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265070>82 situplay>1596265070>83 "동행하셨던 분이 굉장히.....짖궂으신 분이신 듯 하답니다........"
마도일본으로 거처를 옮기고 제일 좋은 점은 정어리 파이같은 걸 안 먹어도 된다는 점이었던 게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어째서일까요, 다림양의 말씀을 계속 듣자니 영국에서 있을 적에 어머니께서 사주셔서 먹었던 정어리파이의 맛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요?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하루양의 너무하단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정어리 파이는…..아닙니다…..정말로 아닙니다….
“경험….이랄 거 까지야 없사와요.....? 💦 “
하여튼간에, 저는 정어리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 지려는 걸 애써 연애 얘기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화살이 제 쪽으로 돌아온 것은 필연이지 않을까 싶답니다. 무용담 삼아 늘어놓을 이야기는 없는 편인데 이를 어쩐다….🎵
“어라라🎵 이것 참, 재밌는 이야기가 되진 않을텐데 말이어요…..🎵 “
멋쩍게 웃으며 제 뒷목을 살짝 어루만지다, 두분의 기대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리를 다시 곧게 펴며 말을 꺼냈습니다.
“후후🎵이 에미리는 말이어요, 연애란 건 질리도록 해보았긴 하지만 그리 거창하게 얘기할 만한 건 많지 않은지라, 무엇을 말씀드려야 할지 무척 고민이 된답니다…. 그러니 두분께 선택지를 넘겨드리도록 하겠사와요. 첫 연애 이야기가 좋으시어요, 첫사랑 이야기가 좋으시어요~? 어느쪽도 아니라면 연애하면서 이건 좀 아니었다 싶었던 에피소드? 나 인상적이었던 데이트 장소? 두분께서 원하시는 걸로 가겠답니다~? “
부디 두분의 선택지가 한 곳으로 몰리지 않기를 바라며…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꺼내본 뒤 저는 살짝 윙크하며 덧붙였습니다.
“아, 왜 첫 연애와 첫사랑 얘기가 다른지는…..후후🎵 말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이 에미리가 거의 나쁜 연애만 해왔다는 것을요! 때로는 모두 다 드러내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그게 지금인 것 같답니다. 그리 생각하며 저는 입에 검지를 올렸습니다.
찬혁이 손사래를 치며 힐링팩을 집어넣자 청천은 머쓱한 듯 웃으며 아이템을 집어넣습니다. 뭔가 회복 아이템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거니, 싶은 것입니다. 특정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라든지 혹은 다른 개인적인 이유라든지... 학교 안이니 다치면 아이템까지 쓸 것 없이 보건실에 가도 되고 말이지요.
"반갑습니다, 강찬혁 선배님. 제가 신속이 좀 높지요. 후후...선배님도 상당히 잘 싸우시던데요!"
청천은 찬혁의 악수를 받습니다. 오른손을 내밀어 잡고 흔듭니다. 동작이 날렵하고 정확하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느 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좀 아파보이긴 했지만...매우 박력있는 마무리였습니다. 이래서 파티를 짜서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인가 봅니다. 적이 많아지면...그것도 하나하나가 저렇게 강하면...아까처럼 혼자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생길 법 하겠어요."
바닥에 주저앉아 있거나, 머리통이 깨진 채로 쓰러져 있는 허수아비들 쪽에 시선을 주며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저 짜가로 의심되는 허수아비들은...
"음...혹시 모르니 저것들은...선도부에 도움을 청해서 수거해달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진짜라기에는...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
청천은 가디언 칩으로 창을 하나 띄워두며 고민합니다. 제압자의 의념 억제 능력이 통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선도부원들은 강하니까요!
내가 휘두르는 검에 검념을 담는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염원과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영웅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담는다. 그리고 너에 대한 미련을 담는다.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흩어지고 하늘이 완전히 붉게 물든다. 석양을 등지고 선, 그런 나를 노을 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 너와 선배와 내가 의뢰를 끝내고 올려다본 하늘.. 지금 와서는 그런 모든 추억들도 뉘엇거리며 흩어진다. 나는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너에 대한 미련을 접어두고,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것을 그만 두려고 한다. 너를 구하지 못한 나를 원망해도 좋다.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겠지.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너에 대한 미련과, 노을이 만들어낸 추억에 잠긴 상태로 검을 휘두르려는 나에게. 또 다른 너는 말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너는 말했다.
'나를 봐'
한 순간 공훈갑이 만들어 낸 투구 밑에 번뜩이던 붉은색의 안광이 흔들린다. 눈 돌리지 말고, 지금을 보라는 너의 말에 검자루를 부러트릴 것 마냥 강하게 움켜쥔 나는 사양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의념기 - 베르세르크Berserker
내가 휘두른 일격은 눈앞의 적을 완전히 해치우지 못했다. 미련이었을까? 아니면 후회였을까? 어쩌면 지금 여기서 너를 쓰러트리고 미련에 붙잡혀 있는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너에게 패배함으로서 또 다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겠지. ..그렇겠지.
공훈갑이 흩어지고, 망념이 한계라는 신호가 가디언칩으로 부터 울려퍼진다. 나는 이제는 보지못하는 너의 무덤에 풀썩 주저 앉아 기대며, 이제부터 봐야할 너를 바라보았다.
" ..차고 넘쳐 누님 "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겠지. 언젠간 다시 볼 수 있겠지. 그 때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