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이미 당신의 것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기분 좋은 것이 아닐수 없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계속 당신의 소유가 된다면. 계속 당신의 곁에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았다. 그래도 조금 더 욕심내게 만들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당신의 삶 속으로 침투해서, 지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사람으로써 남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큰 의미를 가지게 되다가 결국에는 자신 하나만 바라보며 살게 만들고 싶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제안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산제물을 바쳐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헛된 야망이지만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
".. 우리 여보는~ 이럴때는 옳은 말만 해줘서 참 예쁘다니까~? 나는 이미. 내 처음을 전부 너한테 쏟아붓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키스도. 귓볼을 깨물었던 것도. 어여쁜 장신구를 선물해준 것도. 이렇게 품에 한껏 안겨있는 것도. 그리고 조금은 외설적인 음색마저도. 전부 당신에게 생전 처음 보여주는 것들 뿐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어필하고 싶었다. 자신의 처음을 전부 너에게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너 역시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을.
사실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릴 만큼 키스를 많이 나누었다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아무렴 어떠나 싶었다. 어찌 되었든 이 모든것은 당신과의 첫경험이었으니까. 내기에서도 자신을 걸었던 적은 없었디. 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할 일도 없었고. MA와의 내기에서 이미 자신을 걸긴 했지만 인외의 존재를 배제하고 본다면 자기 자신을 걸겠다고 하는 사람 역시도 당신이 유일했으니, 그것도 처음으로 하자고 마음먹으며 주양은 살짝 미소지었다.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만 차근차근 잘 따라오면 돼~ 우리 여보는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보니까. 내가 우리 단태보다 훨씬 언니같네? 하고. 괜히 짓궂은 뒷말을 이어가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지금 이 분위기를 제외하고서라도 그렇게 느껴질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가문 내에서 당신의 조카를 제외하면 막내였고. 자신은 그런것 없는 외동이었으니까. 그것을 주양이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뭔가 자신보다 어리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이 아니라고 셍각했다. 볼을 꼬집으려고 하면 말 대신 고개부터 내젓는 귀여운 행동을 본 터라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짐승으로써, 날 서서히 좀먹어주면 되는거야. 어때. 간단하지 않아?"
당신의 느릿한 입맞춤에 호응하고 입을 뗀 주양은 그렇게 말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지금처럼만 간다면. 그렇게 한다면, 자신이 먼저 당신의 인내심을 전부 갉아먹을 수 있었으니까. 결국 이것 역시 어떻게든 당신과 한 내기 아닌 내기에서 이겨먹기 위한 방법중 하나였다. 나름 잘 떠올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표정이 살짝 의기양양해졌다.
"그럼.. 밤이 늦었으니 슬슬 누워볼까나. 우리 단태~?"
우리 청은 잠깐 나가있어. 하고 횃대에서 자는 청을 살포시 두 손으로 잡아 창틀 밖에 올려두었다. 창문까지 닫으니 뭔가 쫓겨난 어린애 꼴이 된 것 같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청 역시 바깥 공기가 더 편할 테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래야만 한다고 믿으며 주양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침대로 돌아와서는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웠다.
".. 자. 이제 우리의 내기를 시작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여보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치!?"
어떤 말도 없이 물끄러미 주양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처음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는 말이 들려오자 단태의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다시금 가늘어졌다. 체취를 묻히는 짐승마냥 주양에게 얼굴을 문지르던 행동을 멈추고 주양의 귓가로 고개를 틀며 "내가 그렇게 예쁘다면 나한테 키스라도 해줘야지." 작게 속삭이고는 건조하게 입가를 당겨 히죽하니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야 더 예쁨받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볼거 아냐, 하는 말은 덧붙히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 꼬리를 흔드는 건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해볼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또한 처음이었다.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내본 적도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매력적이었다. 자신의 처음보다, 타인이 자신에게 처음을 쏟아붓고 있다는 건 더욱.
"가시나가 까불어."
주양의 짓궂은 말에 단태가 대답하고는 능청스러움이나 능글맞은 분위기 없이 그저 입가만 끌어올려서 짓고 있는 미소에 아까처럼 건조하고 메마른 기색이 짙게 남긴 채, 입맞출 뿐이었다. 가장 맛있는 걸 금새 먹어치우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입맞춤이 끝나고 난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끌어올렸던 입가를 내리며 단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밤이 늦었다면서 누워보자고 하던 주양의 손에 의해 잘 자고 있는 패밀리어를 창틀에 올려두고 창문을 닫는 모습 때문이었다.
방음마법이 유지되는 시간이 어느정도였더라. "나보다 달링이 더 급해보이는걸." 먼저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눕는 주양의 옆자리에 눕기 전에 단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짓궂은 말을 중얼거리며 주양의 뺨에 입을 맞췄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단태가 히죽하니 웃는다.
//(커튼콜 줄 늘어트리기) 두세번? 정도? 주고받고 마무리 지어도 될 것 같네. 두둥탁. 이 둘의 운명은?
"역시. 말로만 속삭이는 것 정도로는 우리 여보한테 모자랐던 걸까나~? 네가 그렇다면.. 기꺼이."
응당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이니까. 그 정도 기본정도는 지킬 생각이 충분하다는 듯, 이번에는 주양 쪽에서 먼저 입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한참 입맞춤을 나누다 보니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당신의 피니테를 막기 위해서 먼저 길게 입까지 맞춰줬는데. 경우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지, 또 다시 길게 입맞춤을 나누고 떨어지는 주양의 시선이 조금 억울함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꺄~ 우리 여보야가 또 나를 그렇게 불러줬어. 기뻐! 허니버니나 달링 하는 호칭도 좋지만. 역시 이런 쪽도 짜릿하다니까~?"
까분다고 생각하면, 나를 너의 밑에 두고 두번 다시는 못 까불게 만드는게 가장 좋을거야.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며 다시 앙큼하게 웃었다. 사감님, 교수님. 그리고 재앙 등의 예외를 빼면 자신은 그 누구도 자신보다 위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그저, 동등하거나 그 아래거나. 둘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신이라면 자신보다 위가 된다고 해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자신이 더 급해보인다는 이야기에 주양은 객쩍게 웃었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괜히 들떠서는 잘 자던 청마저 밖으로 내보내고 먼저 자리까지 잡고서 누워버렸으니. 이 방 주인은 엄연히 자신이니까 자신 마음대로 했을 뿐이라며 엉성하게 변명하고는 다시 살포시 미소지었다.
"후후. 뭐.. 생각해보면 급한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너처럼 예쁜 사람을 앞에 두고서 내가 어떻게 급하지 않을수가 있겠어?"
그것과의 내기는 지면 자신이 큰 손해지만, 당신과의 내기 아닌 내기는 지더라도 크게 상관 없을것 같았다. 자신의 몸을, 온전히 당신에게 맡긴 채 즐길수 있을테니까. 팔을 당신의 어깨에 올려 두르듯 하며, 주양은 좀 더 거리를 좁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