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소리를 듣고 아랑은 민규가 뭔가 잘못 이해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인형 선물이 아니라, 다른 거라면 같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인데. 봄이어도 여름 소품은 미리 살 수 있고.
“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인형 선물만 쪼금 싫은 거지. 다른 선물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제가 한 건 거절이 아니라, 음...”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 금방 답한다.
“ 봄이어도 여름 소품은 미리 살 수 있으니까, 선배가 좋다면 같이 가서 골라주는 것도 좋다는 거예요. 알겠죠오? ”
그.. 혹시, 괜찮다면 이유도 궁금한데... ...껄끄럽거나 불편하면 말 안 해도 돼. 대답을 강요한다든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
이건 더 오래 고민에 빠져야겠는데...? 껄끄럽고 불편하면 말 안 해도 된다고 하고, 대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 거 아는데. 상냥하고 무해한 사람이 조심스레 용기... 비슷한 걸 낸 걸 거절해 버리고 싶지도 않고. 이유를 솔직히 꺼내면... 표정 관리 잘 할 수 있을까...?
그 이유를 듣고 당신이 나를 불쌍하거나 가엾게 여기지 않을까?
이걸 어떻게 정제하고 예쁘게 포장하나 고민해봐도, 그 과거는 정제되거나 예쁘게 포장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서 선배가 또 거절 받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싫다. 불쌍하거나 가엾게 생각하는 것도 별로지만, 과거 내 상처에 공감해주는 것도 내키지 않다. ...싫어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린 불합리한 세상이고 울타리 밖은 역시 안전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울타리 밖을 나가서 세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밝게 웃어야 할 때가 있는 거지. 나 이제 그런 거 잘해.
아랑은 잠깐만 기댈 거라는 제 말을 지키고 원래 제 자리로 돌아왔을 것이다.
“ 선배애, 나는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체구가 작고 가벼웠거든요. ”
최대한 가볍고 담백한 어조, 로 이야기를 꺼낸다. 목소리 또한 굴러가는 별사탕 같겠지.
“ 작고 가벼운데 귀엽고 예쁘기까지 하니까, 인형처럼 여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겠죠. ”
민규를 슬쩍 쳐다보고 방긋 웃어주는 것에도 실수는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해맑고 사랑스러운 얼굴일 테다.
“ 그래서 난 인형을 선물 받는 게 쪼꼼 싫어졌어요. ”
아랑은 말하고 나서 포로록 작은 한숨을 내쉰다. 그래, 여기까지 표정에서부터 목소리, 어조까지 실수는 없지. 깊게 생각하거나 들추지만 않는다면 말의 내용도 새까맣진 않다. 적당히 옅은 네이비 정도일까? 다만... 꾹 쥐고 있는 작은 주먹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게 당신의 눈에 보였을까. 금아랑은 시선을 제 손에 주었다가 한숨을 삼켰다. 주먹 쥔 것을 조금 위로 들어 쫙 펴니까 하얗게 질린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제 눈에도 퍽 가엾다 싶다.
“ 모든 사람이 그렇듯. 사람마다 극복 못한 게 서너 개쯤은 있잖아요. 나도 그런 거예요. 평범한 거죠. ”
파르르 떨리는 제 하얀 손을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보나 싶더니, 도로 얌전히 내려서 주먹을 쥔다. 아까만큼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 집에 데려다주고 싶어졌다면 그래도 좋고오. 아까처럼 또 어깨...라고 할까 팔을 빌려주고 싶어졌다면 사양은 안 할거예요~ ”
*
그게 자신의 문장이냐고 묻는 민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11월 29일. 봄하고 겨울이네.
“ 그러네요. 봄하고 겨울이야. ”
지났다고 해서 꼭 못 챙겨주는 건 아니지.
“ 챙기고 싶어졌다며언, 뒤늦게 챙겨줘도 괜찮은데요~ ”
곧 여름이 오겠지만, 아직은 봄이다. 계절이 안 지났으니 대충 세이프라고 하자. 뒤늦게 챙겨줘도 괜찮다고 말하며 아랑이 빵긋 웃었다.
아무말 대잔치로 그냥 주절주절하자면 이 bite가 만약 애니메이션이고 캐릭터마다 어느정도 에피소드 편이 주어진다면 하늘이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정말 늑대들이건 정말 고급 교육을 받은 이들에다가 진짜 엄청 유명한 이들이 가득한 경연장에 하늘이가 선 그런 것으로 해보고 싶어져. 하늘이는 딱히 유명한 애는 아니니까 저게 누구지? 웅성웅성하는 분위기를 느끼며 하늘이가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눈을 감고 산들고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다가 이쯤에서 회상씬을 내보내면서 방에 있는 피아노를 이용해서 음 하나하나를 치면서 뭔가 곡을 만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속으로.. '나의 첫 곡. recollection.' 이라고 중얼거리며 그 곡을 치고 그 곡이 엔딩곡으로 내면서 스탭롤이 올라오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망상만 만든다.
대회 결과요? 마지막에 하늘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뒤돌아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하늘편 Fin. 이렇게 내면 되는거 아닌가? (야)
>>376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서 실력이 쌓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몇 번 밝혔다시피 하늘이는 피아노에 대한 재능이 없는만큼 곡을 만든다고 해도 진짜 엄청나게 공부하고 노력해야 겨우 가능할테니까. 그래서 지금도 이미 있는 곡을 연주하면서 만족하는 수준이기도 하고. 그리고 동시에 그게 하늘이의 현 피아노 실력의 한계기도 하지. 사실 노력한다고 해서 뭐든지 잘한다 이래버리면 늑대와 다를게 없기도 해서 그렇게 설정한거기도 하구.
Bite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아마 비랑이는 평소에 깨알같이 나오는 시선강탈 엑스트라가 아닐까 싶어. 어디 길 지나다니는데 모브 사이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빨간머리! 어떤 일로 의기소침한 주연 레스캐 아이들한테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사라지는 모브 역할을 맡는다는 것도 떠오르네. 개인 에피소드라고 한다면 비랑이가 장난을 치려다가 학교에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상황 정도겠지만. 아니면 공식에서 팬서비스로 풀어주는 양<->늑대 반전이나 기타 AU 같은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되어서 마지막은 ☆모두 꿈이었습니다☆하고 끝난다던가.
>>380 뭐야 베네치아 사진 보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민규야. >>383 그런 캐릭터도 중요한 법이라구요! 어느 에피소드를 가나 등장하는 모브캐는 주연이 되었을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죠. >>384 그렇게 하고싶은 말 다하고 후련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