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신이 양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자신이 말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자신이 무엇인지 우연히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부정을 안 할 뿐이었다. 자신의 몸의 특성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으나, 그는 자신이 양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먹어야하는 억제제가 엄청 귀찮다. 딱 그 정도였다. 사실 그 조차도 그냥 귀찮고 번거로운 것을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아주 가끔, 만월이 될 때 억제제를 깜빡하거나 할 때 찾아오는 극도한 외로움은 정말로 싫긴 했지만 자기 자신의 운명이나 특색을 저주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말하지 않는 것은 몰라도 상관없는 것. 그것은 그의 지독한 가치관 중 하나였다. 양이었기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어린 시절.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그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소년은 입을 다물었다. 허나 그것은 또 따른 말을 불러왔다.
저 애의 피아노 소리 들은적 있어? 분명히 늑대일거야. 재능이지. 재능. 맞아. 맞아. 아. 부럽다. 나도 저런 재능 가지고 싶은데.
아니야. 누가 늑대야?
소년은 입을 열었다. 말하는 것은 알아줬으면 하는 것. 자신은 늑대가 아니었다. 그러면 너는 뭔데? 사람이야? 양이야? 소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알리진 않으나 자신이 늑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게 하며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물음에 답을 할 생각 따위 없었기에 그저 부정만을 남기며 멜로디 저 편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사람이냐. 양이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지 않나."
자신은 늑대가 아니다. 그것만은 분명히 알리고 싶은 것. 알아줬으면 하는 것.
그래서 강하늘 소년은 혹시 늑대인가요? 아니면...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신문기자를 바라보며 열 일곱 소년 하늘은 눈을 감았다. 늑대는 아니에요. 그 이외는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조용히 중얼거리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실리지 않는 기사를 바라보면서 소년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차라리 그게 나았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허나 언젠간 비출 스포트라이프를 바라며 그는 멜로디를 연주했다. 혼자만의 연주실에서.
종례가 끝났다. 보통 같으면 이대로 운동복을 입은 채로 가볍게 조깅하며 자신이 다니는 복싱 체육관으로 갔을 테지만, 오늘은 일정이 조금 달랐다. 시내에 있는 동영체육관의 복싱선수들과 교류전 스파링을 하기로 한 것이다. 왠지 트레이너나 관장이 자신을 그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아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딱히 그것 말고는 거부할 이유도 없고, 거부할 의욕도 없었기에 하는 얌전히 학교 체육복 바지 차림으로 아디다스 저지의 지퍼를 죽 올리고는 교문으로 걸어나갔다.
'모르겠는데, 길.'
저벅저벅 걷다 보니, 문하는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 동영체육관으로 가는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분명 트레이너에게 '동영체육관으로 가려면 이거 보고 와라' 하면서 약도던가, 주소던가를 전달받았던 기억이 있어 핸드폰을 꺼내 뒤적여보았다. 그렇지만 메신저 앱이며 문자를 아무리 살펴봐도 동영체육관 약도나 주소 같은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구O 지도를 켜서 동영체육관 다섯 글자만 딱 입력하면 동영체육관 주소에서부터 근처의 대중교통 노선까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건만- 심지어 동영체육관은 상당히 큰 종합체육관이었다- 하는 기계라는 것에 그렇게 정을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는 못했다. 그는 그냥 시내로 가면 뭐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에 막연히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푹 쑤셔넣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열 걸음쯤 앞에 걸어가는 산들고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가방인지 주머니인지 모를 어딘가에서 뭐가 스르륵 빠져나와 툭 굴러떨어지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뭐가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가 그에게 들렸겠지만, 하필이면 그때 타이밍 좋게 옆에서 버스가 어떤 얌체가 끼어들기라도 하려고 했는지 성난 경적을 빵 하고 울리는 소리 때문에 그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하는 몇 걸음을 더 걸었다. 허리를 숙여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와보니 그것은 지갑이었고, 앞서가는 저 학생은 자기가 지갑을 떨어뜨린 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는 지갑을 집어들고는, 앞서가는 그 학생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강해인에게 고백이란 하나의 거짓말이다. 강해인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다. 이 순간, 여태까지중에 가장 밝은 미소를 보인다. "나를 사랑할 기회를 줄게." #shindanmaker #고백의_형태 https://kr.shindanmaker.com/916383 // Holy Sh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