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하며 날아다니는 찰보리빵, 떼지어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양갱, 그리고 다식과 약과의..그는 지나가던 길에 그대로 굳어 두 다과의 뜨거운 애정행각을 마주한다. 미쳐서 헛것을 보는 걸까? 학교라는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다과끼리의 뜨거운 애정행각을 차마 제정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로 몸을 비비는 약과와 다식을 미쳤냐는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두 맛있는 다과는 본 척도 안한다.
번식활동을 할 생각이라면 안 보는 데서 했으면 좋겠다. 그는 자신의 취향이 제법 넓다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막상 이런 부분에서는 감히 이상성욕자라고 명함을 내밀며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다식을 손가락으로 튕겨놓고 약과를 집어든다.
"공공장소에서 무슨 망발인지."
약과는 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다과 앞에서 산채로 잡아먹혔다. 그는 약과를 베어물었고, 만족한듯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약과는 갓 만든 것처럼 따끈따끈하니 맛이 좋았다. 끈적한 조청이 묻은 엄지를 가볍게 핥으며 그는 잠시 멈춰선다.
..방금 전까지 열렬히 구애하고 번식활동을 하던 녀석이니 당연히 뜨겁고 더 달겠지. 어쩐지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깨달았으니 당분간 약과는 먹지 못할 것 같다.
그녀가 이 학교에 입학하고 흥미로웠던 일을 꼽으라 하면 단연 절기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고향에는 없는 계절별, 시기별 절기라는 것에 맞춘 행사가 어찌나 흥미롭던지. 하지만 그것도 4학년쯤 되니 그냥 또 하는구나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올해 추석도 작년과 별반 다를거 없을거라 생각했다.
...다과상을 탈출한 다과들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기숙사 안을 걷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싶었다. 그 때까지는 다과향이 좀 진하게 나는구나 정도였는데, 잠시 뒤 온 사방을 날아다니는 다과들을 보곤 과연 그녀도 말을 잃었다. 이젠 하다 하다 이런 일까지 일어나는구나. 누가 무슨 사단을 냈는지 생각하기도 귀찮다. 후. 하는 짧은 한숨을 내쉬곤 옆을 쌩하니 스쳐지나가는 한과를 부서지지 않게 낚아챘다.
"날뛰는 과자는 감초로 충분한데.."
그래도 이건 물진 않으니 그나마 낫다고 할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과를 입에 쏙 넣었다. 맛은 좋네.
약과는 제법 맛있었다. 애정행각을 벌인 다과라는 걸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았다. 그는 지금 기숙사 방을 목전에 두고 잠시 노선을 틀어 현궁의 얼음 호수에 있다. 차가운 호수의 나무에 등을 기대 앉아 있으면 그 아이가 다가와 올라탔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괜한 생각이다. 상념에 잠긴 그가 고개를 옆으로 꺾자 유밀과가 나무에 표창처럼 날아와 박힌다. 지금은 살아남는게 더 중하다. 유밀과가 회심의 일격을 실패하자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유밀과를 손으로 잡아 들고 입에 쏙 집어넣었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막나가고, 거침없는 마노바라기 벨이죠!😊 10년 뒤면...🙄 그렇죠.😊 첼을 발견하면 두 눈이 동그래져선 "내 신이 두번째 삶이라도 주었나보군. 미련이 남아 못 가겠어." 같은 말을 하면서 툴툴댈 것 같아요. 깐족대면 그것마저 재밌다고 깔깔 웃지 않을까요..🤔
추석 다과 중 한과는 그녀가 좋아하는 축에 속하는 다과였는데, 그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은 몰랐다. 홀랑 어려진 몸을 보며 또냐고 투덜거리던 그녀는 어쩐지 이전과는 다름을 느꼈다. 그 전처럼 병약한 시절은 아닌 느낌인거다. 어느 시점인가 하면, 딱 아픈 걸 벗어났을 때, 한 10살쯤인 느낌이다. 숨 쉬는 것도 힘들지 않고 몸도 가볍다. 시험삼아 기숙사 복도를 우다다다 달려서 확인해보고 오오...!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 뒤로는 다소 천방지축으로 기숙사며 교내며 돌아다녔다. 작고 힘이 넘치는 몸은 긴 복도를 한번에 달려도 지치지 않고 키만한 난간도 훌쩍 넘어다녔다. 과거 몸이 자유로워졌을 때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진짜 어린애마냥 놀았다. 그러다 슬슬 뭐라도 먹어볼까 싶어 다과를 잡으려고 했는데, 힘조절이 안 되어 잡는 족족 부수고 찌그러트리고 말았다.
"이이...!"
정말 애가 된 것마냥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짜증을 내던 그녀. 손으로 안 된다면 입으로 물어보겠다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간 그녀를 막을 자는 없었으니. 계획을 마친 그녀는 적당한 높이의 난간에 올라가 지나가는 다과를 기다리다가, 딱 좋은 높이를 삭 지나가는 약과를 향해 뛰어내리며 콱 물었다.
레오는 이죽이는 태도가 맘에 안들었는지 제대로 보라며 두어걸음을 더 다가갔다. 봐! 보라고! 하면서 몇 번이나 더 상처입은 자리를 강조하던 레오는 옷을 내리고 매무새를 다듬었다. 툭툭 하고 옷을치곤 잠시간 째려보면서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 갈라주긴 개뿔이. 니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나본데. 내가 제대로 싸웠으면 니 애완동물은 지금쯤 내가 다 소화시켰어. 알아? 그리고 너도! 네 옆에 있던 새끼도! "
빈 말이 아니었다. 레오는 그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 넘쳐있었다. 이미 지난일에 대한 일이니 어떻게 상상을 하던 자신의 자유였으니까. 먼저 마법으로 조금 양념을 쳐놓고 동물로 변해서 목을 물어버리면 그걸 버틸 수 있는 것은 없겠지- 라고 레오는 상상했다. 조금 더 살을 붙여 살려달라고 말하는 각시의 얼굴과 그런건 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짐승의 눈동자. 목을 물어 질식하면 이리저리 흔들어 부러뜨린다. 그 다음에는 뭐, 천천히 소화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