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아버렸네..ㅇ<-< 키라 슉 슈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라주 금손이야~!! 독고 신도 너무 좋고...그리고 지금쯤 애조씨는 평생 기억에 남을 그 사건을 곰곰이 되짚어 보며 노트북에 전부 기록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 지금은 '이런 사건도 있는 법이지.' 하고 생각할 거야. '생명 수당만 잘 챙겨주면 되는 일이고.' 같은 생각도 하겠지..🤔
오늘은 근무가 없는 비번날. 그동안 바빠서 잘 찾아가지 못했던 집을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 경찰이라는게 원래 일찍 일어나야하는 법이지만, 야간 근무가 있는 날도 있는터라 생활리듬이 일정치 못해서 잠을 더 자야하는 날이다보니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또 핸드폰이 불타듯이 울려댈테니 아무리 피곤해도 가야한다. 집을 나설때는 평소의 편한 복장이 아닌 조금은 골라입은듯한 테가 나는 옷을 입은채다. 청해시를 빠져나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채 눈을 감자,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려온다.
'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
경찰 된게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꺼드럭거리는듯한 어깨와 목을 연신 돌려가며 풀어준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다고 끝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고 또 가야하는 곳. 왜 이렇게 서울 외곽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사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서울 지하철에서 앉을 곳 하나 찾지 못해 손잡이에 의지한채 도착한 곳은 서울의 외곽지역. 별로 내리지 않는 사람들을 보니 역시나 한가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근처의 치킨집으로 향한다. 어제 전화로 미리 주문까지 해놨으니 오늘 약속을 펑크내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큰 박스에 치킨이 차곡차곡 들어가고, 미리 계좌이체로 대금을 지불한터라 감사하다는 인사를 뒤로한채 택시를 잡는다.
" 봉사활동 가시는거에요? " " 아뇨, 집에 가는거에요. "
트렁크를 열어주는데 치킨 냄새가 나자 택시 기사는 상자 안을 슬쩍 보고서는 내게 물었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봉사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이 가는 곳이니까. 다행히 기본요금보다 조금 더 낼 정도의 거리정도이기에 금방 도착한 나는 트렁크에서 힘들게 상자를 꺼내서 품에 안았다. 치킨 주제에 쓸데없이 무겁기나 해.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낡은 2층의 가로로 길쭉한 건물이었다. 언뜻 학교처럼 보이는 이곳은 널찍한 운동장도 있어서 몇몇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내가 정문으로 들어가자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내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순식간에 뛰어온 아이들은 상자 안을 점프해서 바라보면서 날 향해 말했다.
" 삼촌!!! 삼촌 왔다!! "
하하, 이젠 삼촌이란 말을 들을 나이가 되어버렸네. 양 손이 비어있었다면 뒷통수라도 긁적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손은 치킨들을 사수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중 한명이 쪼르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익숙한 얼굴의 여자와 학생이라는 티가 확 나는 아이들 몇몇이 같이 나온다.
" 오랜만이에요. 원장님. " " 그래. "
이젠 나이를 숨기실 수 없는건지 주름이 확연히 늘어난 이 사람은 날 어릴때부터 챙겨주신 원장님.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내가 어릴때부터 돌봐주던 아이들이다. 이젠 중학생, 고등학생이라 키가 부쩍 커서 나보다 더 큰 애들도 있어서 볼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치킨은 자연스럽게 내 손에서 남자애들 손으로 넘어가고, 빠른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아이들 뒤를 천천히 걸어간다. 세월이 지난만큼 건물도 낡았고 원장님도 늙으셨다.
" 경찰 일은 안힘들고? 이번에 근무지를 옮겼다고 들었는데. " " 속초에서 청해로 옮겼어요. 이번에 시범적으로 창설하는 팀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 " ... 경찰에서 특별한 일이라고 하면 보통 위험한 일 아니니? " "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진짜 별거 아닌 일이니까. "
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원장님의 안경 너머로 시선이 마주친다. 정말이냐는 뜻이 담긴 시선에 마음속으론 뜨끔했지만 생명수당까지 받는 위험한 일이라고는 절대 말씀드리지 못한다. 아이들 한명한명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이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아직까지 원장님 앞에서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스킬을 터득하지 못했다.
" 알아서 잘할거라고 믿으니까. 유진이도 ... 내가 간섭할 시기는 아니잖니. " " 그럼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저는 항상 건강하니까요. "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식당으로 들어가니 보육원의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서 상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치킨 하나만 해도 냄새가 장난이 아닌데 그게 엄청나게 있으니 버티기 힘들겠지. 하지만 원장님은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시지만 그만큼 예절엔 엄격하신 분이다. 부모없다고 무시 당하면 안된다, 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시니까.
" 오늘은 오랜만에 유진이가 놀러왔는데, 이런 큰 선물까지 가져왔어요. 원래는 곧 저녁시간이라 먹으면 안되지만 특별히 허락해주는거야. 알겠지? "
이거 먹으면 저녁은 못먹을텐데.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해하시는 원장님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괜시리 뿌듯해진다. 치킨은 보육원에서 대장역할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정도 아이들의 손에 의해서 각각의 테이블로 전달되고 접시와 포크까지 전부 세팅이 끝나자 다들 원장님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 그럼 먹기 전에 뭐라고 해야하는지 잘 알지? " """ 감사합니다!!! """
어후, 애들이 뭘 먹고 크길래 이렇게 목청이 큰거야. 하지만 다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원장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렇게 복작복작한 식당이지만, 나에게는 몇 안되는 안식처다. 비록 짧은 휴일이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