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very now and then I like to get me some, to get some Oh, even though it's just a phase Now it's feel like I've been slowing a loaded gun This shit ain't fun I'm on the verge on painting with my brains Help me
손으로 볼을 가리던 단태는 흐뭇하게 웃고 있는 주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처럼 웃음을 짓다가도, 이어지는 말에 눈썹을 치켜올려보였다. "우리 키티는 내가 돌아버리는 걸 보고 싶은 모양이야." 눈썹을 치켜올리고 짐짓 표정변화가 없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것 치고 단태의 목소리는 평소와 똑같이 능청스럽고 능글능글했다. 제 3자가 본다면 화가 난건지, 나지 않은 건지 판단하기 힘들정도로 매치가 잘 되지 않는 어조와 표정이었다. 물론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나는 네게 늘 너그럽고 유한 사람이었으니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사이면 어때. 서로 익숙한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 뿐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있는데.
"내가 있는데 누가 널 건드려."
자신의 머리를 통통 두드리면서 들려오는 언니 믿지?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태가 중얼거렸다. 어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능글능글함이 사라져서 담백한 목소리였다. 장난기가 듬뿍 담겨있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기 소유물에 대해 집착하는 단태에게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장난스러운 말에 주양의 발목을 잡은 손에 들어간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다. 주양의 표정이 찡그려진 걸 본 뒤에야 힘을 조금 풀었지만, 힘을 다 빼지는 않은 채 발찌를 채워주고 나서, 단태는 발목을 잡은 손에 힘을 빼려했다.
"너는 내거니까, 당연히 나랑 똑같은 걸 채워줘야한다고 생각했거든. 게다가 나와 똑같은 거라면 볼때마다 우리 허니버니가 날 생각할테고 말야."
네가 마음에 든다니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만족스럽게 붉은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흥얼거리는 것마냥 능청스럽게 중얼거린 단태는 주양의 미소를 마주한 채 자신이 직접 채워준 발찌를 손으로 매만지다가 머리를 숙여 발찌 위에 입을 맞췄다.
아성은 펠리체를 보고 그대로 웃음을 터뜨리며 주저 앉았다. 너무나 말끔한 상태로 두 손을 뒤로 모아 쥐고 바른 자세로 꼿꼿히 서서 고개를 기울이며 눈만 깜빡이는 그녀의 모습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가면 안될 곳, 감당이 안되는 곳을 가려하는 자신의 모습이 대비되어 너무나 우스워보였다.
변명을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변명을 하면 할 수록 구차해보이는 꼴이 우스워보였다. 한동안 낄낄거리며 얼굴을 가리며 웃다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묻는다.
"넌 안 궁금해?"
그리고 아랫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으며 힘겹게 다시 묻는다.
"가지 말라는 곳에 무엇이 있는 지 말이야. 왜 순혈...아니 누구는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다니고 누구는 졸업할 때까지 발길도 들이지 못하는 지."
왜 이런걸 궁금해하냐고? 이유 따윈 없다. 솔직히 아성 또한 자신이 지금 왜 이러고 있는 지 잘 모를 것이다. 어쩌면 크루시오 몇번 맞더니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것일 수도 있고 이상한 사람들을 하도 많이 만나고 싸우다보니 심연이 아성을 들여다보았을 지도 모른다.
"맞아, 내가 가림빛을 가서 어둠의 마법사들에게 붙잡힌다면 애써 돌아온 평화에 물을 끼얹는 짓이겠지."
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말이 맞아. 메구의 앞에서 두려워 도망쳐버린 내가 무슨 자격으로 너희들이 간신히 이룩한 평화를 깨뜨겠어?"
그는 주머니에서 감초사탕 하나를 꺼내어 그대로 입에 넣고 까드득 까드득 씹어 부숴버렸다.
"사실 그냥 조심조심해도 죽고 다치고 하다보니 열받아서 막나가본거야. 별 의도는 없어."
많은 학생들이 교칙을 잘 지켰다. 가림빛도 귀곡탑도 발을 들이지 않았고 어둠의 마법사, 탈 같은 존재들은 아예 들어본적도 없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죽고 다쳐야한다면 그냥 막나가서 다 뒤엎어버리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감기에_걸렸을_때_자캐는 : 벨이는 감기에 걸리면 아무도 주변에 못 오게 한답니다..백정이랑 달링이도 옮으면 안 되니까요.🤔 혼자 이불 꽁꽁 둘러매고 백정이는 침대에서 재우고 본인은 소파에서 잠들지 않을까요..약을 먹는다고 쳐도 한번 감기에 걸리면 독감 수준으로 심하게 걸리는 편이라 열 때문에 순찰도 제대로 못 가고, 주문도 제대로 못 외울 것 같네요.
자캐의_공포를_참는방법 : '이건 이제 일어나지 않는 일이야.' 로 합리화를 해요. '그때의 나는 없어', '나는 이제 발렌타인이야', '아무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고작 이런 걸로 떨기 위해서 네가 죽었던 것이 아닌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심호흡을 하면 된답니다.
그녀는 대뜸 주저앉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는 아성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로 질문이 들려오자 시선을 되돌려 다시 아성을 보기만 했다. 자리에 굳은 듯 서서 한치의 오고 감도 없이, 그저 시선만이 아성에게 내려지고 있었다.
"......"
안 궁금하냐고, 아성은 말했다. 가지 말라는 곳에 뭐가 있는지,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지. 그런 말들이 그녀에게 향했지만 어쩐지 대답해도 의미가 없을 거란 느낌이 들어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생각이 많은 그녀도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고. 그러니 그 이후의 말이 나올 동안에도 한참을 더 가만히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 뒤에야 느즈막히 입을 열었다.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지금의 그 울분보다 저지른 후의 후회가 덜할 거란 보장은 없어요."
규칙을 지킨다는 건 그런 의미기도 하다. 규칙을 지킴으로서 지키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을 피하는, 일종의 자기방어다. 순간의 판단미스로 후폭풍을 맞이했을 때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맨정신으로 해도 그런데 하물며 지금의 아성처럼 홧김에 저지른 사람은 어련할까.
그녀는 자세를 고치듯 몸을 살짝 움직여, 구두끝으로 바닥을 두어번 두드렸다. 탁, 타닥. 가벼운 소리가 몇번 울리고 자세를 바로잡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가림빛에 간다고 무조건 그들에게 잡히는 건 아니지만, 저기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선배는 학원에서 적잖은 패널티를 받겠죠. 꾸중이라던가 점수 차감이라던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금의 울분이 풀리지도 않아요. 더 쌓이면 쌓였지."
잘 알잖아요? 라는 말을 덧붙이는 대신 아까처럼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도 견딜 수 없어서 풀어야겠다면, 방향을 제대로 잡아요."
어디로 어떻게 잡아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렇게만 말하고, 한 손을 앞으로 들어 어깨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녀에게 지금 아성의 상태는 울분 그 외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울분이라 표현했다. 누구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답답함을 그것 말고 뭐라 칭해야 하는지 그녀는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야 그녀는 그녀이지 아성이 아니니까. 그렇다보니 아성이 그녀의 표현을 받아들이건 말건 상관없었다. 그 말을 되내이며 미간을 찡그려도 별 생각 안 들 만큼.
"글쎄요."
저지른 후의 해방감이 후회보다 덜할 거란 보장 역시 없다는 말에 그녀의 대꾸는 짧고 간결했다. 하지만 생각은 대답보다 길었다. 해방감을 위해 스스로를 내던진다 해도 언제나 후회가 더 큰 법이라고. 아직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럴 거란 생각만이 확실했다. 그래도 생각 뿐이었으니 말로는 꺼내지 않고, 모호한 대꾸만을 남겼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성이 빗자루에 몸을 기대는 일련의 행동을 그녀는 선 자리에서 눈으로만 따라갔다. 조용히 움직임을 따라가는 금빛 눈은 차갑다면 차갑고, 덤덤하다면 덤덤한 그런 눈빛이다. 눈을 감고 뜰 때마다 두 가지 빛을 오묘히 오가는 눈빛으로 줄곧 아성을 응시하다가 힐끔, 귀곡탑이 있는 방향을 본다. 그리고 무심하게 말했다.
"선배는 일단 시작점부터 다시 잡아야겠네요. 지금 상태로는 뭘 해도 글렀어요."
선배를 향한 말 치고 건방질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그런 걸 생각했을까. 다소 변했다 해도 그녀는 그녀다. 제멋대로, 제 마음대로 떠들어놓고 뒤는 알아서 하라는 듯 옆으로 몸을 비켜서는 행동조차도.
"어딜 가든 가는 건 자유죠. 아까 말했듯 전 학원에 어떤 말도 하지 않을테니 알고 계세요."
그리고 그녀는 슥 몸을 돌려 아성을 등졌다. 더이상 말을 걸거나 잡지 않으면 그대로 자리를 떠 학원으로 돌아갈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