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원은 많은 것들을 그저 군침에 담아 목 너머로 꿀꺽 삼켜 넘기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 행동. 그런 것들을. 그녀의 행동은 눈 앞에서 음식을 참는 동물의 코에 대고 음식을 흔들거나, 음식을 향해 부채를 부쳐 냄새를 더욱 잘 맡게 하는 그런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주원이 눈을 감고 버티는 것은 단순한 자제력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을 전부 쌓아두고 둘만의 '공간'에서 뱉어내려고 하는 것일지도.
"잘 몰라. 너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주원은 '더 알고 싶어.'라는 목구멍 너머로 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켜냈다. 그것이 비록 이 만월때문이라고 하여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패치때문이라고 하여도. 지금만큼은 그 감정이 거짓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니라면? 이 시간이 끝나면 거짓이 되어버린다면? 과연 이 일련의 일과 행동들이, 단순히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것이 될까?
"글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어떻게 될지는."
그는 아무것도 확정 짓지 못했다. 이미 스스로의 손으로 슬혜의 손을 끌어당겨 모든것을 확정시키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으면서도.
'이제 막 옆에서도 밥을 먹을까말까 한 정도니까요'
주원은 그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그 후의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쩌면 그것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지.
이어 그녀는 낮고 유혹하는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혈관을 어루만지려고 하던 손을 뻗어 눈 앞을 가린다. 주원은 참지 못하고 그 가린 손을 향해 고개를 움직여 얼굴을 부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전해져 오겠지.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슬혜 그대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나만 쓰면서 떨고 있는건가....!
온 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낮은 목울림. 저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온 몸의 신경을 잘게 울린다. ㅡ, 윽, 목 뒤로 겨우 삼킨 울먹임. 저항할 새도 없이 목덜미를 잡힌 새슬이 지구의 지휘에 힘 없이 따랐다. 닫혔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며 다시 열렸다. 어두운데도 눈물에 촉촉히 젖어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흐릿하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눈으로 잠시나마 허공을 휘돌던 녹색이 다시 지구의 푸른 색을 마주했을 때ㅡ그것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과 닮았으면서도 조금 다른 것을 품고 있었다.
“애원하기를 바라는구나.”
이성이 아주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더니, 아주 티끌만 한 것이 매달려 살아있었나 보다. 아니면 외로움이 깎여나간 탓에 돌아올 조그마한 빈틈이 생겼나. 도망갈 힘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먹잇감이 온전히 손에 들어왔으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선명히 느껴지는 달콤한 속삭임. 악취미다. 여전히 갈증은 심했고, 신경은 온통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으며, 머릿속에서 더 갈구하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어쩌지, 나는 마냥 얌전한 토끼는 아닌데.
“참는 게 힘든 건 매한가지잖아.”
너도, 나도. 새슬의 미간이 미약하게 찌푸려지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눈 앞의 당근은 얼핏 보기에 아무 위험도 없이 맛있어 보이겠지만, 그게 덫 안에 들어있는 당근이라면. 뺨에 닿는 입술, 머리칼을 건드리는 손길, 여기저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체온. 그건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달콤해서 금방이라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만 같다. 싫어. 토악질을 할 정도로 혐오하던 외로움이란 괴물이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를 때 느껴지는 지독하게 검은 패배감.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그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기혐오. 새슬은 그것들에 발악하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거칠게 숨통을 끊어.”
그럴 수 없다면, 그럴 기세로 물어뜯어. 그럼 덜 비참할 것 같으니까. 꿰뚫릴 듯 날카로운 시선에 진득하게 눈을 맞춘다. 하하, 하. 쓰게 말아올린 입가 사이로 힘 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그것은 웃음이었나? 어쩌면 울음일지도 모른다. 부탁이야. 울 것 같은 얼굴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금방 부서지듯 흩어졌다.
>>862 사실 예약을 취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만월 이벤트를 보고 홀린 듯이... 시트 쓰는 도중에 이미 지나간 얘기란 걸 알게 됐지만 그냥 돌진했습니다. TMI지만... 원래 시트를 낸다면 일요일 밤쯤에 낼 생각이었어요. 늦었다 늦었다 하면서 호다닥 소원빌러 갈려고😅
그녀가 신기하다고 말했을때, 그는 순간적으로 '뭐가?' 라고 물을뻔한 것을 참아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을 뿐인데, 그녀가 신기하다는 발언을 했으니 오히려 그게 더 신기했을 터다.
그녀가 조금 더 그를 강하게 끌어안고서, 더 도와줄 것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온 답변에는 조금 놀란듯한 눈치였다. 다음으로 들려온 농담이라는 말에는 그럼 그렇지- 라며 피식 웃었지만, 이내 그의 눈빛이 날카롭기 빛나는게 보였다.
" 여기서 농담은, 오늘이 빌어먹을 만월이라는거면 충분해. "
그러니까 다른 농담은 필요 없어. 라며 그녀가 던진 농담을 농담이 아닌 것으로 만들겠다는 듯이 그의 고개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마에서부터 시작해 콧등, 볼. 차례로 살며시 누르는 듯한 입맞춤을 하고나서야 고개가 뒤로 떨어졌다. 작게 숨을 내쉬는 그의 입술은 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만월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패치가 없어도 곁에 양이 있어서 그런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잡생각은 지우기로 했다.
" 늑대는 사냥꾼이지만, 언제나 사냥만 하는건 아니지. "
추상적인 표현이었다. 오늘은 만월이었으니까. 다들 힘들어하는 날이다. 특히나 늑대에게 패치가 없거나, 양들이 억제제를 먹지 않은 날이라면 더더욱. 그런날에 사냥을 하는 늑대는 바보다. 늑대란 자기 자신이 사냥을 할 때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 그게 언젠진 모르지만... "
아마도 만월이 다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까지겠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확신은 못했다. 양들과 늑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존재였고, 다르면서도 서로 닮았다. 양들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는건 금물이다.
" 한입만 더, 먹게해주면? "
그는 아랑의 헤이즐넛 초콜릿 향이 퍽 마음에 든 듯,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어보이며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아까는 조금만 깨물었다고 해도 송곳니가 닿았기에 조금 아픈 편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가 이성을 붙잡았으니 송곳니를 쓰지 않을수도 있는 일이지.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ㅇ<-< 연호주 혹시 아랑주 심쿵사 시키려고 작정하고 레스 쓰셨어요....??? 금아랑 하나도 안 치명한데 연호가 치명적인 거 다해서... 금아랑(주)이 죽어난다.... 천천히 읽고... 아마 답레는 내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호주 자러가고 싶으시면 아랑주 다음 답레 안 기다리고 주무시러 가셔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