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 때는 당연히 체육복이나 츄리닝이 아니라 제복을 입어야만 했다. 실전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이 쪽이 조금 더 도움이 된다는 듯 이야기를 하며 예성은 미소를 작게 지었다. 죄송하다는 말이 이내 들려오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도 그를 바라봤으니 피차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보인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기밀서류를 처리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순간 그가 있는 방향에서 조금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그의 시선이 자연히 샌드백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는 샌드백을 바라보지만 과연 얼마나 갈지. 머릿속으로 예상을 하며 예성은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런가요? 염화 능력이니까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 기우인 모양이네요."
자연히 고온에 노출될테니, 수분 섭취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자신의 추론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며 예성은 괜히 자신의 뒷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물을 마셨다. 텅 비어있는 잔을 내려놓으면서 예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화연은 처음으로 예성의 미소를 보았다. 항상 무표정으로 있던 그가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으니 일단 그가 사람이 맞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C나 B등급이라면 자신의 불꽃의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하는 데 A등급이어서 그런지 딱히 제 불꽃에 다치거나 하지는 않네요."
무언가 팔이나 다리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랄까? 이젠 자신의 불꽃이 수족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남들 앞에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가끔 아무도 없는 곳, 또는 아무도 몰래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캠프장에서 불을 피울 때라던지.
"위그드라실로 뭉쳤는 데 해결한 사건이 딸랑 하나라는 걸 제외하면 이 팀에 잘 적응했고 만족합니다."
예전에 일이 산더미였던 경찰서와는 다르게 이곳은 너무나 한적하다. 사건이 없으니 월급루팡하고 좋긴한데...아쉽다.
"그나저나 사실 익스퍼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하길래 뭔가 특별한 훈련장이겠거니 기대했는 데 평범한 헬스장이군요. 예성씨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의 숙달정도나 활용법을 늘리기 위해선 좀더 다채로운 훈련 장소나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아니면...뭐..."
사실 이건 소라나 다른 높으신 분들에게 건의해야겠지만 뭐...그도 나름 여기의 첫번째 팀원이자 소라와 잘 아는 사이 같으니. 그리고 나중에 올 말은 삼킨다. 사실 초능력 나오는 만화나 애니 보면 항상 나오는 것처럼 능력자 간 대련을 생각했지만 만화는 만화다. 여기는 사람이 통구이가 되고 감전되어도 무탈하게 회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C나 B등급이라고 해서 불꽃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말에 예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자신은 그쪽 계열의 능력자가 아니었기에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자신이 아는 익스파의 파장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그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생각하며 예성은 고개를 괜히 갸웃했다. 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굳이 더 입을 열진 않았다.
"그 발언. 더욱 업무를 많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일단 경찰 업무도 같이 보고 있으니, 일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런 거 있잖습니까? 근처 유치원에 교통안전교육을 간다거나 그런 것들."
그가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한적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업무들을 한적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진 알 수 없었으나, 일단 크게 신경쓰진 않으며 예성은 가만히 몸을 풀듯 두 팔을 위로 쭈욱 뻗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허나 곧 들려오는 말에 예성은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화연을 가만히 바라봤다.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겁니까? 제 능력에 대한 걱정을 해주시는 거라면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 능력은 애초에 이런 훈련장에서 연마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펑션 핵. 간단하게 기기를 제가 원하는대로 해킹해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여기서 능력을 갈고 닦는게 아니라, 제 신체 능력이나 경찰대에서 배운 실전 이론들, 제압법, 포박법 등을 연습하는 편입니다.'
입가를 아주 살짝 올리면서 예성은 화연을 바라봤다. 허나 그 이상의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말을 끝낸건지, 아니면 그냥 적당히 숨기는건진 알 수 없었으나 그 목소리가 마냥 농으로 던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예성은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뒤이어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예성은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둔 큐브 형태의 큐브웨폰을 끄집어내고 가만히 돌리다가 다시 손바닥 위에 내리면서 들려오는 말에 대답했다.
"네. 경우에 따라서는 더더욱 강한 스파크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어디까지나 이것도 일단은 기계니까요. 정확한 구조까진 저도 잘 모릅니다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익스파에 대한 연구가 꽤 발전했다는 이야기겠죠."
조금 신기하게 큐브를 바라보던 예성은 그 큐브웨폰을 빠르게 경찰봉 형태로 바꾸면서 마치 보란듯이 스파크 크기를 정말 자유롭게 조절했다. 정말로 약한 소리에서부터 시작해서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위험해보이는 파지직 소리까지. 정말 다양하게 소리를 울리다가 다시 큐브 형태로 돌린 후, 예성은 그 큐브를 다시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매일은 아닙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일단 사무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언제 현장에 나가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오퍼레이터가 현장에 나갈 정도의 일은 가급적 없었으면 합니다만."
저번 싱크홀 사건에서도 그는 굳이 현장에 출동하진 않았다. 대신 서에 앉아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며 서포트하는 일을 했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그런 사실을 이야기하는 예성의 얼굴에 약간의 아쉬움이 녹아내렸다.
뭐 선배한테 잘 보이는거라고 생각하셔도 되구요. 그녀는 태연하게도 말하며 미소를 지었고 조심조심 패널에서 내려놓은 장치를 살폈습니다. 당연하지만 애지중지 다뤘으므로 문제 없음. 그녀는 감사인사를 하는 당신에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미소지었습니다. 뭐.. 평가를 올려놔서 나쁠건 없긴 하니까요.
"그런가요? 다른 사람의 물건을 쓰는거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동료거라고 막 쓰는 사람들이 더 문제겠죠. 그녀는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나온 칭찬을 ㅡ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ㅡ 하면서. 프린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소리에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문제가 있던게 아니니 작동하는게 당연하고. 그렇기에 그녀는 기계가 좋았습니다. 기계가 잘못된건 사실 대부분 사람의 문제였으니까요.
"고쳐져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당신의 머리위에 전구가 깜빡인듯한 모습을 본거도 같았지만, 현실에서 그럴리도 없으니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점심 권유에 그녀는 눈을 굴렸습니다.
아...
"그럴까요."
거절하기도 뭐하고. 그녀는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뭐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으니까요.
사실 생각만으로 변신하는 큐브나 몸에서 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데 무엇을 못믿으랴. 근데 진짜 개인에 맞는 훈련장을 만들어준다니 대체 국가기관은 얼마나 돈이 많은 걸까 감탄했다.
"고장이 안난다니 참 대단하군요."
그의 능력은 기계를 조종하는 능력이지 전기 능력자는 아니다. 따라서 아마 큐브에 있는 전기를 쓴다는 것인데...정녕 무한 동력이 만들어 진것일까?
예성은 경찰봉으로 바꾼 큐브웨폰에서 다양한 크기의 스파크를 정말 자유롭게 조절했다. 정말로 약한 소리에서부터 시작해서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위험해보이는 파지직 소리까지. 정말 다양하게 소리를 울리다가 다시 큐브 형태로 돌린 후, 예성은 그 큐브를 다시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