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very now and then I like to get me some, to get some Oh, even though it's just a phase Now it's feel like I've been slowing a loaded gun This shit ain't fun I'm on the verge on painting with my brains Help me
당신들은 본교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수업 시작은 안하긴 하지만 익숙한 풍경이잖아요? 무엇보다, 매구도 붙잡았습니다. 신문에 매구를 붙잡았다, 디멘터의 키스가 형벌로 내려진다 따위로 1면에 대대적으로 나오고 있군요. 죄수복을 입고 웅크린 채 덜덜 떠는 매구의 모습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그 모습만 스크랩 하기도 했습니다.
범죄자의 이야기는 잠깐 내려두고.... 학원이 묘하게 시끌벅적합니다. 당연하죠, 가을이 되었고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축제가 벌어지게 되었거든요.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때 한 번 본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는지 소란스럽습니다.
이 축제는 자매 결연을 맺은 학원들끼리 한 자리에 모여서 놀고 먹는 자리로, 6학년 학생들이 1학년 때 겪은 축제는 동화학원 정전에서 벌어졌습니다. 올해는 갈 지, 올 지 그것에 대한 화두부터 갖가지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상이 돌아오고 가장 크게 소란이 되었던 건 매구가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연일 신문에 나오고 주변에서도 떠들어대니 오히려 모르는게 이상할 정도다. 이제 무서운 일은 없을 거라고 신문을 보고 기뻐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녀는 소리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상황이 그저 웃음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경사 아닌 경사에 겹쳐 학원에는 또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듣자하니 5년에 한번 있는 축제가 열린다나보다. 아, 어쩐지 본가에서 묘하게 화려한 옷을 보내주더라니. 어디서 미리 듣고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직전까지 몰랐다면, 그녀 성격상 지금 가진 옷으로 대충 입고 나갔을테니까. 여전히 쓸데없이 손이 빠르다고 생각하며 옷장에 넣어두었던 옷을 꺼냈다. 하얀 레이스와 베일이 살랑이는 미니드레스를.
얼마 뒤 정전에 들어선 그녀는 확실히 평소보다 치장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옷에 맞춰 올린 머리에 순은 장식에 팔 높이 올라오는 레이스 장갑, 수정을 갈아 뿌린 듯 반짝이는 구두까지. 각기 다른 하얀 빛으로 꾸며 오늘따라 유독 금빛 눈이 도드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정전은 아직 쌀쌀하다.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정도는 아닌 딱 좋은 가을 날씨다. 아성과 청궁 학생들은 건 사감 앞에 모여 있었다. 건 사감이 처음 누빔 두루마기를 걸치고 왔을 때는 다들 또 어떤 장난을 치려고 저러나 싶었지만 다른 사감들까지 누비옷을 입는 것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은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노루스를 사용하면서 사라졌다. 아모르 마법학원에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성은 아모르 학원이라는 이름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아모르파티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한 학생이 독수리가 나타났다며 외치자 아성은 하늘을 수놓은 거대 독수리 군단을 볼 수 있었다.
파티 복장이라고 해도 별다른 것은 없었다. 본디 교내에서 자주 입는 복식과 다를 바 없는 옷차림을 한 단태는 쌀쌀해진 완연한 가을날씨에 외투 겸 긴 겨울용 장옷을 하나 더 맨 위에 걸치고 있었다. "아, 춥네." 물론 밖으로 나오자마자 결국 외투를 하나 더 어깨 위에 걸쳤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겨울 옷을 조금 빨리 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내야- 까지 생각하다가 교장 선생님의 말에 시선을 움직였고 이윽고 하늘로 옮겼을 것이다.
"등장이 제법- 화려하잖아? 저렇게 큰 독수리면 얼마나 먹으려나."
능글능글하고 능청스러운 중얼거림과 다르게, 단태의 표정은 담담하기 짝이 없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대신 독수리들의 날개나, 착지할 때 휘말리지 않도록 꽤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 위해 걸음을 움직였을 뿐이다. 저렇게 큰 독수리들이면 착지할 때 부는 바람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은 덤이었다.
평소 활동이 편한 옷을 추구하던 그녀였기에 베일이 늘어진 드레스 같은 건 불편할 뿐이었다. 팔을 감싼 장갑도 스칠때마다 사락거리는게 신경쓰이고. 그래도 그 모든 기분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게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윤의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의 기분은 싹 잊고 살풋 웃어보였다.
"선배가 그렇게 말해주니, 꾸민 보람이 있네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니 머리를 고정한 장식에서 고운 소리가 울린다. 가늘게 늘어진 장식줄이 흔들리며 나는 소리다.
그녀가 윤의 옆으로 다가가서 앞을 보니 때마침 교장이 일어나며 소노루스를 썼다. 아모르 학원에서 찾아왔으니 자리를 비키라는 말에 주변을 슥 둘러봤다가, 누군가의 외침에 그녀도 위를 봤다. 거대한 독수리 무리가 오고 있는 걸 보고 저걸 피하라는 거였나, 하고 생각하며 윤의 팔을 잡고 뒤로 물러나려 한다.
"올해는 오는 쪽이었나봐요. 아쉽다. 나갔어도 좋았을텐데."
위험하지 않은 곳까지 물러나며 그런 말들을 중얼거렸다. 윤에게는 두번째지만 그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축제였으니까.
거대한 독수리들은 하늘을 수놓듯 움직였고 그 위에 마법사가 탄 건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갖가지 색상의 마법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에 Amor 라는 단어가 불꽃으로 피어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거기에서 끝났다고 생각했을 무렵... 사감들이 하늘에 지팡이를 겨누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건이 '피안토 듀리' 라고 말한 걸 보면, 마법을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학생들을 피해서 폭설이 내렸습니다. 종아리까지 쌓인 눈은 사감 네 명의 '메테오로 징크스 레칸토' 주문에 더 이상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보니, 네 사감 모두 이러려고 누빔 두루마기를 걸친 모양입니다. 독수리들은 모두 지상으로 내려왔고 거기에 올라탄 누빔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학생들은 일제히, '리듀시오' 주문으로 독수리의 크기를 줄였습니다.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모르 학원 교장입니다. '
머리 일부가 새하얗게 센 여성이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녀의 뒤로 아모르 학원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복귀한 그날 밤, 바로 나가서 호크룩스를 챙겨왔기에 오늘 그녀의 목에는 가는 은줄이 반짝이고 있었다. 팬던트는 절묘하게 드레스 안쪽으로 감춰놓아 보이지 않게 해두었으니 혹시나 들킬 염려는 적었다. 누가 멱살이라도 잡지 않는 한.
그러고보니 오늘 그녀의 장신구는 호크룩스 팬던트 만이 아니긴 했다. 윤이 준 반지도 손가락에 끼고 있었고 못 보던 팔찌도 하고 있었다. 목걸이와 같은 은줄을 세가닥으로 만든 팔찌는 철에 감긴 수정을 장식으로 달고 있어 은근히 눈에 띄었다. 가령 그녀가 윤의 팔에 손을 댈 때라던지.
자리를 피해서 상황을 지켜보니, 제법 흥미로운 연출이 정전 가운데 펼쳐졌다. 하늘에 수놓아지는 불꽃의 글씨, 절묘하게 내리고 그치는 눈, 그 속에 내려앉는 독수리와 아모르 학원의 일행들. 장면 하나하나를 눈으로 쫓던 그녀는 아모르 학원의 교장이라는 여성의 인사를 마저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폭음이 울리지만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