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카가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딱히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자조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눈 앞의 연우나 다른 동료들에 비해서 특출나다거나 고급인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데다 물건이 조금 높은 곳에만 올라가 있어도 자력으론 꺼내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따지자면 대단하다기보다는 이질적이라고 할지. 그쪽 평가가 더 정확해 보이는데...
"BLT라는 글자가, 말이죠... 알 것 같아요..."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자신도 BLT라는 것을 처음 보았을때에는 그 의미에 대해 상당히 깊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샌드위치의 매력은 어느정도 맥락이 정해져 있으면서도 빵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라, 가게마다 다소 차이는 있어도 샌드위치의 메뉴 표기는 들어간 내용물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어딜가도 'BLT'라고 하는 이니셜은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어딜가도 끼어있으니 눈에 들어오지 않을래야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베이컨과 야채라는. 상당히 왕도적인 조합을 의미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상당히 후일의 얘기였다.
'BBQ Large Toomuch의 약자라 생각해서 먹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비단 자신만의 경험은 아니었구나. 어쩌면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종지만한 커피 잔을 들어 홀짝이려고 했지만... 생각에 한창 빠져닜던 유우카도 그제야 연우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걸 알아챈다.
"아-..."
그러더니 문득 마시려하던 커피를 내려놓더니 포크로 샌드위치 조각을 하나 집어 연우에게로 뻗어 건네는 것이었다.
이건 또 참신한 이야기.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으나 아주 잠깐이지만 낯빛이 조금 어두워진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 자신의 말에 긍정하는 당신의 대답에 그렇죠? 하고 작게 지어보이는 미소가 떠오릅니다.
"제가 처음 봤을땐 영어도 잘 모르는 나이였거든요. 간신히 알파뱃을 새어가며 읽어보니 비..엘..티? 였으니까요."
"대체 비엘티가 무엇인가-, 그렇다고 막상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자니 부끄럽고 말이에요."
그녀에 한해서 물어보지 않은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 순간에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였고. 다음날이 되자 깨끗하게 머리속에서 지워져버린 주제였습니다만. 그녀는 적당히 부풀린 경험사를 말하며 미소지었습니다. 음, 이 정도면 상당히 고난이도의 커뮤니케이션을 완수한거 아닐까?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만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러는 사이 당신의 멋진 드립이 그녀는 알 수 없는 마음속에서 지나가고. 키우던 토끼가 생각나 당신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을 착각한듯한 당신의 포크를 본 그녀는 눈을 깜박였습니다. 달라고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ㅡ"
그래도 이제와서 안 받기도 뭐하므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먹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냥 접시로 받아도 되는거 아닐까 생각했지만 뭐 애초에 그녀가 이런걸로 부끄러워 할 인종이 아닙니다.
"그러면 선배도, 앙-"
뭐 그건 그거고. 받았으면 줘야하는법. 그녀는 샌드위치 조각을 조금 더 작게 잘라서 포크로 찍어 내밀었습니다.
연우가 봐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러자 자연히 의문스럽다. 부모를 잃고 홀로 자라온 사람들이었을까. 개미에게 물리면 죽는 사람들이었을까. 그 매듭을 짓기위해 기다란 칼을 들고 경찰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코 앞에 샌드위치가 들이밀어진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의 것을 잘라 준 모양이었다. 유우카는 고개를 주욱 내밀어 작은 입으로 그 조각을 받아먹는다.
"맛있네요... BLT..."
샌드위치 조각을 한참이나 입 안에서 해체하던 그녀가 목 뒤로 꿀꺽 삼키고는 그렇게 말했다.
"상관을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요. 멘탈케어는... 고려해볼게요. 사실 윗사람들이 나때는 말이야! 이렇게 말만 안하면 다행일 것 같은데."
쉽진 않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며 소라는 괜히 한숨을 쉬었다. 정신론을 강조하는 간부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런 이들은 또 고집이 보통 센 것이 아니었다. 말은 해보겠으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꼭 만나야하는 사람'이라는 그 말에 소라는 아무런 말 없이 물끄러미 유진을 바라봤다. 이 팀에 들어와서까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소라는 일단 기억만 해두겠다는 듯 고개만 살며시 끄덕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 전부 다 세뇌의 흔적도, 정신 개조의 흔적도 없었다고 하면 믿겠어요?"
말을 마치며 소라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이어폰을 뺀 후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며 재생버튼을 꾹 눌렀다. 그 목소리는 이전, 지하철을 폭주시켰던 바로 그 여성의 목소리였다.
-신은 정말로 존재해요. 당신이 보지 못해서 그런 소릴 하는 거예요. -인상착의요? 신에게 그런 것이 어딨어요? -저는 제 믿음으로 그 신의 축복을 받은 거예요. 당신도, 당신도 그 축복을 받으면 알게 된다니까요. -신은 저의 행복을 위해서 그 힘을 준 거라고요.
한숨을 내쉬며 소라는 재생버튼을 끈 후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교주도 없고 그저 자신은 신을 만났고 그 신에게 축복을 받았다. 라고 하는 이가 있는데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세뇌를 받은 흔적도 없고, 정신 개조의 흔적도 없어요. 이 여성만이 아니라 전의 그 싱크홀을 일으킨 이도 동일해요. 어쩌면 골치 아픈 뭔가가 얽혀있을지도 몰라요. 생각보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겠다는 듯, 소라는 딱 잘라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신이 있을지도 모르나,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는 이는 신이 아니에요. 용서하면 안되는 범죄자와 다를바 없는 악마지."
만약 익스레이버가 모바일 게임이었다면 아마 이 타이밍에서 예성이와의 모의전이 기간한정 이벤트로 뚫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노말 모드는 오버익스파를 사용하지 않는 버전. 하드 모드는 오버익스파를 사용하는 버전. 물론 어느 쪽도 진심으로 하기보다는 그냥 가볍게 훈련하는 느낌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