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만약의 상황'을 위한 자취방은.. 캡틴주가 어마어마한 음란마귀라 그런 것이 연상되어서 그런데.. 자취방으로 같이 향하는 건 슬혜주도 동의한 부분일까요? 아무래도 남녀 청소년 둘이 자취방으로 밤늦게 향하는 것은......ㅇ<-< 그렇고..그런.. 꼭 장소는 상관없겠지만서도요.
아름다운 보름달이 뜨는 밤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작디 작은 달은 왠일로 상심에 빠져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왜 이럴까. 분명 아침에 화가 건네준 억제제 3알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먹었는데, 혹시 한 알 더 먹어야 했던 걸까? 오늘따라 향이 더 짙은 것 같다는 화의 말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되었던 걸까? 아아, 들키면 안 되는데, 점점 사무치도록 외로워져서, 나도 모르게 그만..
늑대를 찾고 싶어.
그 순간 통제를 잃고 주변에 화악 풀리는 달달하고 포근한 향이 애타게 늑대를 불렀다. 울타리에 애써 가둬두고 있던 감정이 울타리를 뛰쳐나가자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은 그가 뒤늦게라도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퍼져나간 향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쩌지. 가족이 걱정할 텐데. 당분간은 통금 시간이 앞당겨지려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억제제가 든 통을 찾지만 자꾸만 손이 힘없이 미끄러진다. 몇 번 손이 미끄러지고 나서 겨우 찾은 통에는 억제제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 맞다. 좀 전에 만난 아이가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전부 건네주었지. 화나 경호원 씨는 항상 나를 위한 여분의 몫은 남겨두니까 당분간은 둘 중 한쪽을 대동하지 않은 이상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것조차 무리겠네. 식은땀이 흐르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와중에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그가 어깨를 붙잡히고, 뒤돌아 마주친 얼굴에 새겨진 표정을 보고, 그의 얼굴을 보고 점점 변하는 표정을 보고, 다급하게 나오는 말들을 듣고, 웃었다.
웃었다.
모든 죄를 포용하는 신처럼 웃었다.
아아, 그렇구나. 너에게도 내가 필요하구나. 괜찮단다. 어쩔 수 없는 거잖니? 마침 나에게도 네가 필요하니, 우리 서로 이 아름다운 만월의 밤 아래에서 서로를 위로해주자구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단다. 이 모든 건 너를 유혹한 나의 죄이니, 너에게는 아무 죄도 없단다.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 그가 신의 유혹에 넘어간 가엾은 늑대의 허리를 감싸고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에 맞춰 등을 토닥인 그가 달처럼 둥글게 휜 눈으로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분명 엄청 혼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편안하고 달콤한 향을 점점 진하게 풀던 그가 말없이 웃고만 있던 입을 조그맣게 열어 귀에 속삭였다.
"배고프면, 먹으렴."
#선하주야말로 불편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내일 여행 가서 여행 준비 때문에 바빠 답레가 좀 늦습니다..
아까 해인주가 꽤 명확하게 짚어주셨는데, 다시 불러서 인용해보자면 "그냥 흔히 학생들이 할 것 같은 풋풋한 연애 + 약간의 Deep한 스킨십"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약간의 깊은 스킨십이 뭐에요 할 수 있겠지만 "성적인" 묘사가 되지 않으면 됩니다. 대놓고 노골적인 묘사, 행위가 떠오르는 묘사, 또 정말 죄송하게도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연인사이의 애무로 판단될만한 행동 지양 부탁드립니다.
어색한 기색도 없이 말을 붙이던 것도 너. 위협하던 것도 너. 같이 돌아가자 한 것도 너. 제게 해인은 뭘 하든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것 봐, 또 나만 엉망이잖아. 내가 쌓은 성벽에 있던 작은 문을 너한테는 열어주고 싶었는데, 문은 커녕 선 안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게 너잖아. 너를 둘러싼 단단하고 견고한 포장 중 내가 열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잖아.
사하가 빈 손으로 축축한 눈가를 문질렀다. 고개를 젖히는데 헛웃음이 터졌다. 눈물을 떨어뜨리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더라. 무서워서 그랬다고. 애초부터 마음의 크기가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을 파고드는 외로움이 극심해졌다.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대로 해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말했다.
아직 부족하다는 말에 하늘이 선배라고 부른 여자는 부정하려는 듯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그 끝을 늘어뜨리며 웃었다. 소위 늑대 쪽의 타고난 실력가를 따라잡는 것은 힘든 일일지 몰라도 가끔 알음알음 아는 사람을 통해 연주회를 다녀온 사람의 귀에도 수준급의 연주였으니까. 확실했다.
"정말 잘 들었는걸."
약하게 뱉는 숨, 다음에 올 나쁜 일을 예상한다는 듯한 기색이네. 티없는 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하자니 현악부를 포함한 음악 관련 부서에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아니, 난 기숙사에 가던 길에 모처럼 좋은 연주를 들리길래 가까운 곳에서 듣고 싶었어. 들려주는 거 좋아해?"
현악부 공연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덧붙이며 너의 호불호를 물었다. 공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기색이라 주관은 있는 애구나 싶어 명찰을 확인하며 살짝 웃는다.
"오늘은 음악실에서 별다른 활동이 없는 걸로 알아. 편하게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반가워, 하늘아. 나는 백가예라고 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얼마든지요. 반대로 듣기 싫어하는 이에게는 굳이 연주하지 않지만요."
관심이 있다면 들려주나,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들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 보자면 그의 가치관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어쩌면 무정할 수도 있으나, 굳이 싫다는 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상을 내심 보이면서 그는 곧 들려오는 말들에는 소리없는 웃음을 냈다.
"동아리에 들어가면 좀 더 조화롭게 연주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회나 콩쿨 같은 것이 찾아오면... 솔직히 피아노에 집념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잖아요? 그러니까 동아리에는 들어간 적 없어요. 못 들을 수밖에 없죠. 당연히."
피아노를 혼자서 독차지할 순 없고, 자신이 연습하고자 하는 곡만 죽어라 혼자 연습할 순 없는 거 아니겠냐고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동아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자신이 그들 입장이라면 자신 같은 부원은 그다지 받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볍게 치며 반대로 음을 천천히 내렸다.
"이름과 얼굴은 알고 있어요. 작년에 학생회장이었잖아요? 아무튼 마찬가지로 반가워요. 사실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어서. 아무튼 그렇게 말해줬으니 편하게 있을 참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온전히 편하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것 같은 그를 되려 도발하듯 그녀의 손길이 금빛 머리카락에 엉겨붙으려 했었다. 물론 그리 오래지나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안전을 생각한 건지, 아니면 그녀의 스킨십과 가벼운 터치 덕분에 어느정도는 버틸만 했는지, 그리 간단하게 짐승의 영역으로 들어가진 않으려던 그가 어깨를 잡으며 살짝 떼어내자 그녀는 여느때와같은 차분한 미소로 응수했다.
"후후후후... 제 자신도 믿지 못하는데 누굴 믿겠나요? 그래도, 무턱대고 물어뜯는 여느 늑대들 같진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아아, 어찌나 살벌하던지~ 차라리 독을 머금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는걸요~"
막 나올즈음만해도 축 늘어져있던 그녀의 몸도 이젠 어느정도 괜찮아졌다 볼수 있었다. 일단 맥을 놓지 않을 정도의 갈증은 채워진 기분이었으니까,
"이런 날보다... 조금 더 얌전한 때에 와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방금 눈 앞의 이가 웃었나? 모르겠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에 꽂혀오는 시선이 사뭇 다르게 바뀌었다. 살살 달래어 유혹하듯 달콤하게 감겨오는 목소리.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한 번, 저를 대하는 것과는 퍽 다르게 시리게 차가운 마주친 눈동자의 색. 두 번, 손등 위를 지나는 듯 싶더니 단단히 옭아매듯 얽혀오는 손가락. 만들어낸 예쁜 웃음. 세 번, 훅 끼쳐오는 낯선 체향, 날카로운 속삭임.
“....응.”
홀리듯 대답했다. 외로운 건 싫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그렇기에 정처 없이 어딘가를 떠돌았다. 생각하기 싫어서. 누군가의 온기에 기대 볼 수도 있었으나, 얄팍한 애정으로 구속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외로운 토끼가 되어 죽어 버리는 것이 나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비참한 것은, 지금 생판 모르는 이의 손에 붙들려 있는데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잡힌 손을 내쳐 버릴 생각은 티끌조차 없고, 조금 더 붙어 있고 싶다는 욕구가 목구멍에 울컥거리는 것. 하. 희미한 실소가 숨소리에 섞여 터져나왔다.
“심술쟁이네. 토끼는 술래 못 해.”
늑대에게 잡히는 순간, 토끼는 먹혀 버리는 거야. 뼈만 남은 채 늑대를 잡으러 뛰어다닐 토끼는 어디에도 없지. 혹여 운 좋게 술래가 된다고 해도, 그건 변덕스런 늑대의 유흥일 텐데. 마찬가지로 속삭였다.
>>379 음.........................제가 54초 정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 결과....-▽- 흑흑 놀리지 마세요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가 있을거에요.. >쥐구멍 들어오지 마시오>.
>>380 제가 원래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면 주절거림이 심해져서 ㅠ▽ㅠ흑흑.. 제가 혼자 삽질하고 오해하지 않게 상냥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규리주ㅜㅜ.... 다들 너무 착하셔가지구..제가..몸 둘 바 몰라서..혼자..앞구르기 옆구르기 하는 거랍니다.. 규리주가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