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지나간 알데바란이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소리를 들으며 검을 납도한다. 방금의 합으로 승부가 갈렸음을 느낀 것이었다. 느꼈지만... '이겼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우카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방금 느꼈던 감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자그마한 찰나에서, 머나먼 과거로... 그곳에는 일찍이 괴짜 소리를 들으며 도장을 운영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아직 어린 자신에게 왜인지 언짢은 표정으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칼을 만드는 것도 사람, 칼을 고르는 것도 사람, 그렇게 해서 칼로 살리고 죽이는 것도 사람이라면 어찌 칼이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 이유는 모르지만, 할아버지는 칼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당시 칼보다 간식을 더 좋아했던 어린 자신이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할리는 만무했고, 물론 지금에 와서도 전부 해아린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약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어째서 자신의 큐브웨폰이 이런 형상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알데바란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어..."
제 칼을 끌어안고 있던 유우카는 그제야 돌아서서 아직 쓰러져 있는 알데바란에게로 눈을 마주쳤다.
1년뒤에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말. 지금은 어떻게든 기억을 소거하는 식으로 그 존재를 숨기고 있지만 그렇게 숨기는 것도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내 능력을 숨기면서 살아왔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언뜻 들으면 좋은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 확실히 그렇기에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겠네요. 최초라는 타이틀은 역시나 어깨가 무거워지는 법인가봅니다. "
익스퍼는 일반인과는 다른 초능력자이다. 그들의 능력을 이용한 범죄는 치안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고 일반적인 경찰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겠지. 그렇기에 우리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최초의 익스퍼 전담 팀이라는 것은 우리의 실적이 곧 미래의 방향으로 제시 될테니까. 그렇게 청해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익스퍼 전담팀이 생겨날 것이고 우리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 될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인걸.
" 저는 ... 글쎄요. 좀 회의적인 입장이네요. "
그리고 들려오는 질문에 난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 인간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일반인들은 익스퍼들을 두려워할테고 익스퍼들 중 누군가가 선민의식을 갖게 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될수도 있을테니까요. 그 익스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임무일테지만 ... 지금의 저는 조금 자신이 없습니다. "
맥주가 약간 남아서 바닥에서 찰랑대는 잔을 손으로 살짝 흔들며 말한다. 손의 흔들림에 액체가 바닥의 테두리를 따라서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지금의 시민들이 익스퍼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범죄에 대해서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까. 당장 사전에 예방하기 힘든 범죄일텐데. 모르는게 약일때도 있는 법이다, 라는 속담은 이럴 때도 적용되는게 아닐까.
" 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면 결국 따라야하는 것이니까요. 익스퍼들로 인해서 치안이 무너지는 사태도 예방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노력해야겠네요. "
여기서 아무리 고민해봤자 답은 안나온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활짝 웃어보인 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다녀오면 자리가 조금 바뀌어있지 않을까.
졌다. 그 충격... 충격이라고 할까, 감각은 꽤나 크게 다가왔다. 자신이 깔보던 사람에게 패배했을 때의 감각 같은 것이 아니다. 그는 그녀를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가르치던 이에게 패배했기 때문에? 그 역시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도 배우고자 했다.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하네..."
분함과 같은 감정도 있지만, 가장 큰 감정은 그것이었다. 감탄. 그 짧은 시간에, 가르쳐준 것도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그와 몇 합을 나눈 것으로 하나의 이치를 깨닫는 것.
그 모습에 솔직히 감탄했다. 그 모습은 두근거리는 감정을 자아내었다. 이 감정은 뭘까. ...동경인가.
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배우려고 하고, 노력하고, 깨우쳐서 결국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모습이, 그에게서 동경을 산 것이었다.
"...내 덕분이 아니야. 네가 오롯이 떠올린 거지."
그녀의 미약한 미소를 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린다. 무표정 말고 저런 표정도 자주 지었으면 하는데.
유우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흘리지_못한_눈물이_비가_되어_내리는_세계가_있다면_그_세계의_평균_강수량은 배를 타고 다녀도 돼요 농담이에요 유우카는 의외로 눈물이 적어요 죽음에서_부활하게_된다면_자캐는 덤덤하게 생각해요 자캐가_좋아하는_음식은 오믈렛같은 달걀 요리 좋아해요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유우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약속을 한 사람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걱정되니까 집 앞까지 찾아가 봐요 2. 「주변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자신에게 의존한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잠을 깨운다면 정권을 놓아요 3.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반가워하며 먼저 말 걸어 봐요 #shindanmaker #당캐질 https://kr.shindanmaker.com/1079210
그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유우카는 자신 혼자서 깨달음을 가질 수 있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회식자리에서 그가 다가와 주지 않았고, 훈련에 대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상태에서 홀로 훈련을 계속 해나갔더라면... 얼마나 강하게, 그리고 얼마나 되는 시간 동안 칼자루를 휘둘러야 그것을 깨우칠 수 있었을까? 그만큼 그가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사에 연연하지 않고 발차기를 날려왔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었던 거라고, 유우카는 생각했다.
"응..."
몸을 일으켜 세운 그가 건네온 손을 창백한 양 손으로 꼬옥 쥐어준다. 쇄골에 사선으로 기대어진 태도. 그 위의 유우카의 얼굴엔 방금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눈을 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감사함을 담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