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5075> [현대판타지/육성]영웅서가2 - 정산어장 :: 1001

◆c9lNRrMzaQ

2021-09-12 16:32:52 - 2022-07-23 0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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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내일 월요일) 16:32:52

망념, 일상, 아이템 획득 및 사용 등에 대해 기록하는 영웅서가의 정산어장입니다. 사용자는 캡틴과 관리자(라임주)에 한정합니다.

321 서 윤 - 설 이벤트 (Mw3a8T/iqM)

2022-02-06 (내일 월요일) 19:03:31

이건 언제부터 시작된 의례일까? 평소보다 좀 더 화려하고, 예쁘고, 갑갑한 한복을 입는 중에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행사란 비유하자면 여러해살이 꽃과 비슷해서, 삭막한 겨울에 시들었다가 아스라하게나마 봄볕이 비추면 고개를 들어올린다. 설날이니 세배니 하는 것도 그렇게 다시 피어난 일 중 하나일까. 그렇게 흐르는 생각은 노크 소리와 함께 끝났다. 네, 나가요. 엄마.
아무리 설날이라고 해도 사실 집에 올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에게 연락이 오지만 않았다면 지금도 훈련이나 계속 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불효자는 되고 싶지 않았기에 한숨과 함께 곧장 달려왔다. 집은, 예전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기껏해야 내 방이 좀 서늘한 것 정도. 아 그리고, 여동생이 좀 자랐다. 나보다 키가 커지진 않겠지, 하고.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는 여동생에게 웃어보였다.
아, 돌아가고 싶다.

“꼭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해야겠니?”

염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헌터가 되겠다고 한 뒤로 숱하게 들어온 말이었다. 헌터도 가디언도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게 자신의 자식은 아니었으면 하는 게 ‘평범한’ 부모의 마음일까. 특히 그게 헌터라면 더더욱. 내가 게이트에 휘말린 이후로 걱정이 더 늘어난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그냥, 웃는 얼굴을 하고 말았다. 뭘요, 괜찮아요. 아직까지 몸 성하잖아요. 특별반이라고 대단한 곳에도 들어갔구요.

“하지만, 예쁜 얼굴에 상처 입으면 어쩌니.”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방긋, 방긋.

“슬슬 가야겠다. 친구랑 의뢰 약속이 있거든요.”

거짓말을 던지고 나왔다. 뒤에 들러붙는 시선이 참으로 익숙한 것들이다. 걱정과, 불안과, 질투 같은 것들. 나오기 전에 슬쩍 보였던 여동생의 눈이 어둑어둑했다. 가족에게까지 그런 눈빛으로 보여 지는 건 서글펐다. 발끝으로 땅을 걷어찬다. 흩날리는 꽃잎 같다. 하늘하늘, 날아다니면 그것도 좋을 텐데. 학교가 보이는 곳에서 멈춰서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평소보다 대응을 못했다. 옷이 갑갑해서일까, 마음이 답답해서일까.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 남들보다 앞서있다는데 남들보다 멈춰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관상용 꽃이라는 소리, 언제 어디서 들었더라?
멍하니, 그냥 가만히 서서 있는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그 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익숙하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다. 회색 마탑의 마탑주. 강한 사람, 한 명의 훌륭한 영웅. 내게 의념에 대해 알려준 스승님이지만,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별로 상관은 없다. 오히려, 뭔가, 심장 부근이 두근두근 거린다. 강자를 만난 고양감 같은 것이 솟는다. 그가 보여주었던 풍경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 그치, 잠깐 거기 있어주실래요! 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득 떠올라서, 그대로 절을 올렸다. 길거리지만. 아 그러고보니까 집에서는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나왔으니까. 퍼뜩 일어선 나는, 갑갑한 옷을 어느 정도 풀어헤쳤다. 옷 틈새로 바람이 스미는 게 좋았다. 아, 답답해서 그랬던 게 분명해.
우울해 있는 건 좋지만,
꽃이라면 다시 피어나는 것도 해야지. 나는 한해살이로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마워요!”

아마 저 분은 대체 뭔가 싶지 않을까? 나는 키득거렸다.
나는 꽃이지만 말이야.. 음, 상투적 표현인가? 여하튼 예쁜 꽃에는 가시가 있다고 하니, 그 무엇보다 날카롭고 위협적인 가시를 매달 생각이다. 그럴 거야, 분명!


#회색 마탑의 마탑주에게 세배를 올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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