 될지 기대가 되는 비안카 이였습니다. 비단, 그러한 생각을 오직 비안카만이 하는 것 일지라도요
"이제 이 무렵의 시간에 이르러 해님이 저물고 달님께서 떠오르면 그래서 너무 지체되면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걱정하시겠지요. 어서 귀가하도록 합시다."
>>566 그러게- 산 중턱에 버려져있던 성당에 입주했다고 했었나 성당에 언젠가부터 사람이 다시 살기 시작하기라도 한 듯이 관리되기 시작한 걸 보고 호기심을 갖고 있던 미요루가 어느 날 방문한다던가? 수녀님 묘하게 애니메이션 스토리 중반부쯤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흑막 같은 포스가 있어서 접근이 쉽지가 않네
출석도장 찍으러 왔습니다~! 새로운 일상과 이전 일상도 감상했구요 ㅋㅋㅋㅋ 휴 너무 좋아요...방금 전에 올라온 비안카 독백만 좀 보자면...비안카가 주디를 꽤 좋아하는 것 같아서 저는 기쁩니다 왜 제가 기쁘냐구요? 둘이 분위기가 어울려서 어떤관계가 될지 넘 궁금하거든요
아무튼 여러분 모두 좋은 밤이에요!! 저는 언제 갈지 모르겠어서 일상은 좀 힘들 것 같구 ㅠ 관전함서 잡담이나..선관같은거나 구해보겠습니다,,힝잉
미요루는 오토바이 드라이빙을 꽤 좋아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퍼지가 되지 않았더라면 '오토바이'라는 취미에 대해서는 막연한 환상만을 가질 뿐 손을 대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겠으나, 뜻밖의 사명을 부여받으면서 오토바이에 손을 대는 시기가 뜻하지 않게 앞당겨져 버렸다. 그녀는 더 퍼지로서의 순찰활동이라는 핑계를 대고 종종 어머니의 스쿠터를 빌려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다. 종종 나중에 누군가와 여기 같이 드라이빙을 오면 괜찮겠다, 하고 눈여겨봐 두기도 하고. 전부터 신경쓰였던 곳에 가보기도 하고. 야트막한 뒷산, 멀리서도 보이는 오래된 성당 역시도 전부터 신경쓰던 곳이었다.
이륜차의 운전에 대해서 미요루는 역대 퍼지들로부터 전승받은 기억 덕에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이륜차의 정비는 보통의 일반인 수준이었다. 애석하게도-당연하게도 역대 퍼지들 중에서 퍼지의 모습을 한 채로 자기 탈것을 정비하는 이상한 괴벽을 가진 퍼지는 없었으니까. 그나마 아무 지식이 없는 평범한 사람보다는 나은, 기본적인 점검이나 정비 정도를 어머니에게서 배워서 할 줄 아는 정도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장통을 끌어다놓고 기관부에 손을 대는 고급 정비는 몰랐다.
그래서 어느 야트막한 뒷산 중턱의 오래된 성당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오르막길을 오를 때부터 영 힘을 이상하게 못 쓰던 베스파가 푸쉬쉬 하는 소리와 함께 뻗어버렸을 때에는 매사에 무심한 미요루도 "곤란하네."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정작 성당까지 도착했는데 성당이 어떤지 살펴보지도 못하고, 성당의 마당 한켠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헬멧을 벗어 핸들에 걸어둔 채로 미요루는 막막하게 베스파의 기관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이것을 손볼 공구도 없으니 난감하게 됐다. 꼼짝없이 엄마한테 등짝을 맞게 생겼다고, 미요루는 생각했다.
누더기 인형이 말한것 처럼 이 산기슭 언저리는 사람 발소리도 쉽게 울리는 공간이었기에, 나는 꽤 먼거리에서부터 점점가까워지는 오토바이나 스쿠터의 소리를 파악하는데는 크게 어렵지않았다. 거기에 하나더,
"시동이 갑자기 꺼진거같은데. 오르막에서 부터 골골대는 소리가 들렸거든." "나는 인간의 물건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잘 모르니까 네 녀석이 분석하는게 맞겠지." "어떻할까? 이 성당근처까지 왔다는건 학생들 사이에서 힐링공간이니 뭐니 하면서 찾아오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만난다면 고장부터 봐야겠는걸." "여기 오기전에 정비는 배웠지않나. 해주면 될 것 아닌가. 어차피 지금 한가하지 않나."
그러고보니 --의 사고는 확실히 내가 정비를 배워서 일으킨 일이었지. 독학으로 잡지식을 쌓아올리는데는 크게 어렵지않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대학 못지않은 교육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도 있고. 거의 커리큘럼으로만 따지자면 대학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 다만 바이크로 직접 여기까지 찾아왔다면 조금은 의심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나 저러나 돌다리도 두들겨본다.
"상대가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귀찮을 거 같은데." "그런 부분의 임기응변이나 처리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지않나?" "그것도 맞는 말이야."
자극적으로 무언가 온다고한다면 그건 오히려 무료함을 깨는데 있어서는 나쁘지않다. 따라서 나는 조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사올 무렵에 공구는 어차피 챙겨두기도 했고.
"어디 꽁꽁 숨어있어 그럼." "네 개인실 옷장 하단 2번째 서랍에 들어가있지." "왜 그런곳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라고." "명상하기 좋으니까." "아...예.."
영양가 없는 만담같은 소리를 마치고 나는 성당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드점은 쳐볼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도와주고 돌려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흠."
인기척을 죽이고 살펴보자니 장신의 여자가 베스파 스쿠터를 끌고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이걸 어쩌니하며 곤란한 입장으로 보였고 자가 수리를 하는 능력은 없어보였다. 따라서 돌려보내고 수습하기에는 내가 움직이는게 편했다.
"곤란한 일이라도?"
평소대로의 산기슭 성당의 수녀로서의 연기. 곤란한 일에 먼저 다가가 도와준다던지. 방문자를 꺼리지않는 친절한 설정을 뇌내에 부여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한다. 가짜더라도 진짜에 가깝게 연기한다면 그것은 진짜라고 인식된다. 거기까지의 경계를 허무는게 가짜가 연기하는 방식이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장신의 여자-나리메 학원 교복을 차려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리메 학원의 학생이겠지-가 주디의 쪽으로 고개를 돌려온다. 뜻밖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수녀님이 다가오자, 미요루는 쭈그렸던 무릎을 피고 고개를 꾸벅해 인사해 보였다.
"수녀님이 계셨네? 안녕하세요, 수녀님."
표정이 옅지만, 적의는 전혀 없이 그저 의외라고 여기는 얼굴. 주디를 노리기는커녕 주디의 존재도 생각지 못했던 모양으로, 이 길 잃은 어린양은 정말로 스쿠터를 타고 산책하던 길에 그냥 멋있어보이는 건물을 보고 호기심에 올라와본 모양이다. 어려운 연기론을 도입할 필요도 없이, 그녀의 무방비하고 무해한 태도는 오히려 주디 쪽에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쉽게 해를 끼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다니는 나리메 학원은 가톨릭 미션스쿨. 그녀가 가톨릭 교도일 확률이 높고, 무교거나 다른 종교라고 해도 성직자에 대한 신뢰가 갖춰져 있을 테니 주디의 수녀 복장이 뜻밖에 더 훌륭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주디가 수녀이면서 성직자는 아니라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독심술이나 천리안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여고생이 첫 만남 첫 눈에 그걸 알아챌 리는 만무할 테고.
"아- 그게- 그냥 스쿠터가 좀 말썽이라서요."
미요루는 멋적은 듯이 자기 스쿠터를 옆눈질하다가 다시 주디에게로 나른하게 시선을 돌렸다. 딱히 뭔가 도움을 기대하는 표정은 아니다. 학생이 스쿠터를 타다 고장났는데, 수녀님이 다가오면 스쿠터가 어떻게 고장났는지 묻고 고쳐주는 일보다는 학생 신분으로 스쿠터를 타는 것에 대한 태도와 위험성을 주제로 한 훈계를 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니 말이다. 확실히, 이 학생은 아직까지 주디의 적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스쿠터 뒷편에서 대단히 이상하게 생긴, 팔다리와 뭄뚱아리가 이상할 정도로 길고 비쩍 말라 호리호리한 고양이가 걸어나와서는 주디를 바라보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아주 재밌다는 듯이 얼굴에 걸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