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강찬혁은 그녀의 이름을 지독하게 꼬아서 바꿔버렸다. 원래는 파인애플-맨 2세였지만, 방금 정수리에 주먹이 찍히면서 잠깐 정신이 오락가락한 탓에 온갖 이상한 명칭들을 붙였다. 2세니까 쾌걸 근육이 생각났고, 파인애플 하니까 과일이 생각났고, 과일이 생각나니까 황도복숭아가 생각나고, 황도복숭아 생각하니 황도복숭아 캔이 생각났다.(참고로, 황도복숭아통조림 12개의 권장소비자최저가는 12900원으로 개당 1000원-1100원 선에서 공정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강찬혁은 손가락을 딱 퉁기다가, 결국 정정했다.
"아니, 2세는 맞지만 쾌걸 근육 그런건 없었고, 황도복숭아캔도 없었군요. 하여간에... 그러면 Dole 파인애플-맨 2세, 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 Dole만 파인애플을 취급한다는 편견을 버려야지. 편견은 가디언의 적이니까..."
이 사람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너무 많은 게 붙어서 돌아왔잖아, 내 가짜 이름... 게다가 황도복숭아통조림의 가격까지 알게 되다니 너무너무 유익해! ...음? 황도복숭아통조림의 권장소비자최저가에 대해 내가 들었던가?
" ...그냥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
말을 말아야지 내가 정말. 근데 모습 완전 달라졌는데 그걸 그대로 동일인물로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도... 신기하다... 이 사람, 어디 정글 속에 던져놔도 그렇구나 하고 적응할 것 같아...
" 타임 코스모스 깐따삐야~ 가 아니라... 이게 어디서 났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일단 전 학원섬에 떨어져 있던 상자에서 주웠는데... "
성별을 일시적으로 바꿔준다던지, 마법소녀 복장을 입힌다던지 하는 것도 있었지. 지금은 전부 회수됐다곤 하지만, 제노시아에서 그걸 연구해서 말썽을 부린다고도 하던데. 다른 생각을 멈추고 일단 상대를 밟는 허수아비를 조금 소극적으로 때린다. ...죽어라! 권성 펀치! (풀파워)
"편한대로... 음... 그러면 파인애플 아나나스 3세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그거 아세요? 파인애플은 영어권에서만 파인애플이라 부르고, 다른 곳에서는 전부 아나나스라 부르거든요. 이렇게 들으니 바나나 생각이... 으엑!"
강찬혁의 머리통을 뒤에 있던 허수아비가 다시 내리쳤다. 강찬혁은 머리를 처맞고 나니 화제가 바뀌어서, 섬에서 주웠다는 온사비아의 대답으로 포커스를 돌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오다 주웠다! 정도로 받아들였을 그런 내용이지만, 강찬혁의 쓸데없는 범죄 관련 지식과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가 그러도록 두지 않았다.
"어... 학원섬에 떨어져 있는 상자에서 주웠다면..."
사실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다. 왜냐하면 강찬혁은 범죄와 완전히 손절했고(지금 하는 짓들이 상당히 심각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태료와 범칙금, 그리고 막대한 액수의 민사소송 선에서 정리될 일들만 저지르고 다녔다.) 이전의 폭력조직과도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옛날에 범죄로 먹고살던 전력이 있어서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듯 하며 경찰서 형사님을 강찬혁은 꼰대라고, 강찬혁을 형사님은 애새끼라고 부르면서 서로 애증을 기르기도 했고, 법적 지식과 폭력조직 내부 정보를 교환하던 입장에서 온사비아의 행위가 무엇에 해당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뭐냐, 점유이탈물횡령죄라고 해서, 소유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도 함부로 주우면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이게 왹져에게도 재산권 등의 권리가 보장되느냐가 문제긴 한데..."
퍽! 퍽! 퍽! 그딴 거 알바냐는 듯, 허수아비가 다시 강찬혁을 두들겨패자, 화가 난 강찬혁이 허수아비를 두들겨패서 박살내버렸다. 그런데 또다시 기억이 리셋되어서 말했다.
"그래서 청월고 출신 쾌걸 근육 파인애플 황도복숭아캔 2세님. 우리 어디까지 대화하고 있었죠?"
[ 그럴 리가 없잖아, 유노하라.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 건 그냥 벚꽃잎 사진하고 벚꽃을 잡았다는 말을 보냈던 것 뿐이니까? 어디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올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엄밀히 말해서 벚꽃이 사랑과 관련이 있다는 건 사람이 그렇게 믿고 싶기에 생겨난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허황된 전설에 불과한 일이지. 신빙성이 없다니깐? 아니 근데 그 말을 한 것 가지고 남자가 생겼다던가 하는 건 너무 앞서간 말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청춘이라는 것에 사랑이나 두근거리는 시추에이션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곤 못하지만 꼭 청춘을 보낸다는 것에 연애가 관련되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청월고교의 학생으로서 가디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연애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더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쓸 필요도 있는 거지. 그리고 왜 그렇게 콕 집어서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수도 있잖아? 그렇게 막 짚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여자라는 건 아니지만. ]
파이팅. 유현 선생님 너무 귀엽잖아요... 최고예요 ⸜(*'꒳'* )⸝ 선생님의 가벼운 응원이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줍니다. 다시 묵묵히 수업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춘심이가 부단히 노력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릴 거예요. 그럼, 길을 밝혔으니 곧바로 나아가봅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숲속에서 자신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만 귓가에 들려오고 눈 앞에 펼쳐진건 목표로 삼고 있는 빛과 어둠 뿐. 와아.. 이거 완전 공포영화 주인공 아닌가요? 누가 갑자기 나타나기라도 하면 진짜 까무러치게 비명 지를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쳐다본 그녀의 눈에 붉게 물든 달이 들어옵니다.
".......... 허어.."
지식을 떠올리려 해도 공부를 해 놨어야 지식이 있죠. 시현은 하늘을 한번, 눈 앞의 빛을 한번, 고개를 돌려 지나온 어둠을 한 번 쳐다봅니다. 선택.. 선택하는 수밖에 없어요.
#상남자특 노빠꾸 직진
기다림
"아?" 안내를 받았는데 이건... 나가는 길이라는 느낌인데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낮과 같은 하늘.. 뭐긴 뭐야.. 너가 이 길을 안 갈 거라는 의미지... 친분있는 분들을 내버려두고 갈 리가 없다는 그것.. 그런데. 또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지요." 미묘한 초조함이 생깁니다. 아니 탈출하면 다시 들어올 수는 있는 건가? 그렇다면 정지된 이것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다만 들어간다는 것은 다림에게 있어선 후순위일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