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운 계산따윌 할 줄 몰랐다. 단지 날 건드렸기 때문에 싸웠고, 나를 비웃기에 까내렸으며, 나를 나락에 빠트리려 했기에 똑같이 해주었을 뿐이다. 머리 아픈 일 대신 그에 두배로 상대에게 돌려주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잔혹하다 했다. 웃긴 것은 그들이 날 건드렸단 사실은 간단히 묵살되었고, 내가 본 피해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었다. 단지 저들이 본 차이는 두가지였다. 나는 헌터였고, 저들은 아니었다.
고깃집에 다녀올 정신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골렘팟은 크지는 않지만 알짜배기인 식육식당에 왔습니다. 참고로 추천은 태식이 했을지도? 아닌가. 유나가 추천했을지도.. 누가 추천했던 간에 의외의 맛집이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빈센트와 유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입니다. 고기를 가지러 갔던가. 아니면 전화를 받으러 갔던가...
"붉은 조명이 있네요." 원래 정육점이랑 같이 하니까...그렇죠. 밑에서 쇼핑 후 자리값을 내고 구워먹는 게 좋습니다. 흙골렘을 잡아서 목에 낀 먼지를 녹여야죠. 라는 핑계로 기름칠하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 지한은 고기가 구워질 숯불화로를 바라봅니다. 따끈한 열기와 붉은 색이 꽤 좋아보입니다.
"..." 고기는 있는데 그냥 구우면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놓인 고기와 태식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먹고싶다. 라서 쳐다본 것은 아니고, 이래도 되는가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이었을 겁니다.
치익거리며 구워지는 연기가 연기구멍으로 빨려들어가고. 숯불과 만나 바삭하게 구워지는 게 보입니다. 뭘 보고 있는지 모를 눈으로 응시하다가 태식의 말에
"..가오가 없고 돈도 없는 게 아니라요..?" 농담이에요. 같은 말을 붙였으니 망정이지. 안 붙였으면 그거 시비야. 지한은 고개를 까닥이고는 충분히 많이 먹는다는 말에 (그쪽도) 많이 먹어야 하지 않나요. 같은 말을 합니다.
"알아요." 쌈을 싸는데. 상추에 깻잎에 양파절임에 고기를 올린 쌈을 만들어서 내밉니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하다는 듯 아.. 를 말하다가. 태식 씨도? 라는 말과 함께 내밉니다. 통성명을 했다는 전제라서 그런 겁니다. 음. 같은 의뢰를 하기도 했겠다. 나름대로의 가까워지려는 노력인 것 같은데.. 쌈을 주려 하다니. 그거 좀..(고개 절레절레)
"일반인이랑 비교한다면 확실히 그렇죠." 위험성은 있지만 그만큼 돈은 벌 수 있다. 지한은 내민 것을 손으로 받자 고개를 끄덕여 손을 놓고 넘겨줍니다. 입을 받았으면 지한도 당황했겠지. 예의를 아는 친구라는 말에는
"이래뵈어도 예절교육은 받았으니까요" "음. 안 받은 것 같다는 인상이 있다곤 했지만.." 뭔가 사랑받고 자라서 살짝 제멋대로일 것 같은 듯하면서도 모범생스러운 외모인 지한이 빡센 예의범절을 가지고 있는 건가..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까..싶습니다" 의뢰를 가고.. 수련을 한다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지한입니다. 앞으로 더 어려워졌으면 어려워졌지 쉬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러면서 집게를 잡아서 슬쩍 뒤집을 때가 된 고기를 뒤집어줍니다. 슥삭슥삭 보지도 않고 뒤집지만 뒤집기에 덜 익은 건 하나도 없네요.
"그건 또 아니긴 한데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라고 말하는 지한이 고개를 떨구고 반쯤은 항복이라는 표시를 합니다. 오랫동안 수련은 했지만 부족합니다. 로 얼버무리려 하는 겁니다. 아는 사람이 가디언이었다는 말에는 그렇습니까.. 로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일단 과거형은 은퇴 아니면...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어 털어냅니다.
"네. 맛있네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추천을 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밥이랑 같이 곁들여먹는 지한입니다. 여기로 와서 회식한다는 말에는 잘하면 겹치는 날에 와서 합석할지도 모르겠네요. 같은 말을 건넵니다.
좋은 일로 회식하는 거니까. 좋은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하는 지한입니다. 은근히 꽃밭성향이 있는 걸까.
"그 말을 나중에 오는 빈센트씨와 유나 씨에게도 해야겠네요" 전 안 전해줄 거거든요. 라는 말을 합니다.
"헌터 협회에 등록은 했지만 경력은 짧은 게 맞습니다." "그래도 특별반에 들어와서 첫 의뢰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이건 지한주 잘못은 아니고. 캡틴님의 과거사 창작에 동의해서 그런 것 뿐입니다. 전투경력은 짧은 거 맞아요(?)
"의뢰에서 느낀 점을요?"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 지한은 정석적인 감상 외에 뭘 더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말해달라는 것에 의뢰에서 태식 씨를 보고 느꼈던 걸 말해야 하나 싶어서 입을 뗍니다. 경력이 많아보여서 의외로 지휘적인 게 잘 먹힌 것 같다라던가. 팔을 잘라서 용이하게 만든 것이 인상깊었다라는 말을 하면서 너무 말이 많았나 싶지만.
"무난하긴 했지만 대충은 아니었습니다." 그..그러니까 말을 고르고. 내뱉는 데에 딜레이가 있다는 말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큰따옴표 안에 있는 말만 하면 그걸 어떻게 아는가.. 태식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서로가 어떻게 보았는가? 는 중요하지요. 일단 본인의 평가는 좀 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같은 반에서 몇 년..." 그렇네요. 라고 이제서야 깨달은 듯한 말을 합니다. 하긴. 특별반에서 3년을 보낸다 싶으면 같이 지낼 일이 많아질 텐데. 생각도 못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티를 내면 하수 아니겠습니까." 오해했다는 건에 관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에 마음을 잘 쓰지 않는다는 간단한 말을 건네봅니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말이 짧으면 오해를 사고 그런 걸 고쳐보려 해도 잘 안되던 걸 어떡하겠습니까.
"그렇죠.." 지한도 굳이 따지자면 근접에 가까워서 광역기를 쾅쾅 터뜨리면 가취가욥or아이고나죽네! 가 가능할 것 같으니까요.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건가요.."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신도 잘 안 맞을 것 같은 건 있지만 그건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지 않나? 예를 들자면 창창창은.. 좀.. 일 텐데. 창을 세 개나 써서 공격력이 높아져서 빠르게 클리어한다면 뭐.. 그런 식일 거라 짐작하고는 불판 위에 올라간 기름들을 보고는 볶음밥 해먹을까.. 하고 고민하며 메뉴판을 봅니다. 김치에 기름에 볶음밥이라. 맛은 있겠군.
"맞습니다." 느릿하게 말하는 지한은 똑똑한이란 말에 전 그다지 똑똑하진 않아서요. 같은 말을 하며 계속 골라봅니다. 볶음밥도 종류가 있네. 양볶음밥.. 고기 추가.. 치즈 추가..
"아. 그렇죠. 영성이 높은 분이랑 가면 편해진다고 하니까..." 그러고 보면 빈센트씨도 좀 높은 타입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음. 볶음밥. 이거 기본이 괜찮아 보이네. 치즈는 일단 빼고 기본으로 가더...
"네..?" 고르려던 차에 맥주나 소주라는 걸 말하는 태식에게 살짝 눈이 동공지진합니다. 볶음밥..이요.. 라고 말하는 지한은 그..그래도 태식 씨는 술 마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하나 추가하셔도 뭐 괜찮지 않을까요. 빈센트 씨도 드실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같은 말을 하는 지한은 드문 반응입니다. 술을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이네요.
"그렇죠. 네... 시키실 거면 시키세요. 볶음밥 주문할 때 같이 시키면 되겠네요. 2인분 괜찮아요?" 말이 길어지는 건 당황의 증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