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은 나를 짓누르고 비는 추적추적 내려 갈라진 신뢰를 바스라트리네. 자연은 시시각각 변하며 나는 이제 죽은 존재요, 너의 삶을 살아가리라. 나는 나라는 존재를 찾아야 하는 걸까. 그럼 나는 무얼까?
— 후부키 이로하, 죄책감으로 비롯된 존재.
1. 이노리와 이로하는 쌍둥이로, 이노리는 선천적인 애니마구스이며 이로하는 변신마법사였다. 변신마법사의 핏줄은 외할아버지의 것으로, 후부키 가문은 외진 곳에서 자신의 일족밖에 살지 않았기에 순혈과 변신의 맥을 이어오는 경우는 단 한가지 뿐이었다. 이로하는 또다른 순혈로 인해 그 맥이 끊길 뻔 했으나 기적같이 이어진 산물이다.
2. 이노리와 이로하, 그 둘의 어머니인 호타루는 전쟁에 대해 무지하다. 다만 둘의 아버지인 이현석은 오러로 활동했기 때문에 매구와 추종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참상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침묵했으며, 이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3. 숲에서 신비한 동물과 놀며 대화하던 둘은 피비린내를 맡는다. 이노리는 신비한 동물이 약육강식을 자행하는 것이니 자연의 뜻대로 맡기자고 했지만 이로하는 그 냄새와는 다르다며 인간의 것임을 알아챘다. 둘은 숲의 입구에서 상처 투성이인 한 마법사를 조우했고, 후부키의 숲 안으로 들여보냈다.
4. 어머니는 손님을 치료했으며, 아버지께서 오늘 '마법사 하나를 쫓느라 늦을 것'이라며 먼저 저녁을 먹자 하였다. 히츠마부시. 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이로하에게 손님을 모셔오라 하였다.
5. 이로하가 손님방의 문을 열고 본것은 어깨죽지의 여우 문양이다. 손님은 자신을 고발할 거냐고 경계했으나 무지한 이로하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나 지금은 저녁이 중요하다 하였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으나 무지가 기어이 학살의 첫 걸음을 디뎠다.
6. 단란한 저녁시간. 이로하와 이노리는 손님에게 학교에 입학할 것이라며 자랑을 했다. 경계하지 않는 모습에 손님이 질문했으나 손님이니까요, 라는 말로 무지함을 드러냈다. 밖에서 피냄새가 났다. 피투성이인 아버지가 문을 열며 마법사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마법사의 크루시오가 아버지를 꿰뚫었다. 밥상이 뒤엎혔고 마법이 오갔다.
7. 아이들이 마당을 향해 도망쳤을 때, 이로하는 마법사에게 붙잡혔다. 마법사는 아버지를 견제하기 위해 이로하를 향해 여러번의 크루시오로 경고를 했다.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을 고통이 가실 때, 아버지가 한 걸음 움직였다. "재밌는 거 보여줄까?" 하는 마법사의 목소리 뒤로 어깨에 추종자의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절망어린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자 녹색 광선이 절명시킨다. 아바다 케다브라였다. 뒤이어 분노하신 어머니를 향해 고문 저주와 절단 저주가 쇄도했다. 어머니는 곰 애니마구스였는데, 앞발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절명하셨다.
8. 마지막 남은 이노리가 발악했다. 도망치라 외쳤지만 이미 목에 섹튬셈프라가 직격했다. 마법사는 잘 놀다간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이노리는 아직 살아있었다.
"누이." "어머니가, 숨, 숨을, 안, 안 쉬어.. 아버지, 가, 숨, 을 안쉬어..." "누이. 정신차려." "나도, 나, 나, 나도, 죽을 건가봐. 무서워.. 아파. 아파. 아파... 이, 이노리, 살고 싶어.." "누이. 기다려. 내가 디터니 원액을 가져올게." "로, 로하, 나, 나는 학교에 가고 싶어, 졸업하고 싶어.." "응. 알아.." "나가고, 나가고 싶어.." "알고 있어.." "이로하, 잊지마. 나 잊지마. 엄마도 아빠도 잊, 잊지마." "내가 어떻게 잊어.." "절, 절..절대 잊지마." "내가 누이 몫까지 살아줄게. 가족 몫까지 살아줄게." "고마, 고마...워. 잊지마.."
이노리는 허공을 몇 번 더듬다 눈이 텅 비어버린다. 손이 툭 떨어진다. 이로하는 말없이 그녀의 시체를 끌어안았다. 디터니 원액을 발라도 소용이 없었다. 저 멀리서 아버지가 끌고온 지원병력이 보였다. 고모님도 계셨다.
9. 누이 몫까지 살아야 한다. 학교에 가서 졸업하고 싶다 하였다. 나의 삶은 없다. 무지한 나로 인해 모두 죽었으니 나는 이제 죽은 것이다. 누이의 존엄을 위해 폴리주스를 마시고 생활했다. 전주 이씨에는 추종자의 낙인이 찍힌 내가 계속 남아있다면 누가 될 것이다. 후부키로 사라져야만 한다. 하지만 현아는 이로하마저 죽을까봐 집착하기 시작했다. 한서가 질투를 시작했다. 삶이 꼬여간다.
10. 복수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가주 자리를 감히 뺏으려 했던 악이라면 기꺼이 되어보이겠다. 나를 죽이려 한다면 죽여보이겠다. 모두 이노리와 가족을 위해서다.
* 거듭된 크루시오로 통각을 잃었다. 일상에서, 독백에서의 지문에서 넘어져도 내색하지 않던 것은 이 때문이다. * 패밀리어를 죽인 이유는 이로하 노래 때문이었다. 이로하는 이노리로써의 자신과 이로하라는 자아를 철저히 구분했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패밀리어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 하오리는 입학 선물로 받은 누이의 유품이며, 색실 반지는 어머니의 유품, 귀의 노리개 귀걸이는 아버지의 유품이다. * 여러번 언급한 단 한번의 악행이 수백번의 선행을 무색케 한다는 말은 어깨의 추종자 문신이 드러날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현아의 경고이기도 했다. * 이로하는 자신 때문에 가족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안고 있다. 이는 과도하게 정신적으로 몰렸을 경우 악몽을 꾸거나 자해행위를 하는 등 이상 행동으로 직결되며, 이씨 가문에 있을 적 혀를 깨물다 재갈을 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시트에 써있는 목소리는 각각 이노리, 어린 시절의 자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꾸짖던 전주 이씨의 할아버님을 흉내내는 것이다. * 메타모르포마구스. * 숫자 8을 그리듯 유려하게 걷는 것은 오이란을 흉내내는 것으로, 무지하긴 하나 그의 성격이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