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청해시 한 경찰서에 한 사람이 턱을 괴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업무에 대단히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원래 말단이 너무 유능한 티를 내면 손해보기 쉽상이다. 제출하라던 보고서는 진즉에 끝을 본지 오래였으나 사민은 그보다 늦게 보고서를 제출할 작정이었다. 사민은 평범한 수준의 말단 직원 취급을 받아 일을 편해지고, 상사는 상사대로 유능한 사람이 될테니 상부상조, 윈윈전략,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없는데 유능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고달프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니 제출을 해보실까. 사민은 마우스를 움직여 인쇄하기를 클릭했다.
"어라?"
불길한 띠링소리와 함께 에러가 떴다. 컴퓨터에 대해 배워본 바가 없는 사민이 에러 코드와 영어 문구를 이해할리가 만무하다. 프린터를 확인하기 위해 왔다갔다하기를 반복, 분명 프린터도 잘 작동하는 것 같고 연결도 되어있고 제품명도 이게 맞는데... 망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사민이 곰곰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곱씹어보았다. 이대로 더 지체되면 나는 점심시간에 일하는 루저 외톨이 머저리가 되는거다. 그럴수는 없지. 이럴때는 상급자에게 질문을 하는게 맞다.
"저기요..."
사민은 몸을 틀어 주변에 인상 좋아보이고 능력 좋아보이는 선배 한 명을 골라 말을 걸었다. 재빨리 명찰과 책상을 훑는다. 이름은 아 연우... 이름에서부터 친절하고 유능한 냄새가 난다. 이제는 연우의 얼굴을 티나지 않게 본다. 움직임이 조심스럽고-그냥 느린걸지도 모른다- 눈과 입이 웃고 있었다. 관상을 좀 보는데 신입을 도울 상이다.
그녀는 마침 창고에 갔다오는 길이었습니다. 창고 정리겸,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이었죠. 조금 무거운 장비였기에 그냥 좀 단련한 여성 수준의 근력인 그녀에게는 생각만큼 쉬운 무게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장비를 자리에 가져가기전. 옆에서 자신을 부른듯한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습니다.
"왜 그러세요, 선배?"
사람좋은 미소가 더 크게 떠올랐습니다. 분명히 자신보다 어리고 그 차이가 6년이나 나므로 사실상 경력상 선배일 가능성은 없는 상대.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애초에 누구를 봐도 선배라고 합니다. 아무튼간에 그녀는 프린트가 잘 안된다는 말을 듣고서는 무거운 장비를 패널을 몇개 이어붙여 그 위에 올려두고 자리로 다가갔습니다. 울상을.. 짓고있는 걸까요? 왜 우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으음-"
프린터 작동 ok, 연결 ok, 컴퓨터 전원쪽 문제도 아님. 다행히 자료가 날아갔다거나 하는게 아니니 출력문제만 해결하면 될거 같은 상황. 그녀는 아마 큰 무제는 아닐거라고 당신에게 말하면서 차분하게 문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서인가요?"
프린터에 용지는 충분한지 잉크는 충분한지 같은 가벼운 문제부터 프로그램적인 문제까지. 일단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다소 평탄해보였습니다.
사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우를 다시 한 번 봤다. 선배라는 단어로 머리가 꽉 차버린탓에 눈이 빙글 돌았다. 내가 왜 선배지? 분명 자신보다 숙련되어 보이는데다가 분명 첫날에 얼굴을 봤는데... 사실 사민은 선배라는 호칭을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 선배라 불리는 것에 나름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과 누가봐도 자신보다 상급자인 사람에게 선배 호칭을 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사민은 안절부절 못해하다가, 결국 별 다른 말 못하고 연우를 졸졸 따라갔다.
"예... 점심시간전까지는 제출하고 싶어서요."
별 문제 아니라는 말에도 사민은 초조해보였다. 마르지 않은 손으로 깍지를 끼는가 싶더니 금세 풀어서 소매를 만지작거리는게 여간 부산스럽지 않았다. 속으로는 그보다 더 난리였다. 상상속의 사민은 상사에게도 혼나고 새로 생긴 후배-?-에게도 안 좋은 인상을 심은데다가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 배고픈 오후를 보냈다. 끔찍한 일을 상상하는 건 사민의 만성적인 악습관이었고, 느긋해보이는 연우가 눈에 들자 겨우 상상을 헤치고 현실로 나왔다.
"헉, 멋져요. 엄청 잘하시네요. 저 진짜로 걱정 많이 했거든요. 보고서도 제출 못하고, 팀장님한테 혼나고 야근도 하고 집에가서 부모님한테 야단도..."
아직 해결도 안됐는데 재잘재잘 말 붙이는 성격으로 보아 투머치토커 혹은 TMI폭격기라 부를 수 있겠다. 뒤늦게 방해가 될거라는 인식이 있는지 입을 다물고 연우가 하는 일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혹여나 나중에 또 문제가 생겼을때 해결을... 혼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점심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이거 고치는데 오래 걸릴거 같지도 않았으니까요. 잠시 시계를 확인하던 그녀는 다시 문제점을 찾기 시작하며 마우스를 딸깍였습니다. 예상대로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닌거 같습니다. 클릭 몇번. 툭툭 하고나서는 아마 고쳐졌을거라 말하며 자리에서 살짝 비껴났습니다. 그 사이에 패널을 움직여서 장치를 안전하게 옮겨두고..
"일단 혹시 모르니 프린터도 잠깐 껏다가 킬게요."
원래 재부팅이란 중요한것. 그녀는 보고서를 한번 더 보험삼아 저장하고는 프린터의 전원을 꾸욱 눌렀습니다. 그리고서는 당신에게 한번 인쇄해 보시겠어요? 하고 덧붙인뒤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리를 뜨지는 않았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지만 기계엔 약하다거나 그런 사람들도 꽤 있었죠. 이번에는 그런 느낌일까요? 그녀는 별거 아닌 생각을 하며 눈을 깜박였습니다.
"혼나는건 모르겠지만.. 야근을 막 시키고 그러실분은 아닐거 같은데."
그건 아닌가. 사람을 파악하는게 느린 그녀이므로 막 자신감은 없었습니다. 그녀는 소라에 대해서 잘 아는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집에서 야단을 맞는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당신도 집이 엄한가보구나.. 하고 눈을 깜박였습니다.
"뭐 인쇄가 안되는것뿐이니까 다른 분 컴퓨터를 빌려도 되고. 아마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죠."
자캐의_귀신의집_반응을_말해보자 - 별로 안 무서워해~ 원래 귀신 안 무서워하는 편이고 어차피 여기 나오는 귀신들은 시급 받고 열일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몰입이 잘 안 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같이 간 사람들 놀리려고 리액션 열심히 하고 장난 엄청 칠 것 같음...(어머나엄마야세상에!!!저기봐요저저저기저기저기에....! 앗, 아무것도 없네요?😉 …에이방금까지는장난이었고이번에는진짜예요~여기와주실래요이쪽에뭐가있는것같은데???아니가까이와서잘보면보일거예요제눈에는보여요~이밑을잘보면…와악!!!!!!!(놀래킴)하하하하 속았대요~😚😚😚) 본인은 안 무서워도 귀신의집을 도합 205%로 즐기는 히네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