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심야의 인터체인지 한켠을 소름끼치는 자줏빛으로 물들이던 지옥불이 한층 기세를 가라앉히며 사그라들어 갔다. 타닥타닥 이지러지는 불똥들과 말의 그림자 모양으로 검댕이 남아버린 아스팔트 위로, 네이키드 오토바이 한 대와 불량한 차림의 남자가 나동그라져 있었다. 남자는 옹송그리고 있던 몸을 벌벌 떨며 일으켜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으나, 이내 옆구리를 걷어차는 발길질에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소용없는 발악으로 시간을 벌어서 뭘 할 참이냐. 간드러지는 유언이라도 남길 셈이냐?" "사, 살, 살려 줘, 살려 줘!" "겨우 식상한 목숨구걸이었나. 듣기 싫다."
퍼지의 발길질이 이번에는 남자의 얼굴에 직격했다. 남자가 나동그라지자, 퍼지는 손을 뻗어서 남자의 목을 땅에 찍어누르고는 남자의 몸을 이리저리 수색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허리춤에서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퍼지는 남자의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우드득 하고 뜯어냈다. 그것은 열쇠였다. 만듦새로 보아서 문고리나 금고를 열라고 만든 열쇠는 아니고,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쓰라고 만든 열쇠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상한 게 있다면, 그것은 금속광택 하나도 남기지 않고 새하얀 색으로 칠해져서는 이상하게 뒤틀린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퍼지는 남자의 목을 쥐고 있던 손을 남자의 멱살로 옮기고는, 남자의 눈앞에 그 이상한 열쇠를 들이밀었다.
"이것에 대해 네가 아는 바를 모두 이야기해줘야겠다."
남자는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패색과 절망으로 짙게 물들어있던 남자의 얼굴에서 이내 그것들이 가시며 무표정이 되더니, 그는 이내 온 얼굴에 꼴좋다는 듯한 조롱의 웃음을 환하게 피우며 깔깔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네가 알아도 될 것이라고는 네가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봤자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뿐이라고, 이 등신 같은 해골바가지 자식아!"
뻑! 퍼지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 "하하하하하... 너는 그분의 설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뻑! "큭, 크히히히... 그분이 응당한 대가를..." 뻑! "크윽..." 뻑! 뻑! 뻑! 몇 번의 주먹질이 끝나자, 상당히 꼴불견이 된 남자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퍼지는 주먹쥐었던 손을 펴서, 이번엔 남자의 뺨을 몇 차례 짝짝 때렸다. 남자는 꺾인 고개를 곧추세우려 했으나,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다시 얼굴을 비스듬히 떨어뜨렸다. 코피를 흘리는 채로 남자는 입에서 피가 끓는 소리로 킥킥대며 빈정거렸다.
"네가 우리랑 다를 게 뭔데...?"
퍼지는 남자의 얼굴 한쪽을 틀어쥐고 고개를 세우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을 남자의 눈과 마주했다. 뜨지도 못하는 시선이 다시 겁에 질리는 게 느껴졌다. 눈빛 대신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의 빛 너머로 자신이 받게 될 응보의 미래를 엿보았음이리라.
"그걸 알면서 내가 너희를 추격하는 상황을 자초했나?"
뜨지도 못하는 눈을 하고, 남자는 킬킬 웃었다. 이번에 그의 웃음은 빈정대는 것과는 달랐다. 자신이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사람의 자포자기한 웃음이었다.
"그래... 내가 말해주고 얻는 것은 뭐지?" "네가 치러야 할 댓가가 조금 공제되겠지." "그래, 그럼..."
남자는 품 안을 뒤적였다. 그리고 뭔가를 찾았다는 듯이 아하, 하며 품에서 손을 쑥 꺼냈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는 차갑게 빛나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탕!
그러나 그 순간 남자는 똑똑히 보았다. 귄총이 불을 뿜는 순간, 권총에서 날아간 납덩이가 퍼지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그 끔찍한 자줏빛 불길에 휩싸여 재 한 톨 남기지 못하고 불타없어지는 것을. 비장의 습격이 자줏빛 불꽃이 조그맣게 튀고 말 뿐이라는 허탈한 결과만을 남겼다는 것을.
"어?"
타탕탕탕탕! 탕! 철컥. 자줏빛 불꽃이 몇 번 튀는 것으로 남자의 마지막 발악은 허무하게 끝났다. 퍼지는 "귀엽군." 하며, 남자의 손에 들린 총알 다 떨어진 권총을 받아들었다. 퍼지는 그 권총을 꽉 움켜쥐었고, 그것은 퍼지의 손안에서 녹아내리며 붉게 달아올라 하얗게 빛나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개죽음을 선택하기로 했나. 분수에 어울리는 선택이로군."
퍼지는 그 하얗게 달아오른 파편을 남자의 가슴에 푹 쑤셔박았다. 그 즉시 그 파편에서부터 자줏빛 불길이 번져나가 남자의 몸을 휘감고 휩싸기 시작했으며, 남자는 이게 사람의 목청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싶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냈다. 그나마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새까맣게 숯덩이가 되어가는 남자를 퍼지는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도록 놓아주었다.
"네가 지은 죄만큼 고통스러울 거다. 걱정 마라. 네놈의 몸이 그 고통을 다 견뎌내지 못하고 한줌 재가 되면, 네놈의 영혼이 지옥에 떨어져 대가를 마저 치르게 될 테니."
퍼지는 불길에 휩싸인 남자를 뒤로 하고 뒤틀린 열쇠를 집어든 다음 자신의 오토바이로 고개를 돌렸다. 오토바이의 좌석에는 홀쭉하게 깡마른 고양이가 앉아서는 괴상한 미소를 만면에 띄고 있었다. 퍼지는 자신의 패밀리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276 그것에 대해서 미요루는 퍼지로서 아주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 "나의 행보에 변명할 생각은 없다. 자격도 없다. 나 역시도 한 명의 살인자일 뿐이다. 죽임당한 이의 피를 죽인 이의 피로 씻고, 그 죄악과 이어진 엑시트를 모두 멸한다. 그뿐이다." 미요루가 저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의 편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벤지풀과 지옥불이야. 벤지풀은 누가 봐도 명백한 악당만을 퍼지의 타겟으로 제시하고, 지옥불은 두번째 독백에서 퍼지가 말했듯 지옥불에 휩싸인 사람이 지은 죄만큼만의 고통을 주거든. 이번의 인면마도 지은 죄가 가벼웠다면 의외로 별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퍼지의 타겟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보통 아주 나쁜 사람이라는 것
>>282 학교는 생각을 안해봤지만...! 지금 당장 정하면되겠지 뭐 :) 시트스레에도 언급된 나리메여학원으로 결정!.. 해도 되겠..! 지..! >>283 그럼 시트 좀 읽어보고 올게! 원래 선관 접점이라는게 그냥 이것저것 마구마구 갖다 붙이다보면 또 하나 탄생하고 그러는거니까!
>>293 합의하에 진행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고 생각해, 홀로라이브 버튜버들처럼 마냥 테에테에한 이야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294 선관 정말 탐나는데 저번에도 말했듯 지하가 변신/변신해제장면 들키고 싶은 캐릭터 1위에 노미네이트되었기에...... 물론 변신 들키는 게 중점이니까 지하주가 원한다면 이야기를 맞출 여지는 있다고 생각
>>295 정답이다 연금술사 아니, 거의 100% 총기류. 이따금 피니셔(?) 넣을 때 검 모양으로 소환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활이나 석궁은 별로...? 선관은 말이지 "미요루" 쪽과 인연이 있다 / "퍼지" 쪽과 안면이 있다 / "미요루" 가 "퍼지" 라는 것을 알고 있다의 3가지 옵션이 가능한데 어느 쪽이 좋아?
>>297 사야는 뭐랄까... 굉장히 강직한 인간상이라는 느낌이 드네. 이미지적으로는 등대같다는 느낌도?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고 다른 이들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존재. ...여러모로 지하와는 대비가 많이 되는(안습) 물론 선관은 만들 거지만! 어떤 방식으로 인연이 생길 수 있을까... (고민중) 일단 지하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줘!
비안카는... 괴짜적인 이미지가 따오르는 친구네. 개인적으로는 소녀 비안카보다는 마법소녀 모노크롬과의 선관도 괜찮을거 같아! 아마 마법소녀 활동으로 엑시트와의 전투가 끝나고 한번 마주치지 않았을까? 지하... 그러니까 포켓 위치는 철저하게 후방 보조만 하는 스타일을 고수해. 분명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전방에 합류는 사실상 안한다고 보는 게 맞지. 보조능력 또한 직접적 화력은 0에 가깝지만, 유용해. 마지막으로, 작고 수줍음 많지. 이런 마법소녀와 마주했다면 마법소녀 모노크롬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설명이 애매하거나 부족했으면 질문해줘!
>>303 정확히는 익명의 마법소녀 팬클럽 사이트(이름은 딱히 생각 안해봤네)에서 한창 때 지하 본인이 [고요]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는 설정이야! 그리고 마법소녀 비즈야에 대해서는... 언급은 당연히 되었을 거야! 덕후들은 사 떡밥에 민감한 법이니까. 다만 전체적인 인지도랑 지하의 호감도 부분은... 주사위로 굴리거나 아니면 사야주가 정하거나! 하면 될 것 같아! 참고로 지하는 왕년에 유명 마법소녀 팬픽으로 천단위 조회수를 뽑아낸 적이 있지...만 실제 마법소녀들 관련해서는 자제했었다는 이야기.
>>304 앗 내가 잘못 봤구나 미안해!!!!!! (석고대죄)) 사야는 자기가 비즈야인걸 별로 알리고싶어하지 않지만 (부끄러워서) 일단 얼굴은 변하지않고 그대로인데다가 옷만 변하기도 하고 해서 누가봐도 사야=비즈야라는걸 알 수 있거든. 그리고 누가 와서 사야=비즈야? 하고 물어봐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알기는 쉬울것같아.
호감도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호감도 MAX!라고하면 너무 속보이니까 조금 아래로? 왜냐면 사야 성격상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한테 쉽게 호감을 보이고 쉽게 친해지니까!
>>302 괴짜로군요! 그리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계기는 마법소녀로서의 일로 인해 마주치는 것이고 >>89-93에서와 같이 처음 보았을때는 마법소녀가 아니라 '요정'이 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불렀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행동도 그러하니 지하가 말해주거나 마법소녀만의 특징 같은 것이 있어서 알아보지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만 같습니다
>>303 미요루와의 관계를 중점으로 두고 싶다면 미요루와 어릴 적부터 옆집~옆옆집 정도의 이웃사촌이었다는 설정이 있어. 이 경우 미요루의 여동생인 미나타와도(미요루와 미나타는 연년생이야) 알고 지냈다고 설정할 수 있고, 그러면 미나타를 덮친 비극이 엑시트에 씌인 사람들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너무 늦어버리고 만 사야가 이미 모든 일이 끝나고 활활 불타는 건물을 배경으로 고요히 서 있는 퍼지와 마주치고 그게 미요루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는 망연자실해서 바라보는 장면이 아주 맛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퍼지와의 안면을 중점으로 두고 싶다면 우연히 사야의 타겟과 미요루의 타겟이 겹친데다 타겟이 꽤 강한 엑시트라서 서로 생고생한 끝에 엑시트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는데, 우연히 미요루가 변신을 해제하는 장면을 봐버리고는 쟤 학교에서 봤던 애 아냐? 해서 학교에서 미요루를 찾아와서 말을 거니까 사색이 되는 미요루.. 미요루가 사야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야가 화제의 핀트가 어긋나는 것을 일일이 지적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꽤 길게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다만 이 경우에는 미나타와의 이야기를 미요루가 먼저 말하지는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