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98> [상L]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독백 잡담방 -203- :: 1001

넛케주

2021-09-14 00:29:03 - 2021-09-16 00:34:12

0 넛케주 (YKjXRsvm/Y)

2021-09-14 (FIRE!) 00:29:03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1:1 카톡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6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 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943 C4LL1STO - 행방불명 (fg7g1uSSAM)

2021-09-16 (거의 끝나감) 00:02:33

질척한 흑혈이 군화에 흥건하다. 피가 발자국처럼 지나온 길에 자취를 남긴다. 연병장의 모래가 핏덩이에 엉겨붙는다. 깨진 보도블럭 위에 발을 올리며 칼리스토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몰려든 먹구름 뒤로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인류의 시대에 자취를 감췄다던 별도 지금은 눈부시게 빛난다. 달은 높게 선 폐빌딩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과하게 소비된 동력 탓에 몸은 잔뜩 지쳐있다. 고개를 내리고, 무거운 다리를 옮겨 이동한다. 계단에 신발을 대충 비벼 혈흔을 지워낸다. 숙소 입구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저벅저벅, 둔중한 발소리가 적막을 깬다.
건물로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멸균실을 지나쳐야 한다. 얇은 유리문이 닫히고, 소독약과 함께 강풍이 기체를 훑고 지나간다. 전신에 들러붙은 오물이 하나씩 떨어져나간다. 알싸한 향이 후각 센서를 찌른다. 짧은 세척이 끝난 뒤 본관으로 이어진 문이 열린다.

칼리스토는 복도를 걸으며 제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 생각을 한다.
폴라리스와 처음 만난 지도 약 2주가 다 되어간다. 그녀는 철없이 칭얼대지도 않았고, 툭하면 우는 것도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닥친 시련이 아이를 너무 의젓하게 만들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폴라리스는 또래 꼬마들처럼, 먹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어딘가에서 구해온 간식을 칼리스토와 나눠먹고 자랑스럽게 그림을 그려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폴라리스는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한다. 아이의 몸 상태는 최악이고, 그걸 치료할 수단도 없다. 그러니 아이가 언제 괴물의 육체로 화하게 될지 모른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돌보곤 있지만 위태로운 동거나 다름없었다. 칼리스토는 그런 폴라리스를 곁에서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동시에 폴라리스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그녀를 단숨에 '처분'해야할 의무도 부여받았다.
사실 인류에게든, 안드로이드에게든 폴라리스는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를 아직까지 살려두고 있는 건 순전히 칼리스토의 고집 때문이었다. 단순히 그녀가 복종의 대상인 인간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굳게 잠긴 마음을 풀어헤쳐둔 존재를 잃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칼리스토는 자신의 방 앞에 다다랐다. 서늘한 강철 문이 그녀를 맞이한다. 기체명이 적힌 금속 명패가 불빛을 받아 빛난다. 칼리스토가 문에 손을 대자, 문은 우측으로 스르르 밀리며 주인 맞이할 준비를 한다.

"폴라리스."

칼리스토는 방으로 들어서며 나직히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 하면, 항상 어디서 총총 뛰어나와 자신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반응이 없다. 깊은 잠에라도 들었나 싶어 창고 문을 열어보지만, 나가떨어진 베개와 차놓은 이불만 있을 뿐 폴라리스의 모습은 없었다.

문득 든 불안한 생각이 사고를 좀먹기 시작한다. 칼리스토는 당장에 온 방을 뒤져본다.

없다.
아이의 잠자리와 간이 화장실을 마련해둔 창고에도 없다. 항상 열심히 조작하던 통신기 앞에도, 동력 충전대 뒤에도, 옷장 안에도.

폴라리스가 없다.
엔진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어디로 갔지? 기지 바깥이 위험하다는 걸 아는 녀석이다. 제발로 이곳을 나갈 리가 없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칼리스토는 재빨리 뒤돌아 방을 나선다. 오일이 흐르는 기체에 동력이 주입된다. 눈꺼풀에 힘이 들어간다.

"폴라리스!!"

온 힘을 다해 복도에 소리친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 뒤로 칼리스토는 계속해서 뛰었다. 늘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미친 것처럼 온 부대를 휘젓고 다녔다. 절박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틈 하나까지 전부 살폈다.

하지만 폴라리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그 자리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칼리스토는 그 길로 보안실에 처들어갔다. 다급하게 문을 열어제끼고 들어온 그녀를 안드로이드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맞이한다. 폴라리스가 사라졌습니다. 그 한마디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 중 하나가 허겁지겁 CCTV의 화면을 뒤로 돌린다. 홀로그램에 노이즈가 낀다. 여러 안드로이드들이 복도를 오가는 장면이 되감긴다. 이윽고 빈 복도에 한 안드로이드가 서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복도를 서성이는 건 짧은 머리의 여성형 안드로이드였다. 그녀는 분명 키르케라는 이름의 병사였었다. 수상한 몸짓을 보이다 칼리스토의 숙소 앞에 선 키르케는 천천히 문을 두드린다. 똑, 똑, 노크가 위험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울린다.
몇 초 뒤 문이 조금의 틈을 두고 열린다. 폴라리스의 모습은 열린 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대신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누구야?'

상처받은 아이는 남을 좀처럼 쉽게 신용하지 않는다. 다른 안드로이드가 굳이 폴라리스의 숙소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칼리스토가 있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그러니 숙소를 방문한 이 낯선 존재에게 폴라리스가 경계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안녕, 난 칼리스토의 친구란다.'

폴라리스 앞에 선 키르케는 되도 않는 거짓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친구, 우습게도 칼리스토에겐 그렇게 말할 만한 존재가 없다. 폴라리스도 그걸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친구?'

의심 가득한 목소리다. 역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는 모양이었다.

'응. 칼리스토가 너를 데려오라고 해서...'
'그럼 칼리스토한테 여기로 오라고 해.'

폴라리스가 키르케의 말을 잘라먹는다. 그와 동시에 키르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꾸며낸 말을 순식간에 간파당했다. 폴라리스가 그대로 문을 닫으려는데, 키르케의 손이 앞을 향한다. 곧 그녀가 밝게 웃으며 팔을 들어올린다. 키르케가 뒷걸음질치자 반쯤 닫힌 문 너머에서 폴라리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녀의 손아귀에 아이의 목이 꾹 잡혀있었다.

'우리 공주님은 눈치가 빠르네.'

폴라리스를 쏘아보는 키르케가 서늘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폴라리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그저 사색이 된 채 연약한 손발짓으로 저항할 뿐이다.
인간의 숨통을 아슬아슬하게 죈 채 안드로이드는 복도를 가로지른다. 아이는 힘없이 그녀의 팔에 끌려간다. 폴라리스를 붙잡은 키르케가 감시카메라 아래를 지나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움직임은 거기서 끝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회로에 전기 충격이라도 맞은 것 같다. 키르케는 성실하고 명령도 잘 듣는 안드로이드라며 소문이 자자했었다. 사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함께 작전을 진행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저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폴라리스가 잡혀갈 동안 보안실의 병사들은 뭘 했지? 분명 키르케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는데. 칼리스토는 당장에라도 그들을 질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럴 권한도 없을 뿐더러 지금은 당장에 그들 뒤를 쫓고 싶었다.
병영을 빠져나온다. 부품이 빠르게 움직인다. 다리가 쉼 없이 뜀박질을 계속한다. 연병장을 뛰쳐나가 폐허 숲으로 향한다. 경계 서던 보초들이 자신을 불러세우지만 멈추지 않는다.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잡초를 밟으며 달려간다. 폴라리스, 폴라리스, 음성 모듈이 망가질세라 소리친다. 땅을 박차고 뛰어나가다 굵게 자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기체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진다. 그러다 끈질기게 뒤를 쫓아온 보초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그 와중에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는 입은 멈추지 않는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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