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1:1 카톡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6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 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앨리스는 여름이 뜨거운 계절임을 알았다. 얼마나 불탈 수 있고, 얼마나 녹아 내릴 수 있는지도 잘 알았다. 그러나 나열된 문장 안에 ‘사람이’ 를 넣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간과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스물 두 살 쯤의 여름은 그런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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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 포레스트 사건을 현장팀 단독으로 주도한 이래, 내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공기가 서서히 불쾌해지는 만큼 다른 팀 소속 인물들의 시선도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적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다니엘이 오기 전부터 현장팀은 서서히 고립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 그녀는 특수 장비 제작을 담당하던 직속 공방과 연결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녀가 가진 골드버그 장치 능력으로 이목을 끌어 현장팀을 아예 고립되지 않게 한 것은 선배들에게도 칭찬받는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애초에 현장팀은 사내 병원 쪽과 떼어내려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공방 쪽과도 연결고리를 확보해 놓았다. 두 날개를 근간으로 정보팀과도 연결을 해 보려고 그녀는 나름대로, 해보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다만, 일단 그녀가 당시엔 5년차 현장팀 소속이라는 점이 계획을 그저 구상에 지나지 않는 단계에서 멈춰 서게 하였고, 그 다음으로 푸른 꿈 사건이 내부를 혼돈으로 몰고 가 계획이라는 이름의 여러 종이쪼가리가 다른 종이쪼가리에 파묻혀버렸다.
그래서, 다시 그 해의 여름. 누구 한 명이 불화의 씨앗을 던지면 당장이라도 파벌이 갈리건 네댓조각으로 쪼개져 버리던 이상하지 않을 상황. 뜨거운 공기가 유난히 모두의 목을 조이고 있던 시기. 정보팀이 눈치를 주고 상황실이 말 없이 상하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듯 하던 때. 모두가 유리로 만든 실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 같았던 날.
…폭풍의 눈이 별안간 회사 내부를 들쑤시기 시작한 건 어쩌면 행운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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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엄밀히 따지자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느 팀에 속해 있는가? 라고 묻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개인 대 회사로 협력 계약을 맺은 정보 제공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이 성립될 당시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재단에 소속된 여러 사람들이 끊임 없이 발걸음하던 취조실. 조용하길 바랬음에도 시끄러웠던 주변. 아마 취조실 밖에서는 자신의 욕을 신나게 늘어놓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웃었다, 그게 내 알 바 인가? 지금은 계약의 내용이 중요했다. 높은 사람들과 맺은 개인 대 회사와의 계약은 지극히 저한테 유리한 계약이었다. 자신이 뭘 들출 수 있고 어떤 것을 바깥에 떠들 수 있는지 그들이 가늠해 버린 탓에, 그들은 그만 계약서를 허술하고 불공정하게 작성해 냅다 바쳐버린 것이다. 뒤늦게 알아챘는지 추가 조정을 하자고 했지만, 그 시일이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는 남은 시간 안에, 제법 비굴하게 군 이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뒤엎어 깡그리 불태우고 싶어 졌을 뿐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간단했다. 그는 보호를 약속받았음에도 삐걱거리는 회사 내부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기별 회의에 처음으로 참여해 안건을 내어 놓아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의사가 없는 놈들과 내가 왜 같이 일해야 하나. 그는 커다란 회의실에서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기어이 강단으로 내려가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어라 말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외부자 취급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강제로라도 의지를 쥐여 주고야 말 것이라고, 불을 붙일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회사 내부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정보만 뱉어 주는 자판기로 보인 모양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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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관용구가 있다. 누군가의 시점에서 보자면 굴러 온 돌은 빼도 박도 못 하게 다니엘 워커를 가리킬 것이다. 굴러 온 돌은 계속해서 박힌 돌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굴러다니고 있었다. 분기별 회의에서 제 증명을 못 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도 느끼는 듯이. 숨 죽인 채 모 난 곳 만을 깨트리려는 수많은 박힌 돌들 사이에서, 유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있었다. 그는 정보팀 앞에 있었고, 조금 멀리에는 붉은 머리의 누군가가 정보팀 소속의 다른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정보팀에 정보를 요청하러 온 상황실 사람인 것 같았다. 대화 내용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선배, 들어 보세요. 사건 자료는 충분히 넘겼다니까요?” “정말로 그게 다냐? 그 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해결이 되냐니까?” “얼마나 더 듣고 싶으시길래 그러시는 거에요?” “솔직히 말해 봐. 외부 인력이랑 손 잡은 거잖아, 아니야? 작전 설계는 우리 상황실이 담당하는데.”
붉은 머리의 여자, 앨리스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대체 왜 시비를 붙이는 건지,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건지.
“외부 인력이요, 네, 경찰 분들이 협력을 요청하셔서 당연히 경찰 분들이랑 일 했죠. 상황실이 손을 많이 뻗어 주셨으면 결과가 또 달라졌을 텐데!” “…거, 소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외부 인력은 저도 포함인가요?”
정보 제공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딛어 다가와 무거운 말을 쑤셨다.
“아, 회의 때 난리 친…” “난리는 씨X 말 하나도 안 뱉는 댁들이 등X인 거고.” “야, 야, 잠깐만.”
그리고 급작스러운 욕설에 앨리스는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말리는 스탠스를 취했다. 다니엘은 대화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말림을 당하자 외려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말이다.
“뭐.” “갑자기 와서 뭐야?” “그러게, 넌 뭔데 끼어들어?” “정보 제공자가 달리아 포레스트 사건에 공 좀 얹어서 이야기에 끼어나 들겠다는데 꼽습니까?”
시퍼런 눈빛이 새싹을 닮은 눈을 꿰뚫어 본다. 앨리스는 분명 이 자식이 어떤 목적이 있어 하이에나처럼 물러 왔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러나, 그 먹잇감이 자신은 아닐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그의 발이 선배와 저를 갈라버리고, 그 발은 저한테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그 쪽이 설계했어?” “경찰 분들 도움도 컸고, 현장팀 베테랑 분들 도움도 있었죠? 상황실이 뭘 어쩌고 있었다고?” “…작전을 공모해야 했는데, 정보팀한테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하거나 상황실이랑 함께 전술을 고안하고 지휘를 맡기거든.” “이상하다. 난 댁을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왜 배짱을 부리지?” “허,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니까 그렇지.”
다니엘은 이 곳에 둥지 튼 이래 기묘한 공기의 마찰 하나를 눈 앞에서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거 알아요? 수사실에는 나랑 얘밖에 없었어. 사내에 사건이 알려졌으면 뒤늦게라도 도와주러 올 생각을 하셨어야지.” “…사내 연구원들한테 이것 저것 조사를 맡겨서 퍼질 수밖에 없는 구조기는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래, 그 방의 화이트 보드는 앨리스와 다니엘의 마카 자국만 빼곡히 남아 있다. 다른 이들의 것은 하나도 없다. 그 방에 들어온 것도, 이야기를 나눈 것도 이 두 사람 뿐이니까.
“저희라고 단독으로 해결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에요. 얼마나 안 도와주셨으면 제가 먼저 협력 요청을 드리지도 못 했을까요?”
그리고 이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 현재의 상황이 이러하다고 알려주는, 붉은 머리의 새싹이 보내는 말. 다니엘은 저런,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기별 회의에선 아무 것도 안 하고, 단독 임무를 수행한 현장팀한테는 뭐라도 뜯어가려고 하고. 음, 내가 보호 받아야 하는 조직이 고작 이따위라니. 무려 지휘권을 가진 곳이. 대단하다!” “이봐, 말 함부로 하지 마.” “그렇게 만든 게 당신네들인 걸 어쩌라고. 가십쇼, 넘길 자료는 댁들 머리로 잘 굴려서 추측이나 하고 놀아.” “…다음 작전때는 얼굴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선배.”
정보팀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상황이다. 다른 팀 두 명이 자기 팀 사무실 앞에서 싸우다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축출령을 내리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쫓겨난 이는 2대 1의 말싸움에서 패했고, 정보 제공자는 이제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일단 그가 정보팀에 들른 이유부터 해결한 다음에. 그는 정보팀의 총괄자에게 붙잡혔고, 앨리스는 다니엘에게 붙잡혔고. 다니엘의 요구와 총괄자의 요구는 간단했다. 정보의 교환과 다니엘이 임시적으로 소속될 만한 직책을 줄 것. 정보는 정보로, 대가 또한 정보로. 임시적으로 소속되는 만큼 정보팀에 들어가는 정보는 늘어날 것이다. 둘의 요구는 하나의 합의를 만들어 냈고, 일처리는 빨랐다.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는 있는 편이 좋다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기묘하다고 앨리스는 느꼈다.
그리하야, 총괄자가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눌 게 있어 보인다며 상냥하게도 자리를 비워 준 지금. 앨리스는 다니엘이 어떤 것을 묻기도 전에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그녀도 잘 몰랐다. 5년차라는 경험은 얕보일 연륜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 마저도 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저 어느 순간부터 상황실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으며, 정보팀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요청하기 힘들어졌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는 정보팀이 이야기에 들어가자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그럴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겐 언제나 이면이 있고 모순이 있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충분히 이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석연찮았다. 총괄자라는 사람이 정보는 정보로서 대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러니까 그 ‘어느 순간’이 언제인데?” “으으음… 말 그대로. 딱 언제라고 짚지는 못 하겠어.” “넌 그 ‘어느 순간’에는 아직 2~3년차 정도였겠고?” “…그렇지?”
다니엘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그의 말에서 앨리스는 무언가를 유추해냈다. 성인일 때 2~3년차라면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자 시기가 겹쳐 있다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아직은 어리숙하고, 사회에 갓 발을 내딛을 시기의, 파릇한 인재.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연륜 있는 사람들…
“아니, 잠깐만. 무슨 생각 하는 지 알겠는데, 아니, 설마.”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내 선배들을 의심하는 거야?” “그렇지? 눈 귀 다 막고 우리가 정당해요, 하는 건,” “현장팀은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너가 모든 걸 다 알아? 진심으로? 푸른 꿈 사건의 용의자가 말했다. 꿈 속에서 남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모습을 관찰한 자가 말했다. 새파란 눈이 붉은 머리의 여자를 바라봤다.
“정보팀에 왔으니까 일단 여기에 물어는 보자고. 그동안 왜 협력이 안 됐는가, 그거. 총괄자분 한테 여쭤 보자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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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정보로. 다니엘과 총괄자의 합의가 그러했듯이, 현장팀과 정보팀간의 교류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비단 현장팀과의 교류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팀과의 교류가 그렇게 이루어졌다. 정보란 그런 것이고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속한 팀인 정보팀이란 그런 집단이었다. 그런 곳에서 정보를 내어주지 않는 이유란 단순하다. 교류를 먼저 끊은 쪽이 존재한다는 것. 총괄자와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총괄자는 당시로부터 2년 전 정도를 기점으로 정보가 굉장히 허술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이 회사가 일단은, 인명 구조를 위한 곳인 건 나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러려면,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하고… 그걸 다듬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해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주기 싫어서 안 준게 아니라…” “네.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 만한 정보가 이 시점부터 많이 부족했거든요.” “…세상에.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자, 이게 바로 사내 정치란다, 앨리스 맥거프… 아마.”
그래서 정보팀은 정보 제공자의 존재를 굉장히 환영하고 있다는 것 또한 덧붙였다. 정보팀에 할당된 에이전트들이 필요 이상으로 활동해 되려 인력의 손실이 생겼음을 총괄자는 설명했다. 다니엘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세게 조건을 달 걸 그랬다며 혀를 찼고, 총괄자는 제 패를 쉽게 보여주면 안된다며 생긋 웃었다.
“그럼 이제 가능성은 몇 개일까.” “조언컨대,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서… 가로채서 뭐에 쓰려고요?” “바로 이런 혼선을 만들기?” “그러니까 만들어서 어쩌려고?”
애초에 지금 하는 추측 자체가 정답이라는 보장도 없었지만, 세 사람은 최대한 추측하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정보팀 총괄자와 이야기가 된 것이 위안이라도 됐는지 적극적으로 이것 저것 추론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가로챈 게 상황실이라면요?” “사실 상황실도 그럴 이유가 없긴 해. 아니, 회사 목적 자체가 일단 인명 구조라고. 왜 해?” “진짜 왜 혼선이 났지?” “어쩌면 저희 팀에서 가로챔이 일어났을 지도 모르니, 총괄자인 제가 책임 지고 제 팀을 한 번…”
차가운 물을 마신 총괄자가 말을 이었다.
“…한 번 갈궈보겠습니다.” “여기에 스파이라도 잠입해 있으면 목 날아가는 건… 그렇지. 행운을 빕니다.” “만약에, 만약에 정말로 현장팀이면, 왜…? 왜…” “너네도 사람이다. 단독적으로 임무 수행 가능한데 부차적 목적에 욕심이 생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야.” “…하…” “물 마셔, 물.”
누가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내부의 적인 걸까, 입이 바짝 마르고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앨리스의 얼굴이 유달리 창백했다. 그럴 수밖에, 그녀의 제2의 삶의 터전인 곳이 이 곳이다. 그 곳에서 벌어진 일이 음험하고 치졸한 일일 줄은 그녀도 몰랐을 터다.
“이래서 대화가 중요하다니까. 이 참에 상황실까지 돌격해 봐?” “아니야… 너무 생각할 게 많아졌어…” “그럼 나 혼자 가고. 입 꾹 다물고 있는 게 어지간히 웃겨서.”
축 늘어진 앨리스를 보고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정보팀 문 앞에 있던 사람이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을 생각하고 한 말인지는 그 만이 알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아직 스물 두 살인 것을 잊지는 말자. 제법 치기 어리다는 점도 잊지는 말자. 다니엘은 상황실로 향하려다가, 정보팀 총괄자가 어떤 자료가 누락되었는지 조사되기 전까지 도와달라고 붙잡혀 버렸다. 치기 어림을 잊지 말자. 다니엘은 자료를 조사하면서 힌트라도 얻기 위해 날밤을 깔 기세로 기어이 침낭을 챙겨 왔다. 앨리스는, 앨리스는 모든 것에 머뭇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싫어서 제 선배들을 의심하다가, 그것마저 싫어 제 방에 스스로를 욱여 넣었다. 그러나 아끼는 선배고 믿었던 선배라서 이번 일을 용서할 수 있는가? 질문하면 그녀는 결국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앨리스는 제 선배들의 행적을 조심히 되짚어보고, 질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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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아직까지도 상황실이 찜찜했다. 정보팀과 현장팀 간의 마찰은 이유가 있었으나, 상황실과 현장팀 간에 일어난 마찰과 갈등은 말 그대로, 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대립하는 모습과 정말 하나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인명의 구조와 일반적 공권력의 힘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범죄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 사람 사는 곳이 원래 그렇지. 기대를 왜 했더라. 푹 죽은 눈 속에 살벌한 예리함만이 등불로 존재했다. 단어 하나 하나를 삼키고 문장 하나 하나를 읽으며 기억했던 다른 자료들과 대조하기 위하여. 새파란 눈 근처에 핏줄이 툭툭 불거져 새빨간 눈알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그는 자료들을 탐닉하고 있었다… 물론 잠을 충분히 자면서. 그의 능력 매커니즘이 대략적으로 꿈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면 그의 수면은 자료를 모으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었다. 잠을 잔 것과 별개로 휴식이 적절히 주어졌는가? 대답을 하기 애매한 문제이다. 권고했음에도 집요하게 온갖 서류 뭉치들을 뒤져가는 놈을 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망설여질 것이다. 정보팀 총괄자는 분명히 휴식을 권했고, 무시한 건 다니엘이었다.
앨리스는 사교적인 사람이었고, 그런 성격을 앞세워 넓은 인간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그녀라 할 지라도 소식이 뜸하거나 연결 고리가 별로 없는 사람의 근황을 세세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다만 현재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낼 뿐이다. 정확히는 2년 하고도 반 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그 기점부터 무슨 일이 있었지? 내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 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 텐데. 앨리스는 훈련장에 비치된 벤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모았다. 처음에는 휴가를 다녀온 다른 선배에 관한 이야기, 그 다음에는 그 선배와 다른 선배가 저가 있기 훨씬 전에 일어났던 무용담. 그 일에 있었던 다른 사람, 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도 태평하게 질문을 한다. 저번에 은퇴를 결정하셨음을 안다. 그러면 무얼 하고 계시려나요. 글쎄. 두루뭉술한 대답이 오늘따라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분기별 회의 때 어느 분이 가셨었지?” “왜? 무슨 일 있어?” “그게요, 정보팀 앞에서 제가 상황실 분이랑 싸웠거든요. 알고 보니까 그 분도 회의에 참석하셨던 분인가 봐요.”
이렇게 말을 흘리면 그게 누구인지는 나온다. 너무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 않느냐 해도, 현장팀의 아지트는 훈련장이거나 기숙사 로비인지라 쉽게 전부 모일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어떤 사람이 어떻고, 를 모아도 손에 잡히는 것은 모래처럼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뜬구름을 손에 잡겠다고 팔을 뻗는 것과 같았다. 짚이는 게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연결하는 다리도 목적지도 없이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수상한 시기에 돌연히 휴가를 자주 가거나 은퇴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건 제가 들은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메모장에 날짜를 정리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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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워커… 음… 여기서 숙식을 한 거야?” “그으으으래애애애…” “미쳤어?” “재미있어. 서류 보는 거. 같이 할래?” “아니…”
몰골이 황량한 사람이 눈만은 비정상적으로 총명한 걸 본 감상은, 저게 집착인가 혹은 광기인가. 미쳤냐고 평을 했으니 광기라 명하겠다, 앨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보팀에 슬며시 입성했다. 총괄자가 따로 쓰는 방에 널부러진 침낭 하며 식사 대용으로 먹은 크래커의 부스러기 하며, 이게 숙식한 사람의 방인지 아니면 대피소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각종 서류철과 온 사방에 빼곡한 책장 속 책들이 아니면 그냥 순 버려진 공간에 남루하게 먹고 잔 노숙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오델로 게임?” “심심하잖아.” “재미있게 했습니다. 이런 게임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으으으렇지.”
며칠 사이에 죽이 잘 맞는 사이가 된 게 새삼 신기해 앨리스는 두 사람을 멀거니 쳐다만 봤다. 와, 저 도라이한테 사회성이 있었구나.
“그럼 수상쩍은 게 대체 뭐였는지 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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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빈 자료를 메꾸고 2년 반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가 처리 문서가 유독 지저분한 것을 발견했다 진술하는 것으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주어진 휴가 외에도 기간이 지나치게 길게, 심지어 이를 허가한 사람의 사인이나 낙인은 남아있지도 않았다. 이것이 관례였다면 넘어갔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 이전과 이후에 남은 기록은 평범하게 깔끔했고 가끔 누락이 생겨 이후에 덧붙인 내용들로 잉크가 조금 번진 것 뿐,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이 시기의 휴가 문서가 왜 수상한가? 지나치게 빈 곳이 많다는 것이다. 다니엘은, 처음에는 이 것도 다 채워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자면서 이 시기의 기억을 들여다 보겠노라 했다. 그런데 생각 이상의 소득이 나온 것이다.
“의원 한 분이 개인적으로 용병으로 쓰고 계시더라고?”
아까 봤던 눈 안의 총기는 광기가 아니라 정답에 근접한 이의 기상이다. 앨리스는 자신이 들었던 명단 하나 하나를 보여줬다. 대조함으로써 검증하고, 앨리스가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옮겨 들으며 추론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기, 갑작스럽게 은퇴하신 분들이 몇 있는데…” “…오.” “발이 좁다고 내가 생각은 안 하거든. 소식이 닿는 분들도 더러 있고, 알음알음 전해지는 분들도 계셔. 그런데 이 분들은 유독 조용한 편이더라.” “음, 사직서 처리 명단에 계실 겁니다. 유달리 기억에 남아요.”
소식 없는 이들 중에 유독 어린 나이에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그럴 수 있다, 영웅이라는 이름 하에 미지의 힘을 가지고 미지의 힘을 가진 적과 맞서는 일이다. 고된 일이고, 목숨을 건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지만…
“이직하신다고 넌지시 말씀하셨었죠.”
영웅이 이직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이 활동을 그만 둬도 재단 내 임원(이사나 의원으로 통칭되는 바로 그 직책)을 맡거나, 현장팀에서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상황실이 대표적이다), 아니면 재단 소속 학교로 직책을 옮겨 교육자로 일하는 것이 남은 미래였다. 그럼에도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은 꽤, 이상한 점이다. 다니엘은 꿈 속에서 다른 정보를 물어 왔는지, 서류철에 손을 얹어 덮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에 상황실 소속 그 사람. 맥거프 씨가 선배라고 부른 그 사람… 도 한 의원이랑 접점이 있었고.” “어, 뭐?” “사실, 그럴 수는 있지. 가끔 뭐 높은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 호출하고 뭐… 그러잖아.”
서류철 위에서 피아노 치는 손가락이 흥겨운 듯 무겁다.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앨리스 맥거프. 혹시 이 이름을 알아?”
노닐던 손이 펜을 잡고 이름을 적었다. 앨리스가 익히 아는 이름이다. 이번 회의때 현장팀 측에서 참여한 인물. 다니엘은 다른 서류철을 집어 펼쳤다. 보고서, 2년 반 전부터 부실해지기 시작했던 현장팀의 보고서이다.
“…이걸 먼저 봤어야 했는데.” “알아. 그 사람은 위치가 어느 정도 되나?” “10년은 넘게 계셨지. 응… 베테랑이시고. 훈련소 리모델링도 건의하시고…”
…어쩌면 그 건의의 배후에. 새싹같던 눈이 흔들린다. 다니엘은 잔인하게도 이후의 보고서들을 하나 하나 살피면서 이름을 나열했고, 정보팀 총괄자도 상황실과 주고 받은 기록 속에서 시비를 유독 잘 거는 선배의 이름을 필두로 보고서 내에 불분명한 정보가 많은 인물들을 특정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세상에는 아니야. 놀라운 게 뭔지 알아?” “더 놀라기 싫은데.” “이 상황을 딱히 특정 지을 만한 게 없다는 거야. 그래서 이 일이 왜 일어났는가. 우연으로 2년 전에 일어난 휴가 대란과 겹친 게 아닌가.”
한 마디로, 물증도 없고 증인도 없다. 있는 증인이 호의적이리란 확신도 없다. 사태 자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리 마저도 없다.
“그러니까 크게 두 개군요. 하나는 정보를 가로채거나, 목적을 가지고 엉터리로 넘긴 것. 다른 하나는 인력의 외부 유출.” “이걸 이으려면 목적이, 목적이… 아까 용병이라고 했잖아.” “그으으으래. 용병이라고 하기도 뭣 하던데, 과시용 그런… 그런 거. 어.” “두 문제가 겹쳐서 나왔고 목적도 나왔는데 연결이, 연결이…”
그들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정보는 대체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고립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서로 다른 이가 지시한 것인가? 아니다, 같은 이가 한 것이다. 무엇을 위해? 펜으로 두 문장을 슥슥 잇던 다니엘이 손을 멈췄다. 내부 사정이 어땠더라?
“내부가 흉흉하다고 했지?” “그래.” “흉흉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합니까, 총괄자씨?” “해결하려고 하거나, 이탈하고 싶어하죠. 직장이 크게 휘청거릴수록 더더욱.” “…잠깐, 그러면.” “그냥 추측이긴 한데, 맞으면… 맞으면.”
펜의 끝을 슬쩍 깨물며 새어 나오는 목소리는 상쾌했다.
“맞으면 이 새X랑 엮인 사람 다 죽일 거야.” “진정해!” “아니, 내 말은 해고한다고.”
인력을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내부 분란을 조장하고 이간질을 했다. 감히 그랬다면 재단 내부에서 무슨 무슨 위원회가 꾸려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 파멸적인데,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그는 자비로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맥거프, 대화하면서 뭔가 쎄한 구석이 있던 사람은?” “벌써 그렇게 갈라 버리긴 싫은데…” “흐으음. 좋아, 아예 그 사람들을 회유해 버리자.”
여기는 지금부터 대책 본부다. 총괄자의 허가가 10초 뒤에 나온 것은 기분 탓이다. 해야 할 일, 증인을 회유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 그리고 이 사태를 끝내는 것. 고립을 멈추고 각 부서가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 앨리스는 그 때를 회고한다. 그 일이 그녀가 입사하고 5년 뒤에 일어난 일이고, 다니엘이 협력한 지 불과 몇 달도 안 돼서 일어난 일이라는 게 제일 어이가 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