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껏 다이소에 가서 사온, 크리스탈 장식이 딱 하나 들어갈 사이즈의 조그만 아크릴 진열대를 손에 든 채로 문하는 무표정으로 그 두 번째 크리스탈 장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크리스탈 장식 두 개- 해마와 알바트로스를 한꺼번에 조그만 진열대 하나에 다 넣어보려고 지혜의 고리 퍼즐이라도 하듯이 문하는 한동안 머리를 굴려봤으나, 아무리 애를 써도 해마와 알바트로스라는 기괴한 구성의 브레멘 음악대가 되던가, 아니면 둘 중 한쪽이 부러지던가밖에 될 수 없기에 문하는 한숨을 팩 쉬고는 우선 먼저 받은 해마 쪽을 먼저 진열대에 넣어 사물함 안에 진열해두기로 했다. 알바트로스는 먼저 해마를 넣어두었던 양철 케이스에 일단 넣어두기로 했다.
문하는 포스트잇- 학기 초에 사두고 한 번도 안 썼던 그것을 집어들어 익숙치 않은 볼펜으로 글을 써서 진열대 앞에 붙여놓았다.
1. 알바트로스를 넣을 진열대는 다음번에 사둘게. 2. 3개가 끝이지? 3. 탄수화물은 곤란해. 다음번에는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걸로 부탁해.
...그렇다고 기왕 선물받은 걸 먹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어제 자신이 마니또를 맡은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시내의 스포츠 식품점에 들렀다가, 선물만 사고 정작 문하가 필요한 것을 사는 걸 깜빡했기에 오늘 또 시내에 들렀다 가야 될 참이었다. 시내를 들렀다가 집까지 가는 걸 차를 타지 않고 가볍게 뜀걸음을 하면 그 정도 칼로리 소모가 되려나, 하고 문하는 머핀을 베어물며 생각했다.
동아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하늘이기에 사실상 동아리 부실 쪽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고, 자연히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가 있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제의 일 덕분에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하늘은 동아리 부실, 정확히는 동아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제 자신이 들어간 그 방의 문 앞에 멈춰섰다. 당연하지만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부원이 아니고 외부인이니 가끔이라면 몰라도 너무 자주 가는 것은 민폐였다. 물론 부장인 그는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나 하늘의 생각은 그러했다.
이어 하늘은 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문고리에 살며시 걸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정말 싸게 파는 USB 하나와 딸기 주스, 그리고 전에 음악이 담겨잇는 USB를 돌릴때처럼 메시지를 쓴 종이 쪽지였다. 떨어지지 않게 잘 걸어두고서 하늘은 살며시 자리에서 떨어졌다.
"네 피아노. 기대하고 있을게라."
애초에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본 것도 아니면서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만으로 기대를 한다니. 역시 뒷조사라도 해서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 하늘은 괜히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희안하면서도 그리 나쁜 느낌은 들지 않는 선배였다. '늑대'라고 했었던가. 자신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늑대건, 양이건, 사람이건. 물론 자신을 어떠한 목적으로 노리거나 달려든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으나, 그런 것이 아니면 상대가 늑대건 뭐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기에 하늘은 그 들은 정보를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 방의 주인은 그저 남주원. 3학년 선배일 뿐이었다.
-선배는 바쁘니까 직접 들려주긴 힘들테니. -그 분위기. 사실 이미 있는 피아노 곡이라서 작곡한 건 아니지만 음악으로 연주했지만 버릴거면 버리세요. -부원 찾아서 꼭 정식 동아리가 되세요.
쪽지가 잘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하늘은 살며시 뒤로 돌아 그 곳에서 완전히 떠났다. 너무 여기에 있어봐야 할 것도 없었으니 다시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오늘은 어쩔까. 음악실에 가서 음악실 써도 되는지 물어볼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하늘은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내가 앉는 책상 위에 저번이랑 비슷하게 먹을 것들이 놓여있었다. 보라색 웰치 주스와 제과점에서 파는 버터 쿠키. 웰치 주스에는 포스트잇에 쿠키 만들기를 하다가 태워먹어서 제과점에서 사다 놓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 혼자 먹으라고 했으니 나눠주지도 못하겠네. "
낮 시간이라 조금씩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쿠키를 먹기도 좀 뭐해서, 나는 가방에 주스와 과자들을 잘 넣어두고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동안 할 일을 하고서 다시 반으로 돌아가려고 일어났을때, 여기에 뭐라도 적어두고가면 마니또가 보고 가지 않을까 싶어서 가방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간단하게 감사인사를 적고서 책상에 붙여두었다.
- 다음엔 직접 구운 쿠키가 궁금하네요. 잘먹었어요.
이 정도면 되겠지? 집가서 밤늦게 먹을거 없을때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반으로 돌아간다. 이번 마니또는 잘 챙겨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