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종류도 더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너는 다른 지역에서는 찍찍 소리가 나는 코코넛 얼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종류의 간식이 더 생기면 너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차라리 팔리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가능성일 뿐이다. 진짜로 생기지 않는다. 너는 "애인 넣어둬요?" 하고 재차 말한다. 남의 정인을 함부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차라리 다시 돌려줄 것이다. 일단 맛있는 걸 좀 많이 먹여주고 용돈도 쥐어준 뒤에 돌려보내면 될 것 같다.
"끊임없이 속삭여요? 시끄럽겠다. 이노리는 그런거 싫어요?"
이건 사실이다. 소란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다. 축제의 시끌거림은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신경에 거슬렸다. 누가 이랬니, 저랬니 하는 이야기나 물건이 부서지는 것이면 특히 그렇다. 신경을 곤두세워 처신해야 할 일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섞여야 안심할지 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상념에 잠기는데, 그때 누군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모조리 까먹고 만다. 때문에 너는 복잡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복잡하다.
"그야 후배님이 감초 사탕 잡는 것도 도와줬고, 내기도 알려줬고…… 아! 치사해-!"
너는 갈레온을 꺼내들다 볼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한껏 미간에 인상을 썼지만 그것보다 공기 때문에 불만스러운듯 비죽 나온 아랫입술에 묻힌다. 너는 감초 사탕과 지렁이 젤리를 보곤 더 뭔가 집어내려다 그 이후의 일을 예감하고 작게 꿍얼거린다. 대충 듣자하니 '이노리는 금전싸움 하면 지는데..돈으로도 해결 안 되면 울어버리는데..' 같은 시덥잖은 혼잣말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계산을 하는데, 크넛 몇개를 거스름돈으로 받고 품에 안은 젤리와 포장된 케이크 상자를 앞으로 쭉 내미는 것이다.
현아는 조카가 이 가문에 온 이후 아이의 방을 무엇보다 귀한 걸로 채웠는데, 그 정도가 매우 호화찬란하여 마치 귀한 손님을 보는 것 같았다. (중략) 인형을 좋아했다는 말에는 한 가게에 있는 모든 종류를 샀는데, 이건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 이로하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서투른 현아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물질적인 것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좋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조카는 음식을 먹으면 먹는 족족 모두 게워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옷은 군말없이 입었지만 인형처럼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았고, 장난감은 손도 대지 않아 방계나 다른 가문의 자제들에게 전부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형 하나는 소중하게 여겼는데, 바로 유니콘 인형이다. 제 품에도 다 들어오지 못하는 인형을 어찌나 소중히 여기는지 작달만한 체구로 인형을 끌어안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아는 인형을 사준 밤이 가장 참담했노라 회고했다. 잘 자는지 확인하러 왔을 때 러그가 깔리지 않은 구석 바닥에 웅크려 앉아 인형을 베개삼아 끌어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 이로하는 물질적인 것에 큰 부담을 가졌고, 자신이 귀한 가문인 이씨 집안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며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흔히 로맨스 판타지에서 평민으로 살던 아이가 갑자기 공작가의 양녀가 되었을 때 가지는 거부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중략) 살아있는 사람 하나 없는 자리에서 홀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오라버니와 아가씨, 그리고 누리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걸 봤어도 이렇게 참담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비참한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 직계 몰살의 현장에서 이로하는 홀로 살아 남았다. 현재 동화학원에 재학중인 후부키 이노리가 현재 고인임을 입증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 근처로 오더니 어제는 러그에서 편하게 잠들게 됐다. (중략) 아이의 입가는 피투성이였는데, 무언가를 잡아먹은 흔적이 아니라는 것은 부르터진 입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제 고모가 와도 혀를 연신 자근자근 깨무는데, 초점없는 눈이 아무곳도 향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것이다. ─ 정신적으로 몰린 상태이며 장산범 독백의 기괴한 행동과도 이어진다.
(중략)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아이가 불안정하여 어쩔 수 없이 재갈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 해당 독백은 선고와 이어진다. 독백은 캐릭터의 이야기나 악몽, 환각을 포함하기 때문에 언제나 일어난 사실만을 적을 수 없다.
그렇게 3일정도 지났을 때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해를 멈췄고, 재갈을 물었다는 생각도 감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해졌다. 고분고분 먹었고, 주어진 것을 입었고, 장난감을 품에 안았고, 침대에서 잠든 것이다.
단 사흘만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은 아이가 바뀐 것이 아니냐 저들끼리 농담을 던졌지만 진위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이로하가 이대로면 돌아가기는 커녕 이씨 가문에 평생 묶일 것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이씨 가문에 순응하여 반드시 후부키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