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이 넣어준 사탕을 입안에서 조심히 굴렸다. 음, 맛있다, 이거.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아랑이 딸기맛이라면 감기약까지 좋아한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그거 호불호 갈기는 건데, 딸기맛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거구나. 만약 이 아이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딸기맛 과자면 실패할 일 없겠다.
“ 맞아 봄이 빨리 지난 게 아쉬워~ 그래도 요샌 겨울에도 딸기가 잘 나오니까 가을이 지나가면 또 딸기를 잔뜩 먹을 수 있을 거야. 왠지 겨울에 편의점에 가면 딸기 들어간 신제품이 많이 나오더라구. 딸기맛 나는 영양제도 좋아할 거 같네에, 그 과일맛 종합 비타민! ”
딸기 맛이라기엔 다른 과일 맛도 섞여있지만, 덧붙이며 홍현의 옆에서 낙엽을 뒤적거리며 작게 웃었다. 예쁜 낙엽을 찾은 건 아니지만, 혼자 뒤적거리는 게 아니니까 뭔가 좀 즐겁다~
“ 으응, 아무래도 내가 가질까 싶어~ ”
다른 줄 사람이 있느냐는 말에 고민하나 싶더니, 내가 가질까 싶다는 말을 한다. 다른 줄 사람... 하니까 여러 사람이 떠올랐던 탓이다. 경아 언니도 낙엽 책갈피가 어울릴 것 같고, 해인이 선배도 주면 좋아할 것 같고, 진짜 빨간 단풍잎을 찾으면 그건 연호가 생각날 것 같다.
“ 예쁜 여러 개 찾으면 다른 사람도 주겠지마안, 하나 밖에 못 찾으면 그건 내가 가지는 게 나을 것 같아~ ”
>>605 남자 학생회장이든 여자 학생회장이든 매력 뿜뿜일 거예요! :D !! 원래 연플 맺기 전에는 비서... 라는 직업을 염두에 두고 비서학과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호텔 후계자(오빠)의 비서인 것이죠... :3 지금 아랑이는 비서학과가 아니라 경영학과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경영학과 졸업하고 나서 뭘 할지가.... :Q..... 하다가 퍼뜩 게스트하우스 운영하는 아랑이가 떠오르네요.... :3 호텔 관련 쪽으로 가면 호텔리어나 호텔회계팀 근무 있긴 하지만요... <:3 비서 안 하고 그냥 회계팀 근무쪽으로 가도 괜찮으려나... 라는 생각도 들고... 왠지 생각할수록 고민이 되는데요....ㅋㅋㅋㅋㅋ 일반 기업으로 가면 마케팅쪽에서 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랑이가 현재 직업삼고 싶어하는 게 없어서 어케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3 고3 때 뭔가에 꽂혀서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경영학과 or 비서학과) 학과와 다른 학과로 가서 지금 떠올리지 못했던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고... 예~전에 이야기 한 것처럼 선생님이 아니라 영양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3
혼돈의 피자짤로 기억하고 있는데 피자짤로 검색해보니까 저 피자짤 이후로 불타는 방이 보여요... :Q...
리부트쪽으로 찬성표가 많이 모였네요... <:3 음, 일대일로 독립하게 되면 일대일로 독립한 참치들도 리부트 이후에 새로운 캐로 리부트 어장에 시트내도 되는가에 대한 여부도 묻고 싶어지네요. 아니면 일대일로 독립하게 되면 리부트 어장에는 시트를 안 내는 편이 좋으려나, 라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고민도 되서요.... <:3
“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생딸기인 거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일까. 스테이크랑, 애플파이. ”
“ 가족들끼린 아무래도 음식 취향이 옮게 돼서... 둘 중 하나 중에 고르라면 못 고르겠네에~ ”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고민하지 않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서 깊이 고민하던 아랑이 스테이크랑 애플파이 두 개를 꼽았다, 둘 중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스테이크는 아빠가 (랑 오빠랑 여동생이) 좋아하는 음식이고, 애플파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아랑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 이거 나름 괜찮지 않아~? 크기가 조금 작긴 하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것 같고오. ”
아주 살짝 바랜 느낌도 있지만 땅에 떨어진 것치고는 선명한 붉은색이라고 할까, 크기는 주위의 다른 단풍잎보다 작아서 아기의 손바닥 같지만 오히려 그 점이 좋은 단풍잎을 들고 아랑이 홍현에게 물어보았다.
빵긋 웃으며 아랑이 입맛을 다시는 홍현을 보았다. 딸기맛 시럽에 약을 타먹는 맛...이라면 약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지도오.
“ 응, 나중에 조금 따라서 줘~ ”
홍현의 맛 설명으로 어느 정도 맛에 대한 짐작이 갔지만, 먹을 기회가 있다면 역시 직접 먹어보고 싶어진다. 호기심이 동한 표정으로 살짝 웃었다.
“ 다른 부원들도 먹어봤다면, 홍현이는 들어간 동아리가 있단 거구나아. 아직 가 본 적 없는 동아리라 궁금하다~ 견학 허용된다면 가보고 싶다아. ”
라고 다른 동아리 뽀작거리길 좋아하는 (= 견학하길 좋아하는) 아랑이 말했다.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먹어 보고 싶기도 하고, 평소랑 달리 엄청나다는 말은... 약을 만들 때 모습이랑 평소의 모습이 많이 다르단 걸까? 궁금했지만 어쩐지 물어보는 게 실례일 것 같아서 궁금증을 털어내고 홍현의 평을 들었다.
“ 그럼 이건 책갈피 만들면 너 줄게~ 같이 찾아주는 답레야아! ”
섞여 있는 오묘함이 어쩐지 딸기 강장제의 맛 (달콤함과 씁쓸함이 섞였다는 점에서) 설명을 떠올리게 해서, 이 은행잎은 아랑이 떠올렸던 사람들보다 눈앞의 소녀에게 어울릴 거 같았다. 아랑이 방긋 웃었다.
“ 와~ 그럼 방과 후에 갈게~! 방과후 활동은 매일 하는 거야? 매일 하는 거라며언, 다음 주 화요일쯤에 들를까 싶어서~ ”
아무 때나 와도 상관없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월요일은 건너뛰고 화요일쯤에 방문한다면 적당할 것이다. 월~금요일까지 매일 하는 방과후 활동이라면 화요일에 가고. 월 수 금처럼 3일로 운영되면 수요일날쯤 가는 게 좋겠다.
“ 응, 약학부로 갈게~ ”
반으로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견학도 하고, 자양강장제라는 것도 먹어보려면 여러모로 약학부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랑이 빵긋 웃으며 약학부로 가겠다고 답했다. 더듬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왜냐면, 감출 수 없는 홍현의 미소에서 그녀가 기뻐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 와! 갈색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름은 몰랐는데 이게 복자기나무 잎이구나아. 앞에 것들이랑 안 겹치고, 원했던 색깔이라 좋아~ ”
마음에 들었다! 지식이 +1 되었다는 점도 포함해서. 홍현이 처음 찾아준 노란 은행잎, 아랑이 찾은 자그마한 단풍잎과 오묘하게 두 색이 섞인 연두 노랑 은행잎, 그리고 복자기나무 잎까지 포함해서. 원래 찾고자 했던 낙엽을 다 찾은 거 같았다. 아랑은 잠시 잎들을 가지고 있어달라고 홍현에게 부탁한 후에 매고 다니던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 여기다가 한 장 한 장 끼우면 되겠다아. ”
끼웠다가 코팅지를 사서 책갈피로 만들면 될 것 같다.
//이후에 아랑이가 페이지를 넘기면 홍현이가 한 장 한 장 끼워주는 전개로 이어주셔도 좋고, 잎들을 조심히 건네주는 전개로 이어주셔도 좋아요 :D
홍현이는 잊지 않을 겸 달력에 표시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랑이 잎들을 건네주자 홍현은 조심스레 들고 있다가 수첩을 펼치자 조심히 끼워넣었다. 하나하나 끼워넣으며 책갈피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첩에 낙엽들이 전부 끼워지자 홍현은 손을 털며 말했다.
천천히 수첩을 넘길 때마다 조심히 끼워준다. 아랑 또한 책갈피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부 끼워준 후에 홍현이 손을 털며 이제 헤어지는 걸까? 낙엽은 다 찾았으니까? 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서는 수첩 속 잎들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매고 있던 가방에 넣는다.
“ 오늘은 여기서 빠이빠이지만, 화요일 날 또 만날 거니까아. ”
아쉬워하지 말란 뜻인지 아랑이 해사하게 미소했다. 원래 첫 만남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둬야 다음 만남이 더 기대되는 거랬어. 그래서 오늘 아랑은 약간의 아쉬움과, 미래 –화요일-에 대한 기대를 남겨두고 빠이빠이할 생각이다.
*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약속대로 아랑은 약학부에 방문했다. 홍현을 발견하고 기쁘게 손을 흔든 후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은행잎 책갈피를 건네었겠지.
//시간을 건너 뛰어서... 다음주 화요일로 워프했습니다 >:3 이제 슬슬 늦은 밤이라 이걸 막레로 받아주셔도 좋을 것 같고, 홍현주가 막레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D
색이 섞인 나뭇잎은.. 딸기와 달콤함과 약의 쌉싸름함의 조화를 이야기해주던 홍현이가 생각나서... 아랑이가 색이 섞인 은행잎을 줍게 했습니다 ㅎㅁㅎ 기쁜 나머지 말 더듬는 홍현이 너무 귀여웠어요... <:D (만-족)
노란 은행잎은 경아에게, 복자기나무 잎은 해인이에게, 붉은 단풍잎은 연호에게 책갈피로 만들어서 선물해줬을 거에요 >:D 경아에겐 왠지 노란색~머스터드색이 잘 어울리니까 노란 은행잎을 주고 싶었고, 언젠가 해인이가 머플러가 어울리는 가을 남자? 라는.. 어렴풋한 기억이 나서 가을갈색 복자기나무잎은 해인이에게 주고 싶었고, 붉은 단풍잎은... 연호가 너무 떠올라서 연호에게 주고 싶었어요 >:3
현생이 너무 바쁘면 답레는 쓰지 않아도 좋아.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했다~ 한 걸로 치고 일상을 끝내도 돼. 나도 이제 기말 시즌이라서 일상 텀을 제때 맞추기에는 시간적 여유나 정신적 여유가 좀 빠듯하고, 새슬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리부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소년이 옷을 여며주고 손을 붙들어주는 짧은 시간동안, 새슬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도 다른 이가 본다면 고이 잠든 것처럼 보였을까. 그러나 단 한 명, 손을 맞잡고 있었던 소년만은 새슬이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커다랗고 투박한 손 안에서 열에 달궈진 손이 이따금씩 꼼질댔기에.
보름달은 커녕 아직 채 어둑해지지도 않았는데 옆에 있어 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게 되는 기묘한 감각. 이상해. 내가 양이고, 너는 늑대이기 때문이야? 이상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아니, 아니다. 몽롱한 와중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감각과, 그 온기가 무서울 정도로 안심되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양이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온기의 주인이 너라서?
글쎄, 이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파서 그런가 봐. 떠내려온 의문과 함께 스스로 늘어놓은 기묘한 해답들은 어느새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위잉ㅡ 진동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으응. 희미한 대답과 함께 다시금 몸이 들렸다. 보건실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서늘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어찬 온기. 그러나 원체 새슬 본인이 열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소년의 피부가 비교적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방금보다 조금 덜 서늘해졌구나, 따위의 생각이 떠오를 뿐이다. 여기까지 왔던 것처럼 몇 차례 풍경이 변하는 것이 반복되고, 희미하게 뜬 눈꺼풀 사이에 태양빛이 들이치는 것을 느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 낯선 향기, 적당히 단단하고도 푹신한 시트. 천천히 약기운이 도는지 참기 힘든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도착하기 전까진 잠들고 싶지 않은데.
다가온 기척에 맥없이 기대자, 힘겹게 들려 있었던 눈꺼풀이 어느새 스르륵 닫히고야 말았다. 그리곤 귓가에 걸리는 낮은 웅얼거림이 아득하게 사라져가나 싶을 때 즈음.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슬의 잇새에서 흘러나왔다. 고마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