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치기는 무슨.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 소리는 지금 상황에 할 말이 아니었다. '그런 일'을 겪은 사람 모두가 범죄의 길로 빠져들진 않는다는 사실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짓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런 잡생각보다 대화 주제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토오루는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방금 들은 얘기를 정리해봤다. 의념을 사용할 때의 기록이 특별반으로 전송된다니 괜히 억울한 일이 생길 걱정은 덜어도 되겠고. 의뢰 포기에 관해서는... 현명한 리더를 고르는 것도 좋은 헌터의 덕목이라는 거겠지.
>>339 누군가 말했었습니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창구이기도 하다고요. 그 눈빛이 토오루에게 향한 채 토오루를 살피는 것은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닐겁니다. 그 눈빛에 조금의 선의는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한 일이 사라지진 않을테니까요.
" 그러니 더더욱 조심하도록 하십시오. 이 곳은 특별반. 즉 모두 한 가닥 하는 이들이기에 그대의 범죄 기록에도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게 모두에게 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란 얘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범죄자입니다. 그리고 당신에 대한 보석 권한은 어디까지나 UHN이 가지고 있고, 당신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총교관님이십니다. 그분께 폐가 되지 말라, 얌전히 있어라. 그런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린 당신의 자유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 그러나, 적어도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진 마십시오.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상대가 이유를 의심하게 하고, 당신의 말 한마디에 상대가 저의를 살피게 하지 마십시오. 이미 쌓인 불신을 터트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단지 그것이..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말도 안되는 이유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
엘터의 말은 걱정이라고 하기에 어렵고, 진중한 경고로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오루는 알고 있었습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런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는 걸요. 그렇더라도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것이 꽤 신선하다는 것도 말입니다. 토오루는 말 없이 고갤 끄덕입니다. 말보단 침묵, 그리고 고갤 끄덕이는 행동에는 생각할 것 없이 긍정을 말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엘터가 말했듯 단순한 긍정이었습니다.
" ... 되었습니다. 저에게 예의를 지킬 필욘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의의는 알겠으니.. 저도 이 이상 당신을 몰아붙이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특별반의.. 학생이고, 저는 교관이니까요. 제 학생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교사란 있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
엘터는 좋은 교사일진 모릅니다. 아직 많이 만나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차별로 가득한 눈과 행동보단 토오루를 믿기로 한 듯 싶었습니다.
" 나가보도록 하세요. "
그는 의자에 기댑니다. 여전히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정리하기 위해 쉬고싶단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관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어째선지 엘터가 했던 말이 계속 신경쓰였다. 새삼스럽게 감동이라도 받았나? 그렇게 감성 넘치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난 것 같은데... 토오루는 거울 속에 비치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제 얼굴과 눈싸움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잊어버리면 안 되는 얘기니까 신경이 쓰이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는 편이 여러모로 나았다.
역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반복노동이 효과가 좋았다. 토오루는 좀 나아진 기분으로 깨끗해진 세면대를 놔두고 복도로 나왔다. 교관에게 더 물어봐야 할 것도 없었고, 공부도 최소한은 했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마땅히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는 않았다. 다른 특별반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의뢰도 다니던 것 같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토오루는 잠시 망설이다가 헌팅 네트워크를 켜봤다.
..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다만 그 부족함이 위력은 아닙니다. 돌파창의 위력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위력은 충분하지만 뭔갈 펼칠 능력이 부족한 것만 같은 상황입니다. 그게 뭘까. 지한은 떠올려봅니다. 창, 돌파, 꿰뚫다.
.... 기병?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이 오색으로 물든 공간에선 흐릿한 말 한마릴 만들어냅니다. 말은 기분 좋은 투레질을 하며, 지한의 손에 머릴 비빕니다. 언제나 사용했던 것처럼 지한은 말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의념을 끌어올립니다. 말이 땅을 박차고, 바람을 뚫어 달리기 시작하고. 지한은 창을 쥡니다. 저항 때문에 자세를 제대로 취하는 것조차 힘들지만, 그래서 더더욱 손아귀에 힘을 꽉 주어 창을 세게 쥡니다. 말의 가속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표적이라 할 법한 것이 가까워졌을 때, 지한은 천천히 창을 들어올립니다.
바람이 터지는 소리가 나고, 지한의 창이 표적을 뛔뚫어 허공에 선명한 족적을 남겨 그것이 소리라는 흔적으로 매꾸어졌을 즈음. 지한은 말에서 내려 정신을 차립니다.
- 어때.
도기는 지한을 바라보며 씨익 웃습니다.
- 끝내주지?
돌파창(D) 의념을 이용하여 신체를 강화하고 전력으로 적을 향해 돌진한다. 신체 스테이터스에 보정을 받으며 말 등의 탑승물과 함께 적을 공격 시 미미한 확률로 적에게 '기절' 상태이상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