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운을 띄운 에미리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다가, 따뜻한 홍차로 목을 축이곤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첫만남은 뭔가 역할이 바뀐 느낌이긴 하지만 지나가던 에미리가 구해준 것으로, 연상의 남자였다 라는 정보가 하루의 머리속에 저장됩니다.
" 그래서 어떻게 가까워지기 시작한거에요? 나이 차이가 어느정도 있어서 쉬웠을까 싶긴 한데 에미리라면 또 모르겠네요. "
하루는 잠시 고민을 하듯 자신의 입술을 톡톡 건들며 가볍게 질문을 건냅니다. 너무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궁금증을 해소할만한 질문은 역시 간편하고 평범한 질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 이야기에선 과정이 중요한 법, 어떻게 친해졌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뭐, 남자분께는 에미리양에게 푹 빠질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지만요. " " 다림양은 어떤 질문 하실거에요? "
같이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기에 첫사랑 이야기를 택한 만큼, 다림의 질문도 기대가 된다는 듯 하루가 상냥하게 이야기를 돌린다.
"첫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두근두근거리게 한다는 것을 에미리 양이 간과하신 거라고요?" 그냥 연애담이라고만 말해도 첫사랑이랑 연애담을 말하는 게 사람인걸요?
"이런저런 이야기도 좋으니까요..." 에미리 양의 첫사랑이라니요. 흥미로운 이야기인걸요? 라고 웃습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열심히 듣습니다. 비오는 하교길.. 구해드렸다.. 불량배들이랑? 어떻게 구해드렸는지를 상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의념각성자라서 후려치거나, 경찰이와요! 정도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 하루 양의 질문을 들어보고는 자신이 할 질문이랑 별다를 건 없어보여서 고민했지만..
"농담이지만요... 불량배들을 어떻게 쫓으셨나요? 역시 의념으로요?" "궁금한 거라면... 역시 다음 이야기겠네요." 인연이 생긴 것도 꽤 낭만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해보려 합니다. 하루 양의 질문이랑 별다를 것도 없다면서 쿡쿡 웃습니다.
확실히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 같은 거는 분위기를 불태우기에 좋은 이야기거리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제 연애담은 '이런 식으로 연애하지 마시고 올바르고 거짓없는 연애를 하세요' 같은 교훈밖에 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랍니다.
"드라마...이려나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꽤 있는걸요?🎵 "
하루양의 말에 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소한 일로 접점이 생긴다거나 하는 경우는 흔하니까요.
"후후🎵 그 때 저는 각성자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었던지라~ 제 나름대로 상황을 꾸며 경찰이 오는 것처럼 보이게 해 불량배분들이 알아서 도망가도록 유도하였답니다🎵 MP3이라는 게 나름대로 쓸만하여요? 사이렌 소리도 틀 수 있다구요~? "
물론 이건 그 때 제가 셜록 홈즈에 미친 (자칭)탐정지망생 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림양의 물음에 답하였답니다. 무력을 쓰기엔 그 때의 저는 각성자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불가능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건 이렇게 답변을 드렸는데...다른 건 최대한 덜 설명드리는게 좋겠지요. 역시 그게 정답일거랍니다?
"그분과는 어떻게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냐면...🎵 역시 말이어요~ 자주 마주치다 보니 점점 친해졌다고 할까요~? 에미리가 평소에 카페를 자주 다니기도 하구~ 때마침 카페도 학교에서 가까웠던지라 자연스레 안면을 트게 되었답니다? 말이 무척 잘 통하여서 금방 친해졌사와요~🎵 " 거짓말이고 제가 따라다녔답니다. 지켜드리겠다는 명목하에요. 사실 말도 가치관이 달라서 서로를 이해를 못하여 처음엔 잘 안통했습니다. 자연스레 입에서 거짓말이 청산유수처럼 나오고 있는데 제 이미지를 위해선 어쩔수가 없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라며...당연하지만 요이치 군께서 일하던 카페는 저희 학교에서 꽤 멀리 있는 편이었습니다. 방과후에 자주 다닐만한 거리는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정도는 일도 아니란 거에요? 무엇보다 담 넘고 도망쳐놓고 학교 근처 카페로 가봤자 바로 집사님이나 운전기사님께 잡혀서 바이올린 레슨행이니까요???
"참! 고백은 에미리가 먼저 하였사와요. 뭔가 당연하게 되었지만요. "
베시시 웃으며 살짝 브이하였을까요, 말하면서도 부끄러워져 서둘러 찻잔에 마저 차를 채우려 하였답니다. 역시 제 얘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답니다! 당연하지만, 좋아한다면서 좋아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먼저 하시니 그렇게 나올수밖에 없었답니다. 아무튼 사귀자는 말을 제가 먼저 하였으니 고백은 제가 먼저 한 걸로 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