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밌는 분이시네요 선배님~ 음~ 다행히도 글쎄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약간 확신에 찬듯한 그녀의 반응, 어딘가 조금 어색한거 같다 싶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고양이가 싫어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얌전할지언정 사람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종은 아니었으니... 물론 같은 아이들에 비해서 약간은 활달한 편이긴 해도 그저 놀기만 좋아할 뿐 행동거지는 집에 콕 박혀있눈 사람과 딱히 다를게 없었다. 특히나 그 덩치 때문에도 더더욱 작은 사람과 함께 사는 기분이었을까,
고양이에게 무시당하는 거면 몰라도 미움받으면 그렇게 서럽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녀가 그렇듯 자신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뭐... 가끔 '신호등 치킨을 맛있게 해달라.'는 의뢰 아닌 부탁도 있다보니 항상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드는건 아니지만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건만, 간혹 어떤 사람들은 '비주얼은 크리피하되 맛은 있어라.'라는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식문화의 붕괴라면서 극대노하던 파란머리 남학생의 마음이 이해가 갔을까, 당연하지만 자신 또한 요리에 있어 나름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 어쩌다보니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습관이란게 참 무서운 거란 말이죠~"
어릴때 먹었던 돈가스가 너무 퍽퍽하고 기름진나머지 '고기가 너무 말라비틀어져서 돼지가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대차게 말했던가, 지금 생각하면 아이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았을까...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듯 반짝이는 그녀의 눈길이 약간은 부담스럽긴 해도 싫진 않았는지 그저 멋쩍은듯 웃어보일 뿐이었다.
잔뜩 신이 난 규리한테 글 쓰는 사람이 다 민망할 정도로 무뚝뚝하다 못해 무심한 대답이다. 동영 체육관? 하고 목적지를 되묻는 말에도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말 뿐이다. 그저 규리가 그 체육관 근처로 간다는 말에, "그러네, 잘 됐네." 하고 맞장구를 칠 뿐이다.
규리가 인정사정없이 언어의 격류를 와르르 쏟아내는 게 적응하기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 다행인 점은 그 쏟아지는 말들 중에서 딱히 대답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저절로 그 다음으로 쏟아지는 말들이 그것을 덮어준다는 정도일까. 음료수 줄게, 하는 말에 문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들었다. 재밌는 사람이라는 말. 이쯤되니 나 진짜 재밌는 사람인가 싶다. 제 말에 웃는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재밌는 사람 축에는 끼지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재미를 나만 모르고 있나? 사람들은 다 나 재밌다고 하는데 나 혼자 모르는 그런 거. 하지만 역시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내가 그 정도로 웃기면 TV에 나오고 있겠지.
"어… 조금?"
그래도 아주 최근에 두 번이나 들은 말을 아주 부정하고 싶진 않아서 애매한 대답을 뱉었다.
"그렇구나. 고양이 매너 익혀서 환심도 사볼까 봐요."
고양이 키우는 친구를 간절히 바랐는데, 주변에 다 저 같은 사람밖에 없었다. 액정 속 고양이들만 보며 부럽다는 말 반복한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물론 친구라고 하기엔 오늘 본 후배였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글쎄랑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눈 마주치면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것 참 곤란한 의뢰네요……."
사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맛있는 신호등 치킨?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말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클래식한데 모던한 디자인 같은 거. 애초에 과일맛 치킨이 맛있을 수 있는 걸까. 생과일로 만든 소스라면 고민 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음, 그것도 다음에 만날 때까지 고민해볼게요."
<엄청 친절하다. 처음 만난 사람 간식도 챙겨주고.> 사하가 웃으며 말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던데, 이 말은 꽤 잘 들어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