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양이가 그러하듯 손에 얼굴을 부비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고양이와 함께 사는 입장인 그녀에겐 다소 신선하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평범한 고양이와는 다르게 대화가 가능하고 같은 밥을 먹을수 있단 차이 정도야 있겠지만,
"음~ 뭐 그정도라면 문제될건 없지만요~"
다만 뒤이어 들려온 말엔 아차, 하는 생각에 잠시 머리를 짚었을까? 그 뒤엔 태연하게 제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동작으로 마무리지었지만 잠시동안 갈곳을 잃었던 눈동자는 조금이나마 당황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나름 진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저 장난치기 위한 농담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미소 때문에도 전자쪽에 더 힘이 실리는 건 어째서일까?
"...아, 깜박했네요... 그런쪽은 딱히 신경 안썼던지라..."
의외로 정말 몰랐다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그녀의 반응이 바로 전해졌다. 쉽게 타는 성질은 아니기에 구태여 태닝할 이유도 없던 피부였지만 예전엔 신경쓰지 않았다면 지금은 조금이나마 시선이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관심가는 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자기 외모에 신경쓰게 된다더니, 그게 딱 맞는 말이었을까? 구애의 대상에게 조금 더 잘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동물들의 예시는 사람이라고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그정도 성능이 있다면 어차피 노는거 마다할 것도 없지만... 아, 확실히 괜찮은 곳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의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어우러진 당당한 걸음걸이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것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딱히 거절할 생각도 없고 어울릴수 있다면 뭐든 어울리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수긍은 빠른 편이었다.
게다가 해변가의 들어가고 나온 호도 저쪽의 시야에 가려질법했기에 주변 인파에 신경쓸것 없이 느긋한 분위기를 즐길수 있는데엔 최적의 장소라 할수 있었다. 풍경도 제법 괜찮았고, 어쩌면 사진찍기에도 딱 좋은 배경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물론 아무 이유없이 찍는 사진엔 잔상만이 남겠지만,
"그나저나 돗자리까지라니, 후후후... 상당히 본격적이네요?"
그녀 역시 자신이 필요한것 정도엔 준비성이 철저한 편이었지만, 기껏해야 햇빛을 충분히 가릴 정도의 모자, 크로스백 따위가 전부인 구성이었기에 심플하다면 심플하다 볼수 있었다.
모래의 성질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모래성을 좀 더 뒤쪽에 지어야한다고 알려주자 너의 표정이 바뀐다. 마치 무언가 깨달았다는듯 머리 위에 전구가 보이는 것 같은건 기분탓일까. 콜라 아니라니까, 자꾸 내 마니또 별명과 이름을 헷갈리는 네 얼굴을 눈을 가늘게 뜨며 보았다. 지금까지 네가 지었던 표정 중에 제일 생기있네. 그러다 네가 일어나는 것을 눈을 쫓는다.
" 모래성 만들기 ... 할 거 없으니까 같이 해볼까. "
어차피 시간을 때우다가 들어갈 생각이었기에 나름 괜찮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모래성을 만들자고 한건 너니까, 네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는게 좋겠지. 모래성은 무엇보다 역할 배분이 중요하다. 이렇게 파도가 들이치는 곳에 지으면 쉽게 지을 수 있지만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먼저 흙을 옮기던가 아니면 물을 붓던가 둘 중 하나를 해야하는데,
" 그럼 네가 성을 지어. 내가 흙을 퍼서 가져다줄께. "
사실 모래성은 바구니 같은 곳에 꾹꾹 눌러담아서 지어야지 멋있는 모습이 완성되지만, 그렇게까지 할만한 도구가 우리에겐 없었으니까 이렇게 젖은 흙을 옮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름용의 얇은 긴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춤을 걷어붙이고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조금씩 모래를 파도가 닿지 않는 곳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욕심 부려서 크게 지으면 오늘 안에 안끝날수도 있어. "
혹여나 하는 마음에 말해두고 열심히 흙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거 내일 몸살 나는거 아니야?
>>244 하늘이는 다른 사람과 벽을 쌓거나 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영역 안으로 사람을 쉽게 들이진 않지. 정말로 자신이 마음을 허락한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어. 그래서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지만, 정작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이가 제대로 없으니 (소꿉친구나 가족 등 제외) 그대로는 사랑을 앞으로도 알 길이 없다고 신이 선언한다는 비설 같은 거면 어떨까?
슬혜의 대답에 오묘한 대답을 흘리며 살며시 눈을 빛내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아무튼 잘 알겠다는 듯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는 왠지 이리저리 흔들리던 슬혜의 눈동자를 보았기에 작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런 모습도 꽤나 신선했으니까, 조금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슬혜가 신경을 안 쓰면 나라도 신경을 써야지. 챙겨오길 잘했다. "
역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줄 알았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반은 감으로 챙긴 것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아는 가볍게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적극적으로 다가갈만한 요소가 하나 더 생긴 것이었으니까.
" 적어도 슬혜의 예쁜 모습을 다른 사람들 눈에서 가려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장소지. "
슬혜의 대답에 맑은 웃음을 더해보이던 시아는 천천히 손을 놓곤 뒤를 돌아 슬혜를 바라보며 뒷걸음으로 나아가며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 말한다. 평소와 같은 잔잔한 목소리였지만 조금 더 들뜬 기색이 엿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원래 노는건 쉬는 것도 잘 챙겨야 한다고 하니까. 꼼꼼하게 챙기는게 좋지. "
시아는 한적한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펼치곤 그 위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리곤 슬혜를 모며 씨익 웃어보인다.
" 자! 그러면 대망의 수영복 보여줄 시간! "
시아는 슬혜에게 망설일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새하얀 티와 돌핀 팬츠를 망설임 없이 벗어낸다.
>>247 >>249 이것저것 있지만... 잘못된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좀 틀어버리고 싶긴 하겠지? 후회만 남은 과거라던가... 근데 얘 성격상 물흐르는대로 사는터라 남용했을거 같진 않구...🤔🤔🤔🤔🤔 근데 너무 틀어버려서 시간선이 꼬이거나 분열되거나 광기에 물들어버리는 것도 좋걸랑요. Wryyyyyyyyy 흑화한다아아아아아 (?)
>>260 눈물을 흘리는 민규주에게 진실을 알려주자면 절반은 거짓말이다!! 물론 하늘이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해보거나 한 적은 없긴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늘이가 아직 그런 쪽에 흥미가 없다는 것에 가까운지라. 물론 러브코미디 만화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싫어하는건 아닌데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는 건 그다지 생각을 안하는 피아노 바보라서. (시선회피) 그러니까 전혀 막 슬프거나 그런 거 아니다!!
>>261 이렇게 또 한 명의 수영복을 알 수 있었다!!
>>262 잘못된 선택이라. 확실히. 슬혜라면 뭔가 그러고 싶어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와중에 광기. ㅋㅋㅋㅋㅋㅋㅋ 시아를 보고 참아줘!!
고개를 끄덕이며 묻지도 않은 계획까지 말해준다. 사실 담근다기보다는 덕지덕지 묻은 모래 씻어내기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내일 낮에는 정말 나와서 제대로 있어볼 생각이다. 더워도 어떻게 썬크림이랑 모자로 중무장 하면 한두 시간 정도는 견딜만 할 거다. 못 참고 답지 않게 물로 돌진할 지도 모르지. 근데 혼자 빠질 수는 없으니까, 누구 하나 붙잡고 들어가야겠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늘어놓으며 작게 웃었다.
"당연하지. 얼마나 멀리 보냈는데."
재주좋게 맞받아치는 시아에 으쓱한 표정과 함께 말한다. 이런 확신의 말이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뒷일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짧은 삶을 관통하는 안일한 생각 덕이다.
"싫어한다기보단… 번거로워서 귀찮아요."
물에 젖은 몸에 모래가 어찌나 잘 달라붙는지! 지금 발만 이런 것도 귀찮은데, 모래인간처럼 다닐 생각을 하면 아찔했다. 젖은 옷 가방에 넣기 전에 말리는 것도 일이고. 생각만 해도 귀찮아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 내가 맞춰볼게."
사하가 고민한다. 맞출 확률은 50%. 오늘 처음 만났으니 사전 정보는 없다. 찍어서 맞춰야 하는 것이다. 진지한 표정과는 다르게 머리에서는 코카콜라로 시작하는 노래와 함께 화살표가 움직인다.
시아는 당신이 고민하는 동안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지켜본다. 과연 눈 앞의 귀여운 선배님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생각만 해도 꽤나 즐거워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나온 그 대답에 시아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 맞아요, 꽤나 좋아하는 아이도 같이 왔거든요. 햇볕 쨍쨍할 때 같이 바닷가에서 즐겁게 놀았었죠. "
자신의 팔을 감싸안은 시아가 눈을 감고 회상을 하듯 중얼거리머 답하곤 천천히 눈을 뜨곤 말한다. 그런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인데 자신이 너무 힘들게 한 건 아닌가 싶어 밤산책은 홀로 나왔던 차였다. 눈 앞의 눈치 좋은 선배를 의외라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 선배는 그런 사람 없어요? 같이 시간을 보내면 즐거운 사람. 어, 그것 보단 좀 더 심화 파트로 해서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던가~ "
시아는 살풋 고개를 살짝 기울여보인 체로 미소를 띈 체 짓궂은 말을 던져본다. 왠지 눈 앞의 선배에게선 꽤나 또렷이 반응이 전해질 것 같았으니까.
맞췄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손만 자유로웠다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신발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지만.
"사실 눈치 빠른 건 아니고 이번엔 운이 좋았어요."
대신에 정답 맞춘 이유를 순순히 불었다. 코카콜라의 신이 돕기라도 한 걸까. 오늘도 어김없이 쓸데없는 생각이 따라온다. 어찌됐든 맞췄으니 뿌듯한 건 사실이다. 낮의 일을 떠올리듯 얘기하는 모습은 마냥 들떠 즐거운 것처럼 보이진 않아도 꽤 편안해 보였다. 저렇게 곱씹을 정도면 좋은 추억이 됐겠지.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은 많은데."
벌써 떠오르는 얼굴이 제법 있다. 같이 떠들어주고 장난도 쳐주고 군것질도 해주고. 착한 애들 워낙 많아서 웬만해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지금도 재밌고.> 사하가 중얼거리며 덧붙인다. 두근거림은 역시 선생님이 째려볼 때가 최고인데, 역시 이런 걸 물은 건 아니겠지. 어깨만 으쓱이고 만다.
"낮에 그 애랑 있을 때 즐겁고 두근거렸어요?"
제 얘기할 때는 밍숭맹숭하게 굴더니 질문할 때는 금방 장난스러운 얼굴을 한다. 부끄러워하면 조금 놀려주고 싶은데. 악의 없이 짓궂은 생각도 잠깐 해본다.
"…나 올해 들을 예쁘다는 말 다 들은 것 같아."
사하가 고개 젖히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민망한지 양볼이 은근히 불그스름했다. 진짜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이 나한테 예쁘다고 해주네.
수영복 최고야... 멋져... (사망냥이) 참고로 양아치는 이런 느낌입니다... 다만 이대로 나서기엔 부끄러우니 얇은 흰색 원피스 덧입었다는... 그런 티엠아이, 쿠앤크 성애자 양아치... 참치적으로도 챙 짱넖은 바캉스모자 좋아해. 사실 해변룩은 수영복은 둘째고 모자가 탑리스트지. 암, (덕끄덕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