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 펴내며 검지를 귀엽게 까딱거렸다. 어림없는 소리였다. 이렇게 벚꽃이 잘 보이는 자리에 돗자리 깔았는데, 접근하는 사람이 장님이 아니고서야 주원과 아랑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 으응, 그래요~? ”
고개를 갸웃했다. 간절하다면 소원을 세 개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던 거였을까... 생각하면 조금 손해보는 기분이다.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 같은 건가? 소원이 이루어진다 믿는다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
“ 당연히... ”
에서 말이 끊긴 것은 주원이 강아지처럼 눈을 빛내며 얼굴을 너무 가깝게 들이 밀었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고개를 슬쩍 뒤로 빼며 백스탭을 자연스럽게 밟았다. 슉, 눈앞에서 사라지는듯한. 뒤로 이동하는 법이 자연스러운 건 평소 취미로 삼던 춤연습의 덕도 있을 테다.
“ 깜짝 놀랐네에... ”
심장이 조금 뒤늦게 콩콩콩 뛰었다. 포식자-늑대-라는 것을 깨달아서 더 그런 걸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원 선배는 본인이 포식자라는 것을 아마 모를 테고, 평소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저건 포식자로서의 위협이 아니라 강아지가 친근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하는 들이댐...에 가까우려나. 나쁜 뜻은 없을 것이다. 했던 말들처럼 소원이 정말 궁금했기 때문에, 알려달라는 뜻으로 가까워진 걸 수도 있고. ...내가 분조장도 아니고오, 깜짝 놀랐고 조금 무섭게 느껴졌단 이유로 화내고 싶지는 않다. 주원 선배에겐 더 그렇다. 착한 사람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귀한 법이고, 착한 강아지는 행복해져야 한다. 놀라 깜빡거리던 눈이 생각에 잠겼다가 방긋 접힌다.
“ 선배애, 내가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미신...이라고 할까아. 낭설이 신경 쓰여서 보통은 안 알려줄텐데요오. ”
깜짝 놀라지 않았었다면. 아마도 비밀이에요~ 정도로 대답했겠지만, 아마 선배도 놀라게 한 걸 신경 쓰고 있을 테니까 웃는 얼굴로 다독여 드려야겠지. 아랑의 배시시 웃는 얼굴에는 배려심이 알게 모르게 녹아 있었을 테다.
“ 음... 올해의 소원 적고나서 딱 한 글자라면 알려줄 수 있어요~! ”
한 글자 말한 만큼,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아... 하는 도토리 세 개 크기의 불안감 정도는 내가 감수해야지, 뭐어. 아랑은 벚나무의 구멍에 넣을 소원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몇 번째 글자를 알려줘야 하는 걸까, 조금 고민했다. “ 선배느은, 올해 소원만큼은 저한테 한 글자도 안 알려줘도 돼요~ ” 덧붙이며 빵긋 웃었다. 아랑은 가방을 뒤적거려 귀여운 떡메모지를 꺼내 볼펜과 함께 주원에게 건넸다.
>>887 아랑주! 건강은 괜찮나요? 그보다 아랑주 카페인에 약하시군요! 커피는 앞으로 조심..하는게..으음. 도게쟈 아닌 것..? 도대체 무슨..! 아 그건 아랑주가 계속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어디 아픈가 했거든요. 지금은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건강 신경써주세요!
>>892 좀 졸립긴 한데 어제의 카페인취보다는 괜찮아요 >:D 카페인에 약하긴한데.. 커피맛은 또 좋아해서 또 카페인취가 될 수도 있습니다.. (흐릿) 너무 많이 먹진 않도록 조심하곤 있어요 ㅇ< 도게쟈대신 떡메! 자세... 자세가 너무 나빠서 아팠거든요...ㅋㅋㅋㅋㅋ (나 왜 요가자세모바일취로 했지...((이유가 기억 안남))) 주원주도요! 주원주 건강도 소중한 것이니 신경써주세요! 물론 우리 스레 참치들 모두 건강해야해 ~~ >:3!!!
>>890 >>894 고앵이 좋죠! 다시 떡메 보니까 첫번째 토스트 먹고 있는 고양이가 슬혜 쪼금 닮지 않았을까요 >:Q (나 이거 먹고 있으니까 건들지마라 닝겐... 이라는 표정으로도 보여서요 :3)
선하는 주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대답을 찾은 것인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거구나."
주원은 배려한 만큼 배려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잠시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리곤 "음, 음." 하고 무언가 납득한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왼손을 꺼내 턱을 몇 번 매만지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응시했다.
"배려한거였구나. 몰랐어. 그렇다면 말 해줄게. 너, 착하구나!"
정답을 알았다는듯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선하에게 말한다. 그 말투에 거짓은 한톨도 묻어있지 않았다. 아마 주원에겐 납득이 필요한 것이겠지. 선하의 말에 납득한 것이다. 누군가 시킨다고 해서, 억지로 한다고 해서 나올 수 없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목소리로 주원은 말했다.
"못한다기보다 그냥, 싫어해. 응. 그럼 못 한다고 해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주원이 성격적으로 진실을 추가한다던가,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 다만 재능으로 인한 역효과일 뿐. 사람마다 먹지 못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주원에겐 거짓말이 기호품으로서 맞지 않는 음식일 뿐이었다.
"난 네가 원하는걸 갖고 있지 않으니까."
선하의 담백한 말투와 같은 죄책감도, 미안함도 담기지 않은 담백한 말투로 대답한다.
"이건 설명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나 늑대야. 재능은, 그냥 사람의 말이 잘 이해된다고 해야할까. 감정을 알기 쉽다고 해야할까. 그런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지만, 그런 이야기로 흘러가 버린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주원은 차분하게 그녀에게 자신의 말이 닿길 바라며 설명했다.
"말 해주면 네가 기쁠 것 같은건, 글쎄. 정말 네가 '진심'으로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내 뱉는건 내 입장에선 '거짓'이 되거든. 거짓말이라고 해야할까,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은 가슴이 아파. 듣거나, 말 하는 것도. 그래서 하지 않으려고 하는거야. 음, 미안.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을지도. 아하하."
처음부터 대화가 맞물려 있지 않았다. 대분은 이런 식이다. 주원이 말하는 것과 상대가 말하는 것은 잘 맞물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유는 사회의 암묵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주원이 나쁜 경우가 많지만.
"이걸 말 했어야 했나보다. 난, 별로 널 배려한게 아니야. 그저 내가 우산을 씌우고 싶어서 씌웠을 뿐이지. 가령, 네가 좋아하는 수영을 하는건 누군가를 위한게 아니잖아? 스스로 즐거워서니까. 나도 그냥 그럴 마음이 들어서 그랬을 뿐이야. 그래서 아마 배려에 대한 배려. 라고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난 처음부터 널 배려한적이 없으니까."
주원은 여전히 그녀쪽으로 우산을 기울인채로 말했다. 등굣길이 이렇게 길었던가? 깊을 정도로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이어 그녀는 주원의 우산 손잡이를 쥔 손을 향해 그녀의 손을 뻗었다. 그 느릿한 손놀림은 닿기 전에 우산을 원래대로 되돌리라는 의미일지도. 하지만 주원은 자신의 손등에 그녀의 차가운 속바닥이 닿을 때까지 우산을 움직이지 않았고, 두 손이 겹쳐지고 난 뒤에도 그러지 않았다. 그저 주원의 반대쪽 손으로, 주머니에 찔러넣었기에 따뜻해진 왼손을 그녀의 차갑게 식은 손 위에 겹치고, 떼어내려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