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 크리스는 달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는 사람의 인적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평소와는 다른 고요함이 느껴져 왠지 모를 불길함까지 느껴졌다. 그릴이 엑시트가 있다고 말해 달리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평소와는 달리 금방 잡히질 않았다. “미안, 지금 엑시트가 꽤 빠르게 이동 중인 것 같아. 잠깐, 잠깐만! 멈춰봐!” 달리던 크리스는 급하게 멈췄지만 넘어질 뻔했다. “왜 그래?” “저 녀석이 지금 가까이 오고 있는 게 느껴ㅈ- 크리스! 뒤에!” 그릴이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스케이트보드를 탄 사람이 크리스에게로 달려왔다. “윽!” 단 한 번이었다. 엑시트라는 것을 알고 크리스도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배에 날카로운 흉기가 박히기 직전이었다. 변신한 레몬 거너는 고통스러운 배를 부여잡고 급하게 왼쪽 권총에 회복 탄창을 장전한 뒤 자신에게 회복탄을 발사했다. “미안 크리스.. 좀 더 빨리 알려줬어야 하는건데..” “됐어, 그릴. 나도 뒤늦게 눈치챘으니까.” 레몬 거너는 오른쪽 권총도 꺼낸 뒤 양쪽 전부 탄창을 교체하고 빠르게 4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탄 엑시트는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해 마력탄을 막아냈다. 그러곤 레몬 거너의 머리를 훌쩍 넘어 반대편으로 앉았다. 급하게 그쪽으로 발사했지만, 다시금 휙휙 지나다니는 엑시트에 정신이 없어 제대로 맞추질 못하고 있었다. 엑시트는 레몬 거너를 조롱하듯이 틈을 노려 이번에는 팔에 자상을 만들었다. “싱글 블래스터 모드!” 빠르게 총알을 장전하며 레몬 거너는 생각했다. 다음번에 자신의 머리를 또 뛰어넘으려 한다면 그때가 끝일 것이라고. 그리고 예측대로 엑시트는 다시 한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레몬 거너의 머리를 뛰어넘으려 했다. 그때, 레몬 거너는 엑시트의 스케이트보드에 산탄총을 걸더니 끌어내렸다. 그리고 박치기를 했다. 넘어져 중심을 잃은 엑시트에게 레몬 거너는 빠르게 산탄총을 겨눴다. “이제 끝내겠어! 파이널 스트라이크!” 평소보다 더 큰 탄환이 발사되었고 폭발과 함께 엑시트는 바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반쯤 타버린 스케이트보드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변신을 해제한 크리스는 스케이트보드에 다가갔다. “이건...설마 그때 카페에서 들었던 건가? 소중한 물건이 엑시트가 된다던?” “그런 것 같은데. 최근에 스케이트보드 대회가 끝났다던데 거기에서 탈락한 부정적인 감정이 이렇게 된게 아닐까.” 크리스는 그걸 보곤 생각에 잠겼다. 분명 그렇다면 소중한 것이었을탠데, 자신이 소중한 물건에 피해를 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고, 일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크리스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일단, 집으로 갈까?” 그릴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야의 답이었다.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라는 것. 아쉬운 점은 있었어도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결국 혼자라는 것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활동으로 바쁘기도 했거니와 사야에게는 궁도부라는 활동 외에도 마법소녀라는 또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듯 사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 우연하게.. 아! "
뒤이어 뭔가를 깨달은 듯 가볍게 손뼉을 친 사야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활을 쏠 때 너무 경직된 자세로 쏘게 되면 되려 사수가 다칠 위험이 있다. 몸에 적당히 힘을 풀어주지 않으면 경직되게 되고 활시위가 몸을 때릴 가능성이 있게된다. 강한 탄성을 가진 활시위를 세게 당겼다가 놓고 그것에 맞게되면 잠깐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 응. 조금 알 것 같아. 활을 쏠 때 말이야 미요루, 몸에 너무 힘을 주면 활시위가 이렇게. 이렇게 몸을 때려. 그래서 조금 힘을 풀어줘야해. 그리고 궁도에서는 사법팔절이라는 게 있어. 궁도의 여덟가지 기본 동작이야. 아시브미라는 기본 동작부터 잔심이라는 활을 쏜 이후의 자세까지 있는데..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아! 하지만 궁금하다면 알려줄 수 있어. 화궁을 미는 힘과 현을 당기는 힘이 공평하게 되고 화살이 과녁을 노리는 상태를 '카이'라고 불러. 그리고 자세만이 아니라 활을 쏘는 사수의 심리상태인 무한한 무(無)를 의미하기도 하거든. 여기서 두 팔을 벌리고 몸에는 힘을 조금 풀어주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나서 하나레, 화살을 쏘았을 때의 동작이야. 그 다음이 잔심. 화살을 쏘고 난 뒤의 자세인데 활을 쏜 다음에 자세를 유지하면서 잠깐 숨을 돌려. "
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야는 언제나처럼 눈을 빛냈다. 그게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다면 신나서 눈을 빛내고 평소의 그 사야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고 조금은 신나서 떠들기도 했다. 문제라면 처음 보는 상대라 하더라도 '활'이라는 공통주제가 나온다면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몽글몽글하게 생긴 마스코트, 라비가 소녀에게 전달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멀거니 길을 걷던 유나는 라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 확실히, 엑시트가 좋아할만한 장소이기는 했다.
"아-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엑시트를 해치워야 한다니 힘들겠는걸."
유나는 특유의 장난끼가 서린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에 차고 다니던 목걸이, 보다 자세하게는 목걸이 줄에 걸린 낫 모형을 손에 쥐었다.
"하급 엑시트 느낌이라 힘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지네~ 어쩔 수 없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숙제는 잠시 미뤄두는 수 밖에. 내일 세은이 거 베껴야겠다." "3일 전에도 안 해가지 않았어?" "영웅은 공부 따위 하지 않아." "일주일 뒤에 수학 시험." "쉿. 그만. 아무 말 하지 마 나의 아기 고양이." "난 토끼야."
유나는 누가 들어도 헛소리인 말을 태연자약하게 라비와 주고받으면서도 라비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유나의 손에 들려있던 하찮을 만큼 작았던 낫이 금세 거대해지고, 유나의 얼굴을 반쯤 가리는 검정색의 여우 반가면이 씌워졌다. 유나는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듯이 저보다 겨우 반뼘 정도 작은 낫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푸른빛을 띄는 날이 공중에서 가볍게 잔상을 그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 저깄다."
유나가 발견한 것은 형체가 불분명한, 검정색 안개 같이 생긴 무언가, 아니 엑시트였다. 꾸물거리듯이 기분 나쁘게 움직이는 것이, 누가 보아도 나 엑시트예요~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언제봐도 징그럽게 생겼네. 다들 라비처럼 귀엽게 생겼으면 좋았을텐데." "날 낫으로 벨 생각이야?" "그 말이 그렇게 해석 되는 거야?"
라비의 말에 유나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엑시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급이니만큼 긴장감조차 없었다. 엑시트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혹은 무얼 하려 했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저 빨리 죽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유나는 엑시트를 향해 손에 쥔 낫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낫의 길이가 원체 길다보니 멀리서 휘둘러도 충분히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푸른 형광빛의 날이 번뜩이며 엑시트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엑시트는 소멸했다.
"이제와서지만,"
유나는 낫을 휘두르느라 흘러내린 가방을 고쳐멘 뒤 변신을 풀었다. 낫은 한없이 작은 사이즈로 되돌아와 있었고, 얼굴을 가리던 가면 역시 감쪽 같이 사라졌다. 낫을 휘두르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는 따로 터치하지 않았다.
"소원을 다른 걸 빌 걸 그랬나 봐." "염원은 이미 이뤄놓고 갑자기? 욕심이 너무 많아, 유나." "그게 아니라-권능이 좀 더 간지나는 거였으면 좋았겠다 싶잖아. 내 권능은 속도감 있는 엑시트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쓸 일이 별로 없으니까."
방금도 안 썼고-라고 유나가 덧붙이며 라비를 들어올려 제 품에 안았다. 군말 없이 유나의 품에 안기는 라비의 태도가 익숙해보였다.
"간지나는 권능? 이를테면?" "핵 폭발." "지나치잖아." "간지도 대폭발." "그냥 정신 나간 독재자 같은데."
유나는 제 특유의 실실 거리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라비는 그런 모습도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아, 그러고보니 집 가는 길에 카페나 들르자." "또 커피 마시게? 적당히 좀 마셔. 너 몸에서 커피 냄새 나." "칭찬이지?" "그게 어떻게 칭찬이야?" "커피 냄새는 좋은 향이니까."
유나는 라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마지막 별의 꿈' 카페까지 향했고, 카페 내부에 일반인 손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호기롭게 외쳤다,
"정신 나간 독재자 두둥등장~"
// - 그래서 이게 무슨 내용이라고? 어... 하급 엑시트 처리... 조사... 그리고 폭발...?
>>473 마법소녀(물리) 후배! 이 점을 이용해서 선관을 짜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아이디어가 빈약해서 뭔가 탁 이거다 싶은 게 생각이 안 나네 :/ 학교도 중학교/고등학교라서 학교로 엮어보기도 어렵고... 파랑주한테 원하는 관계성이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선관을 짜보고 아니라면 일상으로 긔? :3
>>475 .∵・(゚Д゚).∵・(゚Д゚) 그그그그건 안되는데?! 좋은 날이어야 하는데!??
>>478 그렇게 새로 만난 마법소녀가 하필이면 낫을 휘두르는 파괴신 들린 마법소녀(물리)였고...(?) 유나는 본인 권능을 잘 활용한다 뿐이지 스타일리쉬하거나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 일단 무기를 휘두르고 보는 편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기양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좋을 것 같다 ㅋㅋㅋ 유나도 마스코트한테 잔소리 꽤나 들을텐데 허구헌날 잔소리 듣다가 전투도중 서로를 만나고 둘 다 의기양양해지는 ㅋㅋㅋㅋㅋㅋㅋ 유나: 봐, 우리 전투 스타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니까?? 이런 느낌이려나?
>>480 >>481 >>483 이제 이걸 다 합치면... 파랑주 말처럼 파랑이가 마법소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시점, 전투중에 유나를 만나서 결국 전투 스타일이 물리 계열로 굳어졌고... 이후에도 둘이 만나면 마스코트 잔소리 쌩까고 의기양양해지는 사이가 되겠네 :3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왠지 마스코트들끼리도 공감대가 형성 될 것 같아 ㅋㅋㅋㅋ 둘이 같이 전투라도 할때면 쿵짝은 잘맞겠는걸 ꉂꉂ(ᵔᗜᵔ*)
>>488 >>490 ㅋㅋㅋㅋㅋㅋㅋ 딱 이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방지축 자식들과 그들 덕에 머리가 아픈 부모 같은 느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전투를 끝내고 나면 헐크가 휩쓸고 간 듯이 초토화 되어버린 주변의 풍경이...(?) 라비: 그래그래 뒷처리는 어차피 자기네들이 안 한다 이거지? 하하하. (정신 출타) 그러고보니 키 차이가 20cm 이상 나는구나... 거의 머리 하나 차이네 ꉂꉂ(ᵔᗜ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