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적색 시선을 끄는 흰색 담비가 사진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곧 시선은 아래로 움직였고 적혀있는 글씨를 읽어내려갔다. 패밀리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글. 아씨오로 패밀리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거 이미 패밀리어에게 위험한 일이 있다는 거 아닐까.
게다가 와달라는 위치가 학교 앞 숲이고. 목걸이를 손으로 매만지는, 새롭게 버릇으로 자리잡아버린 일련의 행동을 해보이던 단태는 이 조용한 침묵이 반갑지 않았다. 이제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마다 교수님이나 사감 선생님들이 없었으니까. "일단- 가보기는 할까." 휘갈겨쓴 글씨를 손으로 한번 짚은 뒤에 학교 앞 숲으로 걸어가는 단태의 걸음은 평소와 똑같았다.
담비다! 너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너는 이 동물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백설이..찾는 걸 도와주세요..아씨오를 써도 돌아오지 않아요. 너는 그때 펜듈럼으로 동물을 찾을 수 있냐 물어보던 학생이 누군지를 떠올리고는 상황을 이해한다. 잃어버렸구나! 우리 학교는 넓어서 그런지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은가보다. 사감 선생님이나 교수님께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건만, 어째 오늘은 아무도 없다.
당신들은 그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시끌시끌한 소리를 따라가보면, 네 명의 사감과 대화 중인 윤이 보입니다. 그는 어딘가 화가 난 것 같으면서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일단, 진정. 진정하고 집중해, 집중! '
건 사감이 손가락을 퉁기며 말했습니다.
' 다들 온 것 같으니까 일단, 제대로 다시 설명해 봐. ' ' 아... '
윤은 지팡이마저 들고 있지 않은 채, 불안해보입니다. 리 사감의 팔을 부여잡고 있던 그는 뒤늦게 당신들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리 사감에게서 슬쩍 물러나서 펠리체에게로 가까이 갔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양돌이를 찾아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양돌이를 찾아줄 겸 백설이 간식 살 겸 본가에.. 이번 방학 때도 안 가겠다고 말할 겸 가온으로 갔었어. 그래서 의뢰를 마치고 학교 숲으로 들어... 왔는데.... '
그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당신들에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 숲에 들어오고 얼마 안 되서, 백설이가 어딘가로 막 뛰쳐갔어... 그리고 동물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아씨오 주문으로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아.. 이런 적은 처음이라, 급하게..... '
결국, 그는 말 끝을 흐렸습니다.
' 일단, 네 방향으로 찢어져야 할 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 전 윤 학생과 여기에 잔류해 있겠습니다. ' ' 그럼 내가 동 쪽, 곤쌤이 남 쪽, 감쌤이... 서 쪽으로 가면 되겠네. 너희들도 일단 우리들과 같이 나뉘는 게 좋겠어. 여차하면, 패트로누스를 불러서 모이죠? '
아, 여기 있었다. 너는 사정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패밀리어가 소중했나보다. 그렇지만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아무리 울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너는 그걸 잘 알고있다. 그래서 동정심이 들었냐 하면 아니다. 죽고 싶은것이 그 동물의 선택이었으면 선택이지 않은가. 누구든 행복할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단, 생사의 경계를 넘었다면 대체재를 찾기 어렵겠지만.
"괜찮아요? 이노리가 찾아줄게?"
죽었으면 잔해라도 주워와야겠거니 생각한다. 너는 감 선생님 근처에 찰싹 달라붙으려 하며 히 웃었다.
>>0 윤은 지팡이도 들지 않은 채 불안해보였다. 동물의 비명소리와 아씨오 주문을 써도 돌아오지 않는 백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안 좋은 생각만든다. 아성은 건선생님과 함께 동쪽으로 가는 선택을 한다. 평소에는 장난끼 많은 교수님이었지만 할때는 확실히 잘하시는 믿음직한 교수님이니까. 무엇보다 같이 안 가면 '청궁학생이 담당 사감을 안 따라와?'라며 방을 180도 뒤집어 버리고도 남는 양반이니까.
숲에 도착하자 보이는 풍경에 단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사감 선생님들이 안보인다 했더니 전부 여기 계셨구나? 익숙한 체온이 닿자, 윤과 사감선생님들을 바라보던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서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붙어 있는 연인에게 향했다. "안녕. 자기야." 자연스러운 듯 익숙하게 턱을 감쌌을 뿐 입맞추는 낯간지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기 때문에 단태는 느긋하게 짐승이 체취를 묻히는 것처럼 이마를 맞대고 문지르며 히죽 웃었다.
곧 단태는 윤의 설명을 듣고, 숲으로 시선을 다시 옮겼다. 그러니까 숲으로 갔다는 뜻이지. 이거. 그리고 사감 선생님들과 동행을 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