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트럼프에 관심을 보이길래 트럼프 사용법을 대강 알려줬더니, 지들끼리 포커치면서 잘 놀고 있는 3머리 용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중얼 거린다. 나름 머리를 잘 쓰는 편인지 운빨이 좀 필요한 포커를 가르쳤더니 생각보다 지들끼리의 승률이 높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 했다. 가끔씩 끼여들어서 해보고는 하는데 그 움직임이나 행동거지 모두가 자신을 따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리 멀지는 않았다.
"주룡, 검룡, 포룡, 맞지?"
손가락으로 하나 둘씩 가리키면서 이름을 부르자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주룡은 근엄하고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여보였고, 검룡은 대충 고개를 까닥이다가 저번과 마찬가지로 주룡이 휘두르는 꼬리에 쳐막고 머리 구석이 찌그러진다. 포룡은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다가 그녀의 부름에 혀를 내밀어 그녀를 핥았고, 그런 무례한 행동에 주룡이 머리를 가볍게 물고 제지시킨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말하는 소리를 들은것일까, 자신을 괴물 취급하는 대화에 열이 크게 받은 듯 주룡과 검룡이 크게 포효를 내지른다.
[콰우우우우!!] "조용! 기가톤케일!"
그녀가 제지를 함과 동시에 포효가 잦아들지만, 여전히 진혁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듯이 3개의 머리 모두다 덤벼들 기세였다. 그녀가 기가톤케일을 쓰다듬자 그 손길을 느끼고 조용히 잠잠해졌지만 말이다.
"미안해, 우리 애들이 좀 거칠어서. 그래도 그거, 되게 무례한 말인거 알고 있지?"
확실히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존중하는건 맞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답하고는 그녀가 조용히 기가톤케일을 쓰다듬는다. 아마도 그런 쪽으로 상당히 껄끄러운 것이겠지. 물론 그것을 상상한 건 본인인데, 그래도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좋아해주는 것을 보면 마치 가족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아버지를 따르는 것처럼, 기가톤케일도 그녀를 따르는 것이리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기가톤케일을 부드럽게 만지며 말하였다.
[그르르....]
주룡이 천천히 그녀에게 머리를 들이밀고 볼을 부비적 거린다. 차가운 금속재질의 느낌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인공지능, 모두 기본 탑재는 아니었구나?"
어쩌면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이었던 카이저 기도라의 모습을 많이 빼닮았다는 것을 떠올린 것일까? 그녀는 잠시간 부드럽게 미소를 그려보인다음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아이들을 조종 하는 것도 이 아이들 덕분이지. 내가 움직이는건 50프로 정도? 나머지는 30퍼센트는 주룡이, 나머지 20퍼센트는 검룡과 포룡이 보조하는 방식이야. 안 그랬으면 그런 정교한 움직임은 불가능하지, 물론 이 아이들도 내 움직임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겠지만."
확실히 자신들끼리 놀고 있는거 보면 상당히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나중에 자신에게 대들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씩은 자신을 공격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머니도 아마 자신을 보면 이러한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그것보다는, 보모에 가깝지 않을까? 난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아니야. 스스로 배우고 학습하는거지. 실제로 내 움직임을 많이 따라하고 거기서 응용하기도 하거든. 왜, 그 마지막에 썼던 붕권 있잖아."
아마 마지막으로 함선에 휘두른 공격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그거, 내가 하는 움직임을 어느정도 보고 거기서 내 움직임을 보정해 한거야. 충격파를 발산한건, 스스로의 에너지를 작게 압축, 폭팔시키는 방향으로 한 거였거든. 그걸 직접 한건, 주룡이었고 말이야."
성룡(聖龍)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였다. 이 아이들은 그만큼 미숙한 자신을 열심히 보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항상 그 미숙한 행동을 하더라도 이 아이들은 그것을 믿고 따라준다. 그러니까 저번 싸움에서도 무리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스스로 그 뜻을 이해하고 움직일 정도 였으니까.
"언젠간, 이 아이들이 나보다 더 잘 싸울지도 모르지?"
가볍게 달라붙은 포룡의 콧잔등에 딱밤을 놓자 포룡이 화들짝 놀랐다가 다시 헥헥거리면서 그녀의 옆에서 아양을 떤다. 아마 장난치는걸 알고 있다는 것일까. 그 와중에 검룡은 혼자서 고개를 까딱이며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검룡을, 그녀가 천천히 쓰다듬자 그제서야 좀 눈을 감고 조용히 있기 시작한다.
"솔직히, 내가 이 머리 3개를 혼자서 어떻게 움직이겠어? 그건 내가 아무리 팔이 열개라도 힘들껄."
농담삼아 키득거리며 말하지만 반쯤은 진담이었다. 할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움직임이 둔해질테니..... 그렇기에 이 아이들의 존재감은 클수 밖에 없었다.
어둠이 가득한 골목길 안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그 얼굴은 보이는 일이 없었고, 실루엣조차 어둠 속에 묻혀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건 길가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조차 크게 소리를 내며 도망치고, 집을 지키던 개들도 차마 짖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고 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기가 지구인가."
들려오는 것은 제법 나이가 있어보이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저벅저벅. 앞으로 나아가는 발소리가 고요하게 울렸고,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그 남성의 손에는 검은색 거미처럼 생긴 뭔가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가볍게 앞으로 집어던졌다.
"황제 폐하의 명이다. 암흑 전사의 알이여. 지구인들 사이에 스며들어, 혼란을 자아내라. 이 암흑 검사가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전한다."
거미처럼 생긴 무언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섯 알갱이로 분류되어 땅 속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작게 숨을 내쉬며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기다립시오. 황제 폐하. 반드시 명을 받들어, 구멍을 열겠습니다. 신에게 맹세코."
목소리가 사라지며, 사내의 몸 역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아무 것도 없는 그 공간에 남아있는 것은 검붉은 불길함 뿐이었다.
기가톤케일에 내장된 인공지능은 진짜 인공지능이 아닐수도 있다. 아마 그 이상의 물건일지도 모른다. 처음 탄 자신을 완벽하게 보좌할 정도로 그런 완벽한 움직임은 분명히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지구의 기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을 따른다니.....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 음....."
머리 3개라 더 똑똑한거 아니냐는 질문에 잠시간 고민을 한다. 분명히 주룡은 매우 영특했다. 검룡도 좀 과격하고 짜증이 많다 뿐이지 충분히 대단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까먹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주체인 포룡은 자신은 아무고토 모른다는 듯이 혀를 빼문채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물론 그런 포룡을 두명의 형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