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술잔에 술은 넘치지 않을 만큼 따른다. 적당히 데워져 열기를 더하기 좋은 술은, 긴 거리를 지나오며 쌓인 피로를 부드러이 풀리게 만들었다. 무거웠던 몸에 청주 특유의 뜨거운 술향이 돌고 나자. 그때서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중원은 깊게 따른 술을 내밀었다.
"사람과 만나면 사람과의 인연이 있다고 하지요. 어차피 돌아다니며 번 돈. 돌아가기 전까지 쓰기 위해 썼을 뿐이외다."
부드럽다. 그러나 또한 강맹하며, 거칠다. 그 말에 어울릴 법한 움직임으로 지원은 창을 지워냈다. 그 모습은 왜 남궁의 검이 일절이라 하기에 모자람 없는지, 중원의 눈에 새기게 했다. 수없는 불들이 비산하여 날아오르던 것을 거센 바람이 지워낸다. 순식간에 사라진 불싸라기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중원은 검을 되돌렸다. 그리고 앞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온다.
흑호난지평정
저 자의 비전이라 할 법한 검이 울린다. 검이 울음을 토해내며, 마치 산군이 내려오는 듯한 기세를 낸다. 거대한 호랑이를 향해 그 검을 짓켜들고, 한 명의 무인이 온 힘을 다한 일격을 내리려 한다.
"하"
중원의 입에 미소가 올랐다. 호랑이. 그 호랑이. 그 개같은 산군놈의 형상이 여기에 있었다. 두 발을 어슬렁대며 내게 걸어오는 그 산군의 모양이 저곳에 보였다.
"만약 이 비무가 생사결이었다면. 그 무공을 쓴 것 하나만으로 나와는 척을 져야 했을거요."
북천독수 모용중원이 산군에게 팔을 잃은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그의 눈 앞에서 호랑이를 본뜬 무공을 사용한다. 그것은 중원을 무시하려는 의미로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일이 비무라는 것을, 그리고 눈 앞의 어린 청년에게 그 의도는 없었음을 중원은 알았다. 그래서 중원은 대신 검을 쥐었다.
"남궁지원. 내 무림 선배는 아니나...인생 선배로써. 단 하나의 조언은 하리다."
모든 공격에 정직하게 맞댈 필요는 없다. 서로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 온 힘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그러나 고수들에겐 온건히 들릴 그 얘기를 꺼냈다.
"결국 모든 것이 승리를 위한 포석이오. 그 모든 것을 상대가 받아주리라 생각하지 마시오. 생사결의 상황에서 펼치는 나려타곤이 비웃음당한다 한들, 결국 승리하는 이들이 처절함 속에 피어나는 것을 생각하시오."
중원은. 가장 강한 일격을 향해. 자신의 검을 내세웠다.
"그거 아시오? 내가 지금까지 보았고 내가 지금까지 펼친 화석도는 굉장히 방어적인 무공으로 표현되지만 우습게도 그 무공의 후반식들은 매우 강렬한 공격성을 지닌다오."
화석도의 전반부가 화석化石. 그 강맹함을 닮고자 한다면 화석도의 후반부는 화석火石. 그 거칢을 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대가 본 모든 초식들은 무공의 후반부였을거요."
천고지변 내진파 화석.
모든 것이 화석도의 후반식들이었다. 그나마도 중원은 의도적으로 지원의 검과 맞붙길 피했고, 직접적으로 검과 부딪힌 것은 단 두번 뿐이었다. 천고지변이 하늘에서 떨어지던 순간. 그리고, 화석으로 발생한 불길을 막고자 한 순간.
화석도 3성 불파석
거대한 호랑이를 상대로 중원의 검이 하늘을 향했다. 거칠게 내려치는 호랑이를 향한, 거대한 뱀의 검들이 굽이치듯 움직였다. 호랑이의 발에 짓밟히고, 온 몸에 발톱을 긁히면서도. 화석. 그 의지가 중원의 검에 담겨 있었다. 반격, 그리고 비취신공. 거기에 더해 황룡갑까지. 선명히 난 자상들이 그 피해를 쉬이 짐작케 했지만, 중원은 그대로 지원의 검을 받아냈다. 그리고, 선명히 지원을 향해 한 번의 살수를 뿌려냈다.
"받아냈소."
온건치 않은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말 비취가 되어가기라도 하는지. 중원은 웃음과 함께 지원을 향해 다가갔다. 검이 무겁게 짓눌리기 시작했다.
잔에 넘치듯 술을 담는 모습은, 꽤나 급하게 술을 마시는 이의 행색이 느껴졌다. 술잔에 넘친 술 일부가 손가락에 닿아 뜨끈한 감각을 느끼게 했다. 단번에 술을 삼키고 중원은 나직히 평에게 물었다.
"그래서. 왜 그 잡배들에게 순순히 막혀주셨소? 보아하니 무림초졸도 아닌 듯한 양반에, 정파도 아닐 인간이."
그가 가진 가장 좋은 능력이라 한다면 그건 사람을 보는 눈이었을거다. 중원의 눈에 평은 절대로 만만한 이가 아니었다. 정파의 인물이었다면 이런 곳을 이용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며, 마교의 인물이 이곳에 있다면 그들의 포교대일 수밖에 없으니. 혼자 다니거나 막히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파의 일원이란 이야기가 된다.
"그냥 맘대로 행동한다 한들. 누가 그대에게 무어라 할 수 있겠소."
여기 있는 사람 중. 중원을 제외하면 이 남자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중원 역시 이자가 날뛴다면 막을 생각도 없기도 했다.
삶에는 여러 형태의 갈증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수분이 부족하여 생기는 갈증에서 부터, 무언가를 갈망하면서 마음속에 생기는 갈증까지 이 처럼 그것은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다. 그에게 있어서 갈증이란 삶에 대한 갈증에 가까웠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기직전까지 싸우고 살아남다는 쾌감을 즐기는 것, 어찌보면 욕망에 가까운 형태가 그가 가지고 있는 갈증이었다. 하지만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베어넘기면서 지내던 그의 갈증의 해소 기준치는 점점 높아져만 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어지간하면 목마름이 해소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대를 세웠다. 가극, 비무, 광대 어떤 형태이든 상관 없었다. 그는 무대를 세웠고, 극을 연출해서 자신의 목마름을 채웠다. 투쟁에서 빠진 부분은 증오로 채웠다. 상대방이 자신을 증오하게 만들면 그 자는 자신의 한계에서 한 단계, 혹은 두 단계까지 능히 넘어 자신에게 검을 휘둘렀다. 삶에서 빠진 부분은 흉터로 채웠다. 흉터가 하나 둘 씩 늘어갈 때 마다, 투쟁이 끝나고 쓰라린 흉터를 느낄 때 마다, 그는 척추를 타고 전해지는 쾌감에 몸서리 쳤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들 한다. 그의 연출도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간혹 갈증을 견딜 수 없을 즈음에는 이런식으로 해소했다.
어중이와 떠중이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고싶지도 않다. 기껏해봐야 어디 촌동네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며 시정잡배 짓이나 했겠지. 그런 자들이 한탕 크게 해보자 하며 산으로 향했고, 산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흉기를 들이밀었다. 이런 놈들은 죽여도 뒷끝이 없다.
그는 소태도의 검면에 묻은 붉은색의 핏자국을 옷소매로 훔치며, 혹시 아직 숨이 붙어있는 이가 있나 찾아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