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한국에서 일하는러 온거군요! 그건 그렇고 직장 동료라는 분, 누군지는 잘 몰라도 저희 가게 시간내서 찾아와주시는 거면 감사한데요! 잠시만... 자, 여기 여명의 샌드위치랑 커피 나왔습니다!" 대답을 하다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전해주면서 다시 한 번 인사한다. 사실 단순히 한국에서 일하러 왔다-라는 말 하나로는 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많진 않지만, 뭐랄까 여명은 이 사람과 조만간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드시고 가실건가요? 아니면 포장? 자연스럽게 손님을 안내하면서, 여명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이거, 제가 열심히 만든 샌드위치거든요!"
내 핸드폰이 물었다. 너가 어쩐 일로 통화버튼을 누르느냐. 그것은 내게 전화번호가 필요하여 눌렀다. 그것은 거짓말이 분명하구나. 알람 , 자기전 너튜브. 음악플레이어로 밖에 쓰지 않는 너가 전화번호를 필요로 한다니! 실제로 연락부엔 스크롤이 필요없는 2,3개뿐인 연락처가 전부였다. 핸드폰 통화기록이 없어서 대포폰인줄 알고 전화 온 것도 포함해서 전화기록은 두달전이 바로 밑 스크롤로 내려도 나온다.
" 저 길은 한 번 기억하면 갈아엎지 않는 한 다 기억합니다. "
핸드폰 번호는 화면 한번 위로 당기면 바로 나오겠지만 차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다시 한 번 찍어달라는 듯 키패드를 눌러 소라에게 넘겨주었다. 한국에서 쓴다는 98% 함유된 카x오톡과 안쪽 별 무게도 깔아야하나?
" 자 여기.. 경위님 번호를.. "
실수로 가장 최근 연락이 소라. 번호가 뻔히 보이는데다가 바로 밑 최근연락이 두달 전인 최근통화기록탭을 켠 채로 핸드폰을 건네버렸다. 해서웨이는 키패드라고 생각했겠지만.
아직도 영업하니 기쁘다고 더 사먹어야겠다며 방방 뛸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그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받아들기 전 "포장할게요." 하고 짧게 답했다. 바다를 보면서 밖에서 먹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카톡 때문이다. 주소를 보냈던 후배는 지금 도와달라며 S.O.S 요청을 한다. 통화를 해야하지만 혹시라도 누가 들으면 안 되는 일이면 어떡하나. 그는 포장을 기다리고, 종이에 싸고 컵홀더에 커피를 담아주자 받아들인다.
"당연하죠, 잘 먹을게요. 나중에 또 봬요."
조만간 또 만날 것 같지만요. Good luck. 하고 짧게 인사를 건넨 그는 한 팔에 비닐봉투를 끼고 전화를 걸며, 다른 손으로는 문을 연다. 보이스톡 기능은 아주 편리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선배! 도와주시려고요?! 하고 감격에 차 부르짖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지만 그는 침착하게 밖으로 나섰다. 차임벨 소리 이후로 그는 어딘가로 걸어 사라질 뿐이다.
1. 애조시는...조금 과거사가 복잡하다! 어머니는 중국계 미국인이라 미국 내의 차이나타운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독일인이라 독일 국적도 복수로 가지고 있걸랑.. 덕분에 학창시절은 조모님과 함께 사는 조건으로 독일 유학을 가서 이후 경찰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강력반에서 일을 하다 모종의 이유로 가족과 연을 끊어버리고.. 6년 뒤 안식년을 이유로 휴가를 내 한국으로 오게 됐는데...아직도 가족이랑 연락을 안해잉..
2. 애조시랑 일하던 강력반 동료들은 애조시 본명을 알고있다..그리고 하나같이 예전에는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이제 농담하면 안 된다고 '선배'나 '■■씨'라고 불러..
3. 안식년! 그렇다..애조시는 은퇴 고민하다가 여기로 왔다..애조시는 결국 스불재의 길을 걷게 된거지(아무말)
둘 다 좀 유별난 단신인건 다를게 없는지 잠깐 눈이 커지면서 손을 맞잡은 당신에게 동질감이라 해야 할지, 이해심이 닿은건지 조금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받아들일만한 무언가가 전해진 기분이었다.
본디 세상이란게 작은 사람들에겐 살아남기가 어지간히 까다로운 것이 아니니, 대롱거리는 버스 손잡이 하나 못잡는 처량한 인생이란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아닌 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뭐어, 딱히 믿는다던가 하는건 신경 안쓰지만 그래도 알아주신다면야..."
맞잡아졌던 손이 제법 싸늘하게 느껴진건 그때쯤이었을까? 막연하게 시원하다고만 느꼈던 한기가 스며들자 그녀는 잠깐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신이 가진 능력의 여파로 싸늘하게 느껴지는 걸지, 아니면 그저 수족냉증인지, 하지만 전자라고 생각하자니 자연스럽게 조절하지 못할 능력은 없단 이야기를 들은거 같기도 하고, 단순히 후자라고 생각하기엔 기운 자체가 어딘가 무겁게 깔린 적막감처럼 느껴져서 애매하다는 감각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녀가 생각할수 있는 것은 '신기한 사람이다.'라는 정도,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유추할 수는 없었다.
"에이, 먹지 않고 보기만 해서 뭘 어떻게 알아요? 이래뵈도 공들여 퍼왔거늘... 원래 그런다잖아요? 혈흔을 맛봐서 얼마나 되었는지 누구의 피인지 아는 그런거도 있다던데... 아, 그건 만화였던가?"
그렇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래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 투명하고 노란(가끔은 까만) 사탕들이 곱게 빻아진 가루였으니, 이것저것 섞었기에 어쩌다보니 모래와 비슷한 맛이 나긴 한다만 사탕 특유의 단 것은 먹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안에 든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당신에게 그녀는 보란듯이 또 한웅큼 퍼서 제 입속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에이, 그냥 먼저 주운 사람이 치우는 거지 무슨 걱정인가요~"
자신이 해야 했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당신이었지만 그녀는 그런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눈에 먼저 띈 사람이 처리할 뿐인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니까, 딱히 누군가가 그것을 놓쳤다거나 하는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서순이 꽤 제멋대로네요. 그거 고향에서 들었던 말투인데... 뭐, 상관 없나~ 딱히 싫어하지 않으시는거 같으니 같이 가보자구요~"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동일시여겨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기선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고향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지만 어차피 넖은 범주에서 보면 빵 사이에 햄을 넣으면 샌드위치, 소시지를 넣으면 핫도그, 스테이크를 넣으면 햄버거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샌드위치의 빵에 스테이크나 고기패티를 넣는다고 그게 햄버거가 된다던가 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