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미어캣 포즈라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뭐예요~((꼬옥 안고 부빗부빗)) 귀여워요, 첼주 정말 귀여운 걸요!🥰🥰
오늘은 드디어 금요일이에요. 미리 한주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어요.😊 어제 하루도 다들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도 힘내보아요.🥰 다들 안녕히 주무시고..너무 늦지 않게 주무셨으면 해요..😬 또 5시에 주무시고 그러면 이이이..😬 좋은 새벽 되세요!🥰 사랑해요, 음쪼쪼!
그러면 내려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말로 하진 않았다.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본들 안 그럴거란 대답이 돌아온다는 걸. 그래도 한번은 말이나 해보면,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둥실둥실 떠다닌다. 그녀는 그 생각을 둔 채로 윤의 반응을 보며 작게 웃었다. 후후.
"새삼스러운 걸 묻네요. 당연히 일부러죠. 선배 반응하는 걸 보는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입김만 한게 다행일지도 몰라요? 라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남녀 경험이라곤 윤 이전에 전무했지만, 이론만큼은 알아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동안 자주 못본 것도 있으니 오늘은 조금 더 장난을 쳐볼까 하는 마음이 새롭게 솟아오르는게 과연 윤에게 좋은 일일지, 아닐지.
그런 장난기를 품은 그녀는 윤의 등을 감싸안고 한 손으로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속삭임을 들었다. 뭐가 그렇게 심기를 건드나 했더니, 또 제갈가인가보다. 윤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가 재차 깊게 찡그려지는 걸 보고 그러지 말라며 고개를 들어 미간에 입맞춤 해주려 한다. 선배는 웃을 때가 제일 잘 생겼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천천히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윤에게만 들리게 소곤거렸다.
"스스로 쓸모를 없애가고 있다면, 그보다 좋은 구실이 어딨겠어요. 그나마 남은 쓸모만 적당히 쓰고 이제 됐다 싶을 때 쳐내버려요. 아, 그렇게 되면 선배의 신분이 위험해지니까 안 되려나."
일전에 샤오, 할미탈로부터 원래 윤의 존재를 들었으니 생각이 자연스럽게 그리로 닿는 것은 당연했다. 제갈가를 내쳤을 때 그들이 보복한답시고 진짜 윤의 존재를 드러낸다면, 혹은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손끝으로 윤의 등 한가운데를 스윽 훑어내려본다. 스치면 간질간질해지는 그 부분을 콕 집어서.
"음, 있잖아요. 선배. 저 궁금한게 있는데."
그래놓고 언제 뭘 했냐는 듯, 그녀는 물 흐르는 것처럼 말을 돌려 질문을 하나 꺼냈다.
"선배한테 수족들은 어떤 의미... 아니지, 어떤 존재들이에요? 그냥 쓰다 버릴 도구일 뿐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녀는 일전에 그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엔 마음에 확신이 없어 내비쳤던 치기 어린 질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말로 순수하게 그것이 궁금해 묻는 것이었다. 단순히 도구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매가 죽은 것에 화를 내고, 수족 중에 샤오 같은 이가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혜향 교수를 그런 조건을 걸고서 받아들인 것도.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제대로 대답해주길 바라며 윤과 시선을 맞추고 지그시 응시했다. 애교인지 아부인지 모를 눈웃음을 살짝 짓기도 하면서.
그는 집무실 책상에 앉는다. 오늘은 가문의 예산을 관리한다는 핑계로 집무실에 들어왔다. 마시다 만 양주병을 보며 그가 어머니 일이 고된게 분명하거니 생각한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는 몰상식한 짓을 해도 어차피 이곳에선 아무도 없으니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그는 편한 자세로 책을 펼친다. 첫장부터 잉크가 흩뿌려져 있다. 책장을 넘긴다. 홍씨 집안이라면 마노의 가문일 것이다.
내용을 천천히 읽는다. 혹시 몰라 손가락을 튕겨 서류틈에 눌려 누군가 꺼내주길 간절히 바라던 양피지와 깃펜을 불러온다. 기껏 편하던 자세를 바르게 하며 그가 요점을 또 적어내린다. 그러다 증오라는 말에 한참을 머뭇거린다.
마노는 추종자이지 않나. 어째서?
이렇게 알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펼쳐버린 책이다. 발설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아기가 태어났다는 말을 보며 그는 다음장을 넘긴다.
안에 들어있는 것,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그녀는 어떤 예감, 혹은 직감이 들었다.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지금, 이 때에 이렇게 의미심장한 책이 손에 쥐어진 것부터가 그녀의 감을 예리하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과 패밀리어 뿐인 개인실 안을 새삼스레 둘러보고 책을 펼쳤다. 첫 장은 그녀도 어릴 적에 종종 들었던 마더구스의 가사였다.
...여자아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설탕과 향신료. 그 밖의 모든 멋진 것들...
앞의 두 구간은 그녀도 아는 것이었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부분은 모르는 가사다. 특히, 작은 여우가 들어가는 가사는.
마더구스 식 가사는 붉은빛 액체로 인해 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단어를 모아 문장을 만들어봤지만, 어쩐지 등골을 쎄하게 만드는 문장 밖에 없었다. 그녀는 순간 책을 털면 액체가 떨어져 내용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진짜로 액체가 떨어져 피범벅이 되는 건 사양이었다.
"흐음..?"
얌전히 다음장의 내용을 읽다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가 변하게 된 계기에, 집안의 문제가 따로 있었던 걸까? 순혈주의나 주변의 문제 외에? 이전에 보았던 가문의 책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이라면 좀 더 다른 내용을 보여줄 것만 같았다.
좀 더, 그의 근본에 가까운 무언가를. 그것만 안다면-
그녀는 근처에 놓아두었던 쿠키캔을 끌어와 열고 하나 꺼내 입에 물고서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마노석을 쥔 아기. 삽화 속의 아이는 사랑스럽고, 그는 갓 태어난 생명을 묘사한 삽화를 한참이고 쳐다봤다. 살면서 살아있는 아기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본 아기는 움직이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으며, 숨을 쉬지도 않았다. 숨쉬던 어린날의 마노는 어땠을까.
사랑과 희망. 아름다운 얘기다. 그는 희망과 사랑이 가득하길 바랐다는 지문에 쓴 웃음을 짓는다. 누구나 태어나는 것은 아름답다. 그 이후의 일은 아름답지 않다. 이 가문의 이야기처럼. 그는 다음 장을 넘긴다.
[매구의 부모는 순혈주의의 정당성을 몇 번이고 외쳤다. 혈통의 중요성도 그러했다. '머글과 잡종은 이런 당연한 마법사 사회의 정보가 아예 없어. 그들은 피를 흐리게 만들 뿐이야' 어긋난 정보 습득은 빠르고 혼혈과 머글의 주문이 몸에 튀는 날에는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가 일기도 했다. 그는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120
서 있는 청소년 정도의 마노 주변에 어른들이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마노는 어떠한 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쓰는 지팡이는, 어둠의 마법에 친숙하게 발동이 되는 지팡이 뿐이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쓴 추종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그는 단 한 마디, 내뱉었다. 결과적으로 운이 나빴다. 그는 지팡이를 들고 마법 연습 중이었고 그 주문을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부모와 다른 홍씨 가문 사람들이 쓰러져서 숨을 쉬지 못하는 걸 본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울고 있었다.]
더 읽으시겠습니까?
>>121
그림자가 여우 형태를 띄는 젊은 마법사가 몇몇 사람들을 귀곡탑으로 안내하고 피가 튀는 모습이 반복되는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머글들의 편이라며, 매구는 몇몇 머글을 그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가? 들어간 머글들은 다시 멀쩡히 걸어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매구의 훌륭한 겉모습이 되었다.]
삽화를 보고도 설마 했을 뿐이다. 불운한 사고가 일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지문을 천천히 읽는다. 어떠한 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어둠의 마법에 친숙하게 발동이 되는 지팡이었다. 이 두 문장에서 다음 단락이 그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는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뱉었을 것이다. 마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문이 있나 되내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에 하마터면 책을 덮을 뻔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우발적이고, 그는 지금껏 숱한 죽음을 보며 비극을 한발자국 멀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머리를 차분하게 한다. 죽음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비극의 첫걸음은 누구나 같다.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누구나 같아야 한다면, 적어도 한명분의 비극을 대신 받고 싶다. 안 봐도 다음은 매구가 그를 영입할 것이다. 누가 모를까. 사랑 받고 자라야 할 아이가.
그는 어머니가 마시고 3분의 1정도 남은 양주병을 향해 손을 뻗으며 책장을 넘긴다. 단내가 진동한다. 어머니는 괴식도 잘 먹는지라 양주 속에 초콜릿을 녹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