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없겠다. 레오는 기분좋게 자고있었다. 어지간히 깊게 잠들었는지 방에 누가 들어오는 것도,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도 모르고 자고있다가 몇 번이고 흔들자 습격이냐며 감은 눈으로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었다.
' 지금 다 모이래. 무장하고 정전으로 모이래. ' " 응.. " ' 내가 한 말 들었지? ' " 응... " ' 들은거 맞아? ' " 응.... " ' ..너 도넛 내가 다 먹어도돼? ' " 응.... " ' 너 지팡이 부려트려도돼? ' " 응... " ' 알고보니 레오는 세상에서 제일 약한 바보인거야? ' " 응... "
친구는 이젠 모르겠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레오는 앉은채로 몇 번이나 더 '응..' 하고 주인없는 대답을 하며 꾸벅꾸벅 졸다가 잠에서 깼다. 그 때는 이미 늦어버려서 레오는 화들짝 놀라며 지팡이를 챙기고 슬리퍼를 끌면서 밖으로 달렸다. 누가봐도 금방 자다 깬 모습인 레오는 자신이 가장 편한 잠옷인 사이즈가 큰 반팔티와 돌핀팬츠, 그리고 'LEO' 라고 자수가 떠있는 털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레오는 헉헉거리며 정신없이 달렸고 정전에 도착하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 .... 웃는 새끼들 기억해놨다가 다 쳐죽인다. 알아서해. "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온 친구들 사이에 잠옷차림인 자신. 아직도 잠이 덜 깨서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 레오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밍기적거리며 자리를 찾았다.
조용하다. 그는 마법 수업 도중 연습을 핑계로 가져온 찻잔에 각설탕을 다섯개 정도 집어넣고는, 지팡이를 휘둘러 저절로 젓게 만든다. 그의 주변에는 달그락대는 찻잔 소리만 가득하다. 한참을 달그락대다 홍차의 연기가 가시자 그는 차를 쭉 들이킨다. 휼륭한 마법의 응용법이다. 여유로운 날은 늘 불안함이 동행하곤 한다.
바로 지금처럼.
그는 찻잔을 내려놓는다. 턱을 괴며 주변을 훑는다. 마법부 장관의 방문, 교장 선생님의 호출, 무장. 벌써부터 머리 아픈 주제가 한가득이다. 특히나 무장 부분에서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장이라."
그는 씹어뱉듯 다시금 발음한다. "무장이라?" 하고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예민한 눈길이 허둥대는 일반 학생들을 향한다. 구를대로 구른 본인들이 아닌, 무장이라며 소리 높여서 상황을 토론하는 학생들을. 그를 비롯해 학생들은 모두 소년병이 아니다. 마법사 전쟁을 하고 싶은 생각도 일절 없다. 싸우려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탈인지, 아니면 그에 준하는 무언가인지 모르겠으나 이쯤되면 그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은게 분명하다. 그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세상이 계속 엿을 먹이니 말이다.
이렇게 된 거 계약내용은 이행하되 내 마음대로 살아야겠다. 몸을 일으키며 오늘은 그냥 누가 죽을까 기대하기로 했다. 관이나 짜는 생각을 하며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정전으로 향한다. 오늘은 같이 따라온 달링이 부리를 부빈다. 각설탕 묻은 부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가 낮은 소리에서 높은 소리가 되는 휘파람을 불었다. 달링은 날개를 펼쳐 기숙사로 날아간다. 기숙사 방안에서 쉬고있을 백정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복도 공기 한번 기막히게 좋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선언에 레오도 동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매구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안에 숨어있다는 것. 레오는 흠- 하고 답지않게 조금은 조용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 아이씨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 야! 너 자꾸 툭툭치지말라고! 목소리 낮춰도 잘 들리니까 좀 조용히해! 진짜 쳐죽여버린다? 한 번만 더 건드려봐 너! "
레오는 어깨를 확 밀쳐 거리를 벌리곤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황이 술렁이면 쉽게 흥분하고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게 된다. 보통은 그런걸 잘 진정하겠지만, 아쉽게도 레오는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해버렸다. 레오는 어깨를 밀쳐 넘어트리곤 '뭐, 불만있어?' 하고 노려보았다. 눈가에 난 흉터, 이것만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오를 알아본다. 마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 그런 사람.
" 귀가 조치라.. 귀가.. "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는 것이겠지. 집에 돌아가면 뭐라고 말해야할까. 학원에 나쁜 사람이 있어요. 학생들도 막 죽이구요 아무튼 나쁜일은 다 해요. 그런데 그 나쁜 사람들의 머리가 우리 중에 숨어있어서 다 돌려보낸대요. 레오는 흠.. 하고 팔짱을 낀 손을 톡톡 쳤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잠깐 방학이나 휴가따위의 것들로 치면 되겠지.
우리 사이에 숨어있다. 우리, 사이에.
" 아. "
레오는 손을 번쩍들고 한 손은 지팡이에, 그리고 그 지팡이는 자기 목에 대고 소노루스 마법을 써서 목소리를 키웠다.
" 저기요 - 주궁 4학년 레오파르트 로아나입니다. 질문인데요. 우리 사이에 그 매구가 숨어있다면 전부 귀가조치 시키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우리 사이에 끼어서 밖으로 나가면 어떡해요? 학원 밖에서 집으로 가는 동안에는 누가 우리를 보호해주죠? 아, 물론 저는 그런거 필요없는데. "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 모두 모인 상황에서 한 번에 한 명씩 까보는 쪽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매구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내려진 귀가조치, 그로 인한 혼란. 위험하다면 그 편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매구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알고있다. 그의 계약 조건에 뻔히 있는 것도 매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원에 숨어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그는 자연스럽게 펠리체를 향해 다가간다. 누군가 본다면 그저 평범한 학생 두명의 대화로 보였을 것이다. 그는 펠리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려 했다. 만일 펠리체가 그를 쳐다봤다면 허리를 숙일 것이고, 후드 사이로 입술을 달싹였을 것이다. 서두는 "난 아닐세." 였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흔들리지 말고 평소대로 행동하게. 자네가 안 그런 날이 있겠는가 싶지만."
그리고 약간 굽혔던 허리를 펼 것이다. 학생들은 귀가조치에 물러나라. 그는 명령에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튕기고 소노루스 마법을 써 질문한다.
"그 제보에 신뢰는 있습니까?"
그는 상황을 재간한다. 누군가 고발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다.
"신뢰한다는 정보라 쳐도 저희는 지금껏 원내에서 매구의 수하에 의해 희생자가 10명이나 나왔고 생명의 위협까지 겪었습니다. 그때는 어째서 나서지 않고 지금에서야 저희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물러나는 동안 그의 수하가 매복해 공격할 수도 있는데 희생자가 일절 없을 거란 보장은 있습니까?"
그리고 매구에게 대항할 수단을 찾아낸다. 파괴할 수 있는 것이라면 파괴하고, 방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방해하기 위해. 인간의 혀는 이럴 때 써먹으라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눈으로 주변을 보고 소노루스 마법을 해제한다. 선동은 할만큼 했다.
정전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모인 듯 했다. 입학식 때에 버금가는 인원이 모여 있었으니까. 적당히 치이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마법부 장관이란 사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다수의 사단이 나는 동안에도 움직이지 않던 장관이 이제와서 갑자기, 왜?
"제보라......"
무장까지 하고 모이라 한 이유로는 그저 그랬다. 이미 매구에 대해 아는 그녀로써는 이 뒤에 뭐가 있을지가 더 흥미있었다. 과연 학생들을 다 내보내고 빈 학교에서 뭘 하려는 걸까. 장관의 말대로면 나가는게 더 위험하다. 여긴 최소한 교수나 사감들이 뭔가를 하긴 하는 모양이니까. 최소한의 울타리가 있는 곳과 아예 무방비한 곳. 차악과 최악 중 어느게 그나마 나은지는 다섯살 먹은 애도 알 거다.
그 와중에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보니 발렌타인이 있었고 그는 짤막히 말했다. 자신은 아니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그때까지 무표정이던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아무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서 할 말은 다 해주었으니. 앞을 보는 대신 주변에 윤이 있나 싶어 살짝 둘러보았다.
>>418 음...저는 그것도 아성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캐릭터는 오너와 분리되어 자신의 길을 관철하는 거니까요. 오너와 동일해도 괜찮지만, 그럴때는 이번 이벤트나 독백을 통해 심경의 변화를 주었다는 설정을 부여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성주는 아성주만의 길을 잘 걷고 있답니다.
"신뢰한다는 정보라 쳐도 저희는 지금껏 원내에서 매구의 수하에 의해 희생자가 10명이나 나왔고 생명의 위협까지 겪었습니다. 그때는 어째서 나서지 않고 지금에서야 나서는 지, 저희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물러나는 동안 그의 수하가 매복해 공격할 수도 있는데 희생자가 일절 없을 거란 보장은 있습니까?" 랍니다..🙄 탈자는 미워요..😭
레오는 들리지않게 중얼거렸다. 그 동안 그 모든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고 우리였어. 그 동안 매번 싸웠던 사람들도 우리였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돌아온 사람은, 그건 나였어. 당신들은 아무것도 몰라. 감히 나한테 오만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어.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온 몸으로 받아낸 사람도, 짐승에게 몸이 채인 사람도, 그리고 그 짐승에게 온 몸이 갈가리 찢어진 사람도. 전부 나였어. 그런데 이제와서 나한테 그런 단어를 쓰는건 안돼지. 암, 안되고 말고.
" 예, 뭐. 그렇다칩시다. "
레오는 시큰둥하게 말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적당한 자리를 찾아 벤치에 털썩 앉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마법부라는 사람들조차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이 없어. 사실 애초에 매구보다 이전에 이 곳에 스파이가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잖아. 그래서 내가 아파야 했던거고. 레오는 레이저라도 나올듯이 사람들을 노려보며 있다가 다시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