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이해하려 한다. 또한 이해 자체로 인간이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지닌다. 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에게는 욕구와 능력이 있으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화를 피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것에 대해 위험의 가능성을 추론하거나 발견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욕구를 중점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욕구에 대한 수단을 초월적인 믿음에서 찾기도 하며, 그 수단이 종교가 되면 종교를 가진 집단의 생존능력은 다른 집단보다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또한 종교적 사고, 습관, 가르침, 가르침에 대해 믿음을 주는 행동과 사건. 즉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의 헤게모니는 곧 종교가 된다.
언더테이커는 뿌리가 Undertaker, 즉 장의사로 비롯되었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며, 이들에게 종교는 허울 좋은, 높은 존재에게 기대 안식을 취하기 위한 허상에 불과하다. 때문에 허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고 있으나 결코 구원하지도, 깨달음을 주지도, 전하지도 않는다.
2. 블랙번 가문은 극단적인 이상주의 가문으로, 멸문 직전 언더테이커의 선조가 도움과 생존에 대한 가르침을 준 이후 언더테이커를 주인으로 섬기는 군신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나 그 믿음이 변질되어 광신으로 변모하였다. 이로 인해 46대 가주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결혼 전 미들네임은 헬레나 줄린 언더테이커다.)가 5시험 중 2시험을 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허상은 진실, 진실을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래 된 세습과 규율, 전통을 폐지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였다.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이후 5시험을 통과한 이후 거울과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플래시백 증세를 비롯한 큰 PTSD 증세를 호소하였다.
발렌의 까마귀는 아성이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건지 신나게 죽은 쥐를 뜯어먹고 있었다. 물론 아성 역시 까마귀가 쥐를 먹는 것이 자신이 고기를 먹는 것과 별 다르지 않으며 쥐 같은 유해조수를 먹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실제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역겹기만했다.
아성은 발렌타인이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발렌타인은 현무의 학생대표 그리고 아성은 일반 청궁 학생 중 한명이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알고 있다네. 하지만 어쩌겠나? 그대가 청궁, 주궁, 백궁, 현궁 순으로 마름모 꼴로 순찰돈다면 안 마주칠 방법이 있긴 한건가? 대체 어떤 루트로 해야 그대와 안마주치는 걸까? 난 모르겠네. 난 청궁 백궁 현궁 주궁, 그리고 다시 청궁 순으로 돌고 있으니 날 마주치기 싫다면 그대가 돌아가게."
아성은 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물론 애초에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으니 별 의미는 없지만. 까마귀는 쥐의 머리를 덥썩 물고는 한입에 삼켜버렸다. 발렌타인은 그런 까마귀를 걱정하는 듯 체하니 천천히 먹어달라며 부탁했다.
"까마귀도 체라는 것을 하나?" 아성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물론 체라는 것이 단순한 소화불량이기에 장기가 있는 생물이라면 모두 체를 할 수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까마귀가 쥐를 잘못먹어서 체할 수도 있다는 건 몰랐다.
"난 탈이 아니야. 발렌타인. 널 죽일 이유가 없고 죽이고 싶지도 않아."
아성은 발렌의 말에 짧게 반박했다. 아성은 발렌이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 지 이해했다. 그의 말의 본래 목적은 만약 이곳에 있던 게 탈이었으면 그가 널 죽였을 것이라며 몸 조심하라는 뜻이었지만 표현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아성은 발렌타인이 자신의 말을 '난 탈이 아니기에 널 죽일 수 없지만 탈이었으면 가차없이 널 죽였다.'라고 오해했으리라 추측했다.
"너 역시 잘 알고 있네. 탈을 쓴 녀석들도 아닌 나 조차도, 아니, 저학년도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죽일 수 있어. 그런데 진심으로 우리를 죽이려드는 탈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으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 순찰을 돌고 있는 거야?"
아성은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아성은 청궁 감점 없이 무사히 도망칠 실마리를 찾아내었다.
"맞아, 그리고 그것이 네가 될 수도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지. 그런데 내 생각엔 이렇게 혼자 순찰을 도는 우리 중 한명이 될 것 같아서?"
아성은 발렌의 목소리가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지자 그가 되게 열받았음을 추측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음을 참았다. 흥분 상태가 되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도발이 성공했다. 아성은 발렌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이제 감점과 같은 째째한 수나 이성적인 대화보다는 폭언이나 폭력 같은 파괴적인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시 말해. 감점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또 한번 반대로 꼬아보자. 우리가 아무도 지키지 못한게 맞아? 마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게 맞고 사감과 교수가 아무것도 안하는 게 맞아? 우리는 수백명을 지켰어. 마법부는 지금도 수 많은 악질 범죄자를 쫓고 있으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교수와 사감 역시 목숨을 걸고 우리를 지켰어. 기억안나? 사감 선생님 중 한명이 탈을 쓰면서까지 우리를 지키려고 한것?"
아성은 처음에는 크게 분개해하며 그를 한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한명의 선생이었고 사람이었다. 한명의 제자도 잃고 싶지 않아했던 연약한 사람.
"넌 네 자신을 과신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데 다시 묻자. 넌 강해? 아니, 당장 일반 학생인 내가 아즈카반행을 각오하고 너에게 금지된 주문을 날린다면 넌 방어할 수 있어? 아니, 내가 공격 주문을 날리며 널 죽이려한다면 넌 상처없이 날 제압할 수 있어? 그전에 날 이길 순 있어?"
순찰을 도는 건 고맙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을 위한 일이니까. 하지만 아성은 탈의 위협이 학생들을 노리고 있는 지금. 아무런 대책없이 학생 대표 혼자서 순찰을 돌게 한 것과 발렌이 많은 사람들을 비난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래 목적은 그를 적당히 도발한 후 도주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언행을 듣고 화가났다.
"네가 염을 직접한건 정말 고마워. 우리 대신 손을 더럽혀 준 것에 대해선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이 네가 다른 이들의 노력을 모욕할 이유는 되지 못해."
아성은 선을 그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거야. 나도 너도 오늘은 그저 서로를 못본거야. 그냥 순찰 코스가 우연히 겹치지 않아서 서로 대화하지도 않은 거라고 알겠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말다툼하는 동안 서로의 경계선에 구멍이 생겼으니까."
화가났다. 그의 말과 행동에, 그러나 그의 말은 분명 맞는 부분이 존재했고 반박할 수 없는 부분또한 존재했다. 그러니 화가나도 참고 본래 목적을 이루기로 한다.
'감점없이 도주하기.'
아성은 자신이 발렌에게 했던 말을 되짚었다. 그리고 속으로 탄식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버렸다. 그는 부디 발렌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주길 바랐다.
그는 대놓고 욕하지 않는다. 품위나 그런 문제가 아닌 더 엮이면 귀찮다는 이유 때문이다. 굳이 미리 편지를 보낸 뒤 순찰을 돌면 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유치하게 말싸움 하는 현장은 더 싫었다. 비효율적인 대화와 빙빙 도는 말싸움을 하느니 백정과 반박자 늦는 대화를 하는게 몇배는 더 가치 있다.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랬다. 그럼에도 딱 한마디 말을 얹었다.
"당연한 소리. 개와 고양이도 감기에 걸리지 않나. 병치레는 만 동물이 가지는 공통된 이치일세만."
무엇보다 달링은 성질이 나면 씹지도 않고 삼키는 버릇이 있었다. 자칫하다 기도라도 막히면 어쩔 셈인지! 그의 심장이 곤두박질 치는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사랑스러운 달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파서는 안 됐다. 긴 수명을 가진 큰까마귀의 특성상 무려 10년을 함께 해온 사이라 있는 정 없는 정이 다 들었기 때문이다.
심기가 불편했다. 말을 해도 오해가 생기는 판국에 말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는 많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나면 특히 그렇다. 사람은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 같을거란 생각으로 대화를 한다. 그는 탈로 인한 죽음이 개죽음이라 해도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숭배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나 둘 죽어가도 상관 없다. 그게 그라면 더 괜찮다. 죽기 전엔 뭐든 할 것이고, 죽어도 가문 사람들은 그러려니 살 것이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며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성, 당신은 아니다. 탈의 죽음을 막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대단한 일이다. 한 사람도 죽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죽음을 아예 방지하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건 당연하다.
새삼 부네인지 뭔지 하는 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였어도 주특기인 섹튬셈프라와 충분한 인간혐오로 인해 축적된 살의로 아바다 케다브라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지팡이를 쥘 것 같았고, 눈은 따뜻한 온색 계열이었지만 현궁의 얼음 호수처럼 서슬퍼렇다. 손바닥에 늘어진 은실 밑의 로켓은 거친 바람결에 계속 흔들렸다.
"적어도 자네 말처럼 원내에 다시 탈이 들어오면 아무도 지키지 못하는 꼴이겠지. 마법부가 방치하지 않았다면 부네탈과 선비탈은 어떻게 아즈카반에서 탈출했지? 사감과 교수가 목숨을 걸고 지켰다면 왜 같은 수에 두번을 당하지? 교수가 탈을 쓰며 지켰으면 원내를 칠 계획임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단 것 아닌가. 의심해야 할 것은 확실하게 규명해야 하거늘 왜 그런 언질도 없냔 말이었네."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가 탈을 썼다는 건 백정을 통해 알게 된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학생을 지키고 싶어서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했다는 건 타니아를 통해 알았다. 기가 찼다. 맹목적인 것은 변한다. 학생의 불신과 분열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처럼.
또 원점이다. 유년시절 사람을 평생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그 철칙이 여기에서까지 쓰일 줄 몰랐다. 마음 같으면 모의전을 신청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는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려 하며 눈을 잠시 내리감았다. 바르르 떨리는 몸이 내재된 화를 식히려는 듯 하다. 그는 보가보다 인내심을 깊게 키웠고, 대담한 사람일 뿐더러, 비효율적인 상황을 싫어했으며, 가문 자체가 남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 필요시엔 지팡이를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도 좋은 지론이라 여겼다. 모의전을 신청했다면 시작하자마자 살인 저주를 날렸을 것이다. 흉기난동 마냥 섹튬셈프라 난사를 참는 생각만 6년. 덕분에 학교에 와서 인내심만 깊어져갔다.
알지 못하는 것은 의심을 깊게 하고 불신을 심어 균열을 일으킨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니 평생 서로를 이해할 일은 없겠군."
그 또한 선을 그었다. 적어도 현재 그는 표독하며 악독한 자다. 정의감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가 없고 의무를 짊어졌기에 행할 뿐이다. 차라리 그렇게 되는게 낫다. 동정의 시선도, 안타까운 탄식도, 위로도, 공감도, 누군가와의 의기 투합도 필요가 없었다. 사상 자체가 다르니 일절 쓸모없고 무상(無想)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내의 사람을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받아들이지. 다만 건 선생님께 정식으로 여쭈어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순찰 루트를 다시 편성할 테니 그리 알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짜야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겠는가."
기숙사 점수에 대한 것을 청궁의 사감에게 일임한다는 뜻이었다. 봐준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팔을 저 멀리 있는 나무 쪽으로 뻗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달링, 이리 온." 달링이 쥐를 바닥에 툭 밀어 던지고는 날개를 펼쳐 낮게 비행한다. 어깨 위에 안착하고 나서야 그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