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하게 된 자기소개에 소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금새 그 위에 웃음이 덮어졌다. 사근사근한 미소에는 이면이 없었고 앞으로 자주 함께 하게 될 클래스메이트들에 대한 호의와 기대, 그리고 다소의 즐거움 정도가 선명히 묻어나고 있었다. 일어서서 잠시 말을 고르던 소년이 곧 맑은 목소리를 냈다.
"안녕하세요. 파필리오라고 합니다. 성은 없고, 그냥 파필리오. 애칭은 이것저것 있습니다만 부디 편하신대로 불러주시길."
양 손을 배 위에 놓은 소년의 자세는 정갈했다. 허리는 곧게 폈고 다리로 굽어지거나 하는 일 없이 쭉 뻗어있었다. 16세로 추정되는 나이에 비해 키도 꽤 커서, 바른 자세와 합쳐져 소년을 꽤 호리호리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유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정중한 어투로 되어있었다.
"나이는 16세, 레벨은 20, 의념 속성은 '우화'입니다. 동화 같은 게 아니라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느낌의 우화입니다. 몸을 쓰는 일에는 예전부터 그리 큰 재능은 없었어서 자신 없습니다만, 다행히 마도 쪽으로는 아주 조금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살짝 말을 멈추고 소년은 밝게 웃었다.
"여러분의 뒤에서, 여러분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 말이 끝나고 허리를 약간 숙여 인사를 했다. 정중한 인사가 끝나고 고개를 든 소년의 표정에는 아까보다는 좀 덜 밝고, 좀 더 친근한 웃음이 걸쳐져 있었다.
아 그렇지.
"취미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너무 길어질테니까 여기선 말을 아끼겠습니다. 천천히 알아가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파필리오 자기소개인가! 저 위에 강산이 자기소개도 잘 봤어! 책상 위로 올라가기 위해 신발을 미리 벗어두다니, 범상치 않은 친구구나 싶기도 하고 뒷자리면 태호네 줄이네!(??) 이렇게 태호 정수 강산이로 뒷자리 멤버들이 차는거냐구 유쾌한 친구들이 많은 뒷자리!
파필리오는 나이는 16살인데 키가 177이라니, 조금 지나면 180은 가뿐히 넘겠는걸! 그래도 지금 당장은 태호랑 키가 똑같네! 의념 속성도 뭔가 추상적이면서 멋지고, 성격도 되게 좋아보여서 친해지고 싶네! 애칭은 이것저것 있다고 했는데 생각해둔 애칭같은게 있어? 태호라면 파피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더 친해지면 막 퍼피라고 하고 그럴 것 같다(?)
>>827 공격적인 사용법을 몰라서 솔플은 무리인 슬픈 나비..파티플 조아요! 파필리오는 정중하고 예의바른 오지라퍼를 이미지로 잡고 있다! >>831 파피, 리오, 나비, 피리, 피오 등등 온갖 애칭을 생각하고 있죠. 사실 우화는 반 정도 즉흥적으로 설정한 속성인데 꽤 마음에 들어요! >>836 동화와 진화... 동음이의어는 재밌죠!
태호 / 전위 상황을 파악하고, 날아오는 그물을 잘라내며 너머에 있는 적들을 바라봤다. 총 다섯명.. 그리고 당장 앞으로 나서는건 세 명 정도.
아무래도 근접전에서 약하니까 진형을 짜고 싸우는게 좋겠지만 상황도 상황 나름. 남은 두명이 합류하기 전에 적어도 저쪽 방패는 처리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지
" 정수야! 개냥아! 아빠 출장 다녀올게! "
생각을 했다면 바로 튀어나간다. 활잡이랑 그물이가 거슬리지만, 그쪽은 등 뒤의 동료들을 믿어야지!
몸에 의념이 흐르는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검을 쥔 손아귀에 점점 더 힘을 더해간다. 목표는 앞의 방패쟁이! 그렇다고, 방패를 공격한다던가 할 생각은 아니고. 적이 창으로 공격을 들어온다면 검으로 튕겨내고 진입. 수비 자세를 굳힌다면 왼손으로 방패를 잡고 옆으로 잡아당겨 치워버린다는 생각으로!
" 아저씨 안녕? "
#망념을 80만큼 쌓아 의념을 이용해 신체를 강화, 적의 공격이 들어온다면 탄검으로 대응하면서 파고들고 적이 방어자세를 굳힌다면 왼손으로 방패를 붙잡아 옆으로 제끼거나 가능하다면 날려버리려고 시도합니다!
진언/중위 #활을 쏘는 검투사를 예의주시하다, 활을 쏠 기미가 보이면 마도로 팔을 공격해 방해합니다
정수/후위 "이것 차암"
느적거리며 여유롭게 후위에 자리잡은 그는 손에 든 무기의 무게를 느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카메라와는 비교도 안되는 무게감이 이 도구의 쓰임새를 너무나 잘 각인시켜주었다. 무대를 확인하는 시선에 사로잡힌 것은 5명, 그 중 3명이 먼저 등장한 것은 무대매너를 위해 아껴둔다는 것 이겠지. 정수는 라이플을 어깨에 견착하며, 그물과 검을 들고 있는 검투사를 노렸다. 가늠좌와 가늠쇠가 시선에 겹쳐, 그물과 검을 들고있는 검투사의 그물을 들고있는 쪽의 팔을 노린다.
"그물이라, 실용적이네?"
어깨로 단단히 견착하여 붙잡은 라이플, 호흡을 곧 줄이고, 멈추면서 흐트러짐을 줄이고 집중.
부드럽게 움직이던 다리가 멎고, 가느다란 소년이 가만히 섰다. 차분히 가라앉은 눈에 비치는 건 아직 조금 낯선 풍경이었다. 늘 어딘가로 팔랑팔랑 향하던 소년에게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상황의 특이성이 강했다. 가만히 있던 걸음을 다시 움직이며 소년이 나직히 중얼거렸다. 학교는, 처음인데. 물론 소년도 배움의 경험은 있었다. 제대로 된 교육이었다고 하면 양심에 바늘이 꽂히지만, 스승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배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 년 정도, 평범한 가정집에서 살았을 무렵에 다닐 기회는 있었지만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다보니 소년은 급우라던가, 배움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좀 낯설었다. 그래도 여행이 일상이던 시절 덕분인지, 자극적인 환경 덕분인지 적응은 느리지 않았다. 애벌레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속도보다는 빨랐다.
번데기일까?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대화, 웃음소리, 혼잣말, 외침. 귀에 부딪혀 흘러오는 소리들은 여태껏 살아오며 들은 것 중에 가장 다채롭고 다양했다. 한 명 한 명 모두 시선을 끌어서 소년은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서 걸어가는 자신은 어떨까? 문득 소년은 궁금해졌다. 답은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친해지는 사람이 생긴다면 묻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보였어? 나비인가? 번데기일까?
애벌레겠지.
알에서 깨어나 꾸물꾸물 움직이는 애벌레. 앞으로 열심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움직이고 배우고 나아가고. 그러다 번데기에 감싸인 뒤 나비가 될까. 아직은 모른다. 다만 그리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년의 표정은 매우 부드러웠다. 시야에 닿는 모든 사람의 등에, 소년은 한 가지를 매달아 보았다. 그 누가 보아도 아름다울 빛깔의 날개. 분명 모두,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야. 행복은 무슨 색이지? 내일이면 알 수 있을까?
생각에 먹혀 거의 무의식적으로 걸어가던 소년은 다시 뒤로 몸을 돌려 걸었다. 지나칠 뻔 했다. 아니 지나친 게 맞긴 했는데. 도착했으면 된 것 아닐까?
“자, 그럼...”
더 나은 내일을 향해서는 멈추기보단 뛰는 게 좋았다. 누구나, 무엇이나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해. 그렇지 않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 멈춰있기는 취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