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지고 거칠게 착지한다. 왼쪽 팔이 무겁다. 당연하다. 움직일 수 없으면 이제 살덩이에 불과하다. 몸에 걸린 의념사였던 것을 털어내며 대답했다.
" 너야말로 강해. 무엇을 가졌던 간에 그것들이 네 손에 있다면 너의 힘이야. 네가 떨어진다 말할 것도 없고. "
어느새 노을, 일몰이다. 노을을 닮은 검이 빛나고 있었다.
" 숨겨놓은 수 같은 건 없지만, 아끼는 수는 있지. 여기 쓰기 적당한 건 아니지만, 동생 하나 생기려면 열심히 해야겠네. 응. "
실전이었다면 여기서 피한다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맞부딪치는 건 무모하니까. 하지만 대련이니까 그런 건 멋이 없다. 당당하게 부딪치지 않으면 서로 실망하게 될 것이다. 상대가 일격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느슨하게 한 손으로 방패를 들어올렸다. 마음만은 느슨하지 않은 채로.
사실 개인적인 의문이 있었습니다 치료나 마도를 가진 서포터들은 본인의 특기인 주무기 스킬을 올려도 정석 서포터 느낌으로 착실하게 길을 달릴 수 있지만, 무기가 주무기인 서포터는 무기라는 자신의 특화를 살리면서도 서포터의 길을 가야하기 위해 그만큼 서포터에게 필수가 되는 스킬을 배울 필요가 있고, 보조 스킬과 주무기 스킬에 그 만큼의 투자를 더 해야하니 뭔가... 몬가... 그만큼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사실 은후는 탐정 지망이여서 주무기 스킬 올릴 가치가 충분하긴 하지만)
이번 패치로 청천이같은 정석 서포터가 아닌 서포터들도 보조스킬의 랭크를 올리기 수월해졌으니, 이런 의문이 해결되었군요... 라고 해봤자 그런 서포터 캐릭터는 은후랑 청천이 둘 뿐이잖아?????????
후기 ) 선택장애 시즌2. 목민검을 배우기 전에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지만 이번에도 엄청난 고민이 생기네요. 현재 하루가 사도로 빠져있는 느낌인데 여기선 아무래도 힘을 실어줄 쪽은 서포팅쪽이 되어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목민검을 사장시킬 수는 없으니 적당히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즐거운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충전이 끝난 연단의 강철들이 갑옷에서 떨어져나가 검에 들러붙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하나의 대검과 같은 형상으로 완성되며, 높게 들어올린 그것은 노을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당신이 없는 하루가 또 끝나간다. 나는 또 당신이 없는 내일을 살아간다. 가디언넷으로 이카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라고 충고해주던, 나의 의뢰에 진심을 다해 반지를 디자인해주던, 나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회중시계를 만들어주던, 나의 억지에 의뢰에 같이 가주었던.. 그리고 당신이 만든 머스킷 앞에서 나와 이야기했던. 널부러진 그 모든 추억을 이제는 앨범에 넣어 오랜 기억의 창고에 넣어두려고 한다.
이제서야 왜 베온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였다. 사람이 죽어버리면, 그 지인은 그 사람의 추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후회로 인한 미련이기에 이 검을 만들어주며 잊고 나아가라고 한 것 이겠지.
그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후회도, 미련도. 왜 조금 더 나를 믿지 못했냐는 원망과 슬픔도 전부 앨범에 꾹꾹 눌러담아 정리한다.
잘가 나이젤 그람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 내가 겪었던 일을 모두 말해줄게 분명 당신도 좋아할꺼야.
" 사라져 ! "
먹구름이 흩어지며 떠오른 노을을 등지고 나는 힘껏 대검을 휘둘렀다. 연단의 의념을 머금은 그 참격은 대지를 가르며, 그저 온 사비아를 쓰러트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