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이 몇 번이고 설명을 끊으며 의문을 표합니다. 하긴, 못 믿을 말이긴 합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꿈이 아닐까 의심하는 영웅도 가끔 있는 상황이니까요. ▼ 하지만 소유진은 알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녀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종교쟁이 놈들 안 마주쳐도 되는 건 좋긴 한데… 아니지! 내가 없으면 우리 동네 망하잖아!" ▼
그러는 사이 안절부절못하던 그랑이 결국 폭발해서 소유진의 손에서 검을 뺏어들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합니다. 길도 모르면서 대체 뭘 어쩌려는 걸까요? ▼
"누가 떠돌아다닌대?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럼 지휘관 놈을 치면 되는 거잖아." ▼
그랑이 그렇게 말하며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계속 동쪽으로 걸어갑니다. 소유진은 최대한 그녀를 멈춰세우려 노력해 보지만 질질 끌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 그야 물론 쓰러트릴 수 있다면 전쟁이 끝나긴 하겠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일까요? ▼ 침략자에 의해 오염된 침식지대에서는 영웅조차도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알시온 사람들이 그렇게 휴대용 소형 정화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 이 별은 풍전등화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을 뿐이고, 반격의 불씨는 너무나도 작습니다. ▼
>>990 한석봉과 어머니도 아니고, 소유진은 붙잡고 그랑은 걷는 이상한 대치가 계속 이어집니다. ▼ 그녀는 주위를 살피며 '진짜 다른 세계인가보네. 건물이 죄다 처음 보는 양식이야.' 같은 소리를 할 뿐 소유진의 말을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발을 멈추지 않습니다. ▼ 하지만 소유진이 '누군가를 위해 싸워왔다면' 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확 서버립니다. ▼
"너… 됐어. 그 수호대장이라는 놈팽이는 어디 있는데?" ▼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불타오르는 눈이 그를 마주보다가 다시 앞을 향합니다. 뭔가 잘못 건드린 걸까요? 협력하기로 결심한 것 같으니 잘 된 걸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
"지하 통로요? 그런 게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이건 수호대장님께 여쭤볼게요." ▼
반의 설명을 들은 직원이 지도에 마법진이 있던 위치와 출구였던 강가 쪽을 직선으로 쭉 잇습니다. 대충 봐도 상당한 거리입니다. ▼ 지도를 보니 알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게 오래 걸린 게 아니라 나갈 때가 이상하게 빨랐던 거였네요! ▼ 직원은 반이 그런 깨달음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말합니다. ▼
"알시온에서 지금 사용되는 화폐는 알시리움 뿐이에요. 아주 옛날에는 다른 화폐도 썼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최근 800년 이상 알시리움 아닌 화폐가 사용된 기록은 없어요." ▼
일반적인 알시리움을 구별하는 법은 반도 알고 있습니다. 문양이 없는 건 개당 10Alc, 푸른 달 페르디오 문양은 개당 100Alc, 붉은 달 시오 문양이 개당 1,000Alc, 노란 태양인 샤메 문양이 개당 1,0000Alc로 가장 값어치가 높습니다. ▼ 그러면 갈라진 태양은 그 절반인 5,000Alc일까요? 그렇다기엔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
>>993 소유진과 그랑은 수호대장이 있을 수호대 건물로 향합니다만, 안에는 수호대장도 그 대타도 없습니다. 얄랜즈도 없네요! ▼ 무언가 다른 일을 처리하러 나간 걸까요? 수호대장이 외출할 때에는 대타가 대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은 그 대타조차 없습니다. ▼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영웅 중 하나인 벨 세르지아가 대타를 데리고 나갔다는 것 같습니다. ▼
>>998 "어디 나간 모양이야? 바쁘게 사네. 수호대장이면 높은 사람이니 당연한 일인가?" ▼
그랑이 손님용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앉습니다. 소유진은 그런 그녀를 잠시 보다가 바깥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 배송 전담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정말로 죽었는지 실종인지 모른다는 사실도 알려야 하고, 그랑이 저 멀리 던져버린 카리아도 찾아야 하고, 얄랜즈와도 연락해야 합니다. ▼ 소유진이 이 일에 엮이게 된 원흉인 상자에 병기를 넣은 범인이 누군지도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문제에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생각을 해도 머리만 아파질 뿐 이렇다 할 확실한 해결책이 나오진 않습니다. ▼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 상자에 들어있는 병기가 이렇게 사람을 유인해서 그랑과 갈등을 일으키게 할 의도였다면… ▼
>>1000 소유진은 변동자 율리우스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별장에서 보내는 편이며, 율리우스의 별장이 변동자라는 별호답게 여러 장소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그는 율리우스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뜻입니다. ▼ 정말로 영웅이 소환될 시간을 알 수 있는 거라면 레귤라이즈, 나아가서 별의 의지에까지 간섭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아주 심각한 사태인데 그걸 못 알려준다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 그래도 수호대 건물에서 율리우스에게 연락을 할 수는 있을 테니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와달라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