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던 건 잠시 접어뒀는지 비랑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하를 바라봅니다. 비랑이 하는 운동이라던가 하는 건 뛰어다니기 정도지요. 더 억지로 꼽아보면 딱 한번 하고 쓰러질 백플립 정도겠지만요.
"또 뺏겼잖아. 계속 빼앗기긴 무슨."
힘없이 빠져나온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곤란해 하는 듯한 선하에게 (속내가 어떤지는 조금도 모르고)다시 열기를 실어주려는 듯 비랑이 더 불타오르네요. 이렇게 지고 나서 되돌려 주지 않을 순 없습니다. 싸움을 건 이상 접시가 빌 때까지 가야 해요! 물론 선하가 튀김을 한 개라도 먹는 순간순간 비랑한텐 손해만 생길 뿐입니다만.
"앗싸! 이번엔 잡았다!"
길다란 고추 튀김이 젓가락 사이에 힘겹게 잡혀 올라옵니다. 이번엔, 이번엔 앞섰군요! 지켜보는 사람도 감개무량해지진 않겠지만 아무튼 쭉 밀리던 비랑의 유일한 쾌거입니다. 비록 들고 오는 과정이 좀 부실해서 떡볶이 그릇에 떨어트리긴 했지만요. 옷에 묻은 건 옷 색 때문에 티도 안 나겠다 싶어 신경도 안 쓰는 비랑은 얼굴에 묻은 걸 손으로 닦아내고는 손가락을 할짝댑니다. 코로롱에 걸리기 좋은 생활방식입니다.
"좋아, 이대로만 가자."
자기 자신한테 맹세하는 것처럼 (자기치곤)엄숙하게 말한 비랑은 다음으로 길쭉한 튀김에 손을 뻗습니다. 흰색이 섞인 붉은색이 얼핏 비치는 걸로 봐서 맛살 튀김 같네요.
.dice 1 100. = 75 /이 튀김 배틀을 끝내고 싶을 땐 ☆그냥 튀김이 다 떨어졌다☆로 끝내면 돼. 김말이, 고구마튀김, 오징어튀김, 야채튀김, 고추튀김, 새우튀김, 맛살튀김, 튀김만두가 한 번씩 나와서 이제부턴 새우튀김을 제외하고 이미 나온 튀김이 끝날 때까지 반복될 예정이라 하는 말이야!
많이 아프진 않아도 그거 그리 좋진 않은 것 같은데. 찔린 것처럼 원인불명의 아픔이면 어쩌면 신경과 관련된 것일수도 있거든. 특히 손목만 주로 쓴다면 그 관련으로 조금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가능하면 빠른 시일내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길 바랄게. 원래 많이 아프지 않을때 병원을 가야 더 아프기 전에 고생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래도 대부분 하루 정도면 없어지니까, 하루가 지나도 안 괜찮으면 병원에 가 보지 뭐. 요즘 한쪽으로 눕는 안 좋은 습관이 생겨서 그런 걸수도 있고. 손목을 혹사했다는 건 평소 손목을 많이 쓴다는 게 아니라 답레를 쓸 때 손목만 움직여서 썼다는 말! 손목에는 문제가 없다구. 병원에 갔는데 별 게 아니라면 좀 아깝단 말이야. 전에 병원에 갔을 땐 몇 개월 전이었지만 거리두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도 직접 만져보고 이런 게 아니라 조금 거리두고 증상만 듣고 약을 받았는데, 지금도 그러면 의미가 없는걸. 충고는 고맙지만 어지간히 아프지 않은 한 안 갈 것 같아.
되묻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나쁜 뜻으로 한 말 아냐.> 혹시나 싶어 덧붙인다. 사하가 본 새슬에겐 귀여운 구석이 차고 넘쳤지만, 동화에 대해 얘기한 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분위기 때문일까. 쉽고 간단한 설명쪽으론 영 재능이 없어 더 풀어 얘기해 이해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 아무튼,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씩씩하게 걸어가다 해피엔딩이랑 만날 것 같아."
혼자 생각하느라 한참 입 다물고 있더니 다짜고짜 하는 게 이런 말이다. 혼자 상상하던 네잎클로버 길과 과자집 얘긴 입술을 거치며 화끈하게 생략됐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해피엔딩>이니까. 그것만 잘 전달되었다면 그럭저럭 소통이 된 거 아닐까 싶다.
"마음에 드네. 앞으로 남들한테 그렇게 말하고 다녀야겠다."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흔한 이름이라 생각은 안 했지만, 새슬이 말해준 것처럼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제가 가진 건 원래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되는 법이니까. 오히려 새슬의 이름에 반짝이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새벽녘 맺힌 이슬에 아침볕이 들 때, 혹은 잔잔히 물결치는 강 위로 맺히는 윤슬 같은 걸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햇빛 아래 있는 게 제법 잘 어울린다.
"일단 찾아두면 어디 쓸 데가 있겠지. 행운은 돈 같은 거라서 일단 있으면 좋아."
<행복도 그렇고.> 세잎클로버 하나 꺾으며 말한다. 사실 네잎클로버 찾는 건 반쯤 포기했다. 그래도 이왕 앉은 김에 모양 예쁜 행복이나 몇 개 가져가자 싶었다. 신이시여, 제게 행운을 주실 거라면 나중에 로또 1등 되게 해주세요.
"나… 행운 필요해요. 행운, 정말 필요해."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옛날 드라마 대사 뱉고서 실실 웃는다. 못 알아들었어도 대충 농담인 건 알 정도의 표정이다.
"난 수능 때 찍신 내리게 해달라 빌러 왔어."
헛소리 뒤로 진심이 따라붙었다. 반쯤 포기했다는 말은 나머지 절반은 포기 안 했다는 뜻이니까. 맘에 드는 세잎클로버 고르는 척 하며 네잎클로버를 찾는 손길이 은근하게 간절했다.
반존대, 라는 말에 조금 표정이 풀어졌다. 나름대로의 합의점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어딘가가 편해졌다.
"그래, 반존대가 편하면 그렇게 해."
반존대든, 존대든, 반말이든 상관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반말을 쥐어짜내거나, 억지로 존댓말을 쥐어짜내는 걸 보기 불편해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그러니 '반존대'라는 합의점은 최민규의 마음에도 썩 괜찮아 보였다. 듣는 사람, 말하는 사람 둘 다 편한 선택지.
막상 아랑이 옆에 앉자 조금 얼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라면 눈치채기 어려울 테지만, 최민규는 아주 짧은 찰나 동안 얼어붙었다. 앉으라고 제안한 쪽이 얼면 어떻게 하냐, 는 마음 속의 외침을 듣고 삽시간에 해동되었다.
"운이 좋았구나, 나. 다행인데. 나도 마침 복숭아맛 좋아하고 말이야."
뭐, 거의 대부분의 맛을 잘 먹으니까.
"응?"
주고 싶다는 말에 눈이 조금 커졌다. 정작 자신이 마니또면서, 이것저것 받아버리는 바람에, 최민규는 아랑에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슴 어딘가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있었다. 방금 그 말을 듣자 대롱거리던 방울이 조금 더 커졌다. 양심이 콕콕 찔려오는 것도 같다.
"포장까지 했네..."
작은 감탄을 하며 받아들었다. 상자를 톡톡 두들겨보았다.
"그럼 지금 열어볼게."
허락까지 받았는데 구태여 사양하는 성격은 못 되었다. 최민규는 조심스럽게,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려 들며 포장을 뜯었다.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 북북 찢는 건 조금 미안하다.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에 눈을 꼭 감았다.
여름 기대되는 이유... 햇볕 쨍한 날씨랑 장마가 동시에 있고 여름밤 있고 매미소리 있고 바다 있고 불꽃놀이 있고 ㅠ 여름이 괜히 청춘이 아니라구욧 >>934 하늘색 옷 입은 하늘이가 되어버리는구만 ㅠㅠㅋㅋㅋㅋㅋㅋ 놀림 많이 받았니...... 눈물좔좔.... 하지만 나는 좋아 하늘색 입은 하늘이라니 청순할 게 분명하다
>>935 일단 오너피셜 설정상으로는 하복을 처음 사고 입을때부터 같은 반 친구들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 하늘이가 하늘색이 되었어. 라는 식으로 가볍게 놀림을 받았다는 설정이 있어. 사실 이거 때문에 하늘이가 하늘색 옷은 잘 안 입지만 교복이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어. 입어야지! 그러니까 입으라구! 강하늘! (하늘:(죽은눈))
엗? 가볍게 장난치는것을 학생회에 알리면 그거야말로 문제 커지는 거 아니야? (동공지진) 그냥 장난 캐입일 뿐이라구! 여름이라고 하늘이가 막 우울해하거나 시트 내리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구. 물론 일상 돌릴 때 장난처럼 이야기하면 순간 움찔하겠지만 난 그것도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