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면 갈수록 지진이 커지는 것이 이젠 정말로 땅이 크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이 녹아있었고 그건 윤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근처 신호등을 꽉 안고 어떻게든 버티려는 윤재는 땅의 움직임이 겨우 가라앉자 신호등을 놓을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학교에는 가야 한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보통 이쯤 되면 휴교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휴교 소식은 전혀 없었다. 즉, 오늘도 정상수업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학부모들이 항의를 할만도 하고, 자신의 부모님도 이럴 때 꼭 학교를 가야겠냐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다른 곳은 아닌 것일까. 괜히 그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고 그는 어떻게든 학교로 천천히 향했다.
혹시나 위에서 화분이 떨어질까 무서워 괜히 건물 근처를 피해가면서 다니던 윤재의 눈에 예미의 얼굴이 보였다. 인사라도 하는게 좋을까 싶어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등교길에 보는건 처음 같네."
물론 지진 때문에 나중에 큰일이 있을지도 몰라 일부러 빨리 가는 것인만큼, 그녀 역시 평소에 이렇게 빠르게 등교하는 것일까 싶어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운동이 어쩌고 했었지. 그것을 생각해보면 빨리 등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흔들림이 커져서 좀 어디 몸을 피했다 가야하나 고민하려던 찰나, 달리던 걸음을 멈추며 그녀가 잠시간 무게 중심을 잃을뻔 했다. 평소에도 다들 가방에 문제집을 넣고 다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가방 무게는 보통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가방 무게는 거기에 사법고시용 문제집에 법전까지 들어 있다. 당연히 1.5배는 더 무거우리라, 그런걸 메고 달리다가 급정거를 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아이쿠, 잠깐만."
그대로 가볍게 몸을 놀리면서 가방을 벗어 땅에 내려놓고 재빠르게 무게 중심을 잡는다. 흔들림때문에 난이도가 급상승한 것인지는 몰라도 꽤 휘청 거리던 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어 무게 중심을 억지로 맞췄고, 흔들림이 멈추자마자 가방을 다시 챙겨들고는 수줍게 웃어보이며 손을 들어보인다.
"아무래도 이시간에 등교하는 건 나밖에 없겠지, 주번 하는 아이들 아니면. 근데 사실 이것도 늦은거야, 어제 책 좀 챙겨보느라."
그렇게 답하던 그녀는 가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내가 이걸 메고 내달리다니, 진짜 급하긴 급했나 보구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이미 땀범벅이 된 등짝의 서늘한 감각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여분 교복이 학교에 있으니 보송보송한 상태로 공부는 할 수 있겠지?
"무섭긴 한데 뭐 어쩌겠어. 저기 높으신 분들이 요구 하는게 그거였으니. 일단 흔들리는건 잠깐 멈췄으니 어서 가자, 차라리 대피하더라도 학교 운동장 같은 개활지면 상대적으로 안전할꺼야."
지금 이 시간도 늦었다니. 그렇다면 평소엔 더 빨리 등교를 한다는건데. 일어나자마자 바로 등교라도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역시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그녀에게 신기함을 느끼기도 하며, 그와 동시에 대단하다고 느끼며 윤재는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세 번 치고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무튼 지금은 땅이 가라앉긴 했으나, 오늘은 요상하게 여러 번, 간혈적으로 계속 땅이 울리고 있었다. 이쯤되면 정말로 휴교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괜히 원망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지만, 당연히 핸드폰으로 휴교입니다! 라고 뜨는 것은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라니. 정말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부모님은 오늘 그냥 결석하라던데, 그렇다고 진짜 결석할 수도 없잖아. ...그래. 차라리 학교가 좀 더 안전할 순 있겠네."
여차하면 지하실 같은 곳을 열어서 대피할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며 윤재는 우선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며 학교로 향했다.
농담이 아니라 대충 학교까지 가는데 30분 정도 잡고, 가서 한시간 정도 운동 가볍게 한 다음 샤워까지 다 하고서 문제집까지 보면 그마저도 꽤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벽 4시 반에 움직인다는 말을 이야기 하고서는 그대로 윤재의 반응에 뭐 상관 없지 않냐는 반응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윤재의 심정은 알겠지만.... 지금 시간이면 애시당초 너무 일찍이었다.
"아마 그런 알림문자는 학교에 학생들이 반쯤 나오고 나서 오지 않을까? 매번 그랬잖아."
높은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다. 항상 무언가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호미로 막을걸 가래로 막아버리는 그런 상황을 종종 연출해왔으니까, 누군가 그랬지, 가장 무서운건 적이 아니라 무능한 아군이라고. 지금 상황이 딱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어서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피난이라..... 외가쪽에서 오라고는 했는데, 응, 부모님 두분 다 거절하셨어. 이유는 음..... 걱정 크게 안해도 될거 같다고 하시더라."
변호사를 하던 감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믿고 있기 때문인지, 아버지나 어머니나 두분다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자신도 부모님을 믿기에 걱정을 크게 하지는 않지만, 역으로 그렇기에 더욱 도망가야 하는거 아닐까 하는 마음도 머릿속에 조막만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괜히 불평을 약하게 뱉어내며 그 말에 크게 공감하며 윤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문자를 보내주면 좋겠으나 꼭 1교시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그런 것을 안내하니, 지금처럼 등교하는 이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 싶어 조금 짜증이 나는지 그는 괜히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약하게 걷어찼다.
하지만 적어도 당장 땅이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이대로 가라앉는다면 참 좋겠으나 뭔가 모를 불안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는 이 불안함은 대체 무엇인지. 자신이 위험에 빠질 것을 직감하는 인간의 초감지 능력이기라도 한 것인지. 참으로 바보 같다고 생각을 하며 곧 윤재는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네. 상가 사람들중에선 벌써부터 짐 싸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 부모님도 조금 생각해봐야겠다고 하고 있고. ...절대 안 간다고 했었지만 역시 불안한가봐."
카페를,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가는 것은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일터이자 삶의 둥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니까. 오늘 하교하고 나면 바로 피난 가는 것은 아닌지 괜히 걱정을 느끼기도 하며 윤재의 입에선 괜히 더 한숨일 흘러나왔다.
"...적어도 지금은 서로 피해 안 보게 잘 대처하면 될테니까. 그러니까 혹시나 내가 미처 모를 위험을 발견하면 얘기해줘. 나도 반대로 할테니까. ...적어도 지진 때문에 죽는 일은 없어야하잖아?"
이를테면 저 위의 화분이라던가. 근처 3층 건물 베란다에 놓여있는 화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는 괜히 피식 웃었다. 떨어지진 않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이내 학교 어느덧 저 편에 보였고 그는 그에 맞춰 발을 움직였다.
자기 입으로 민사 소송에선 패가 승보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더 많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 바닥에서 50대 50이면 승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거기에 항상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국선 변호사에서 억울한 누명 벗기기로 유명세를 탔다면 더욱 믿을만 하리라.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그 사람이 믿는 것 만으로도 주변 사람들는 힘을 얻었다.
"위험한 거라..... 내 가방?"
분위기도 풀겸 농담조로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의외로 정답일 수도 있었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그녀의 가방은 꽤 무거운 편이었고, 잘못해서 법전에 얻어 맞기라도 한다면 어느 만화처럼 머리에 찍혀서 크게 다칠 수도 있으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저멀리 다가오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 학교, 설비는 잘 되어 있잖아. 의외로 쓸만한 대피소일껄? 샤워실이나 다른 것도 있고 말이지."
그렇게 위안을 주면서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저 멀리 있는 학교를 보았다. 재차 지진이 오기 전에 서두르자는 듯 그녀는 턱짓으로 학교를 가리키며, 걷는 속도를 올렸다.
농담조에 돌아오는 것은 정말로 가벼운 농담조였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 싶겠지만 가방을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는 그녀의 말에 그가 내놓는 약간의 장난성 농담이었다. 어디까지나 장난이었기 때문에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이럴때일수록 서로 돕고 도와야하는 법이었으니까.
괜히 땅이 더 울리지 않을까 싶어 윤재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허나 특히 더 움직이는 일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안도했고 그에 맞춰 그의 발걸음 역시 상당히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오늘 학교에 갔다가 정말로 크게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당분간 학교에서 지내게 되려나. 괜히 움직였다가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래도, 그건 조금 꺼려지네."
침대도 없고, 내 개인 공간도 없고. 그렇게 작게 아무말을 하면서 그는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자신 역시 발을 옮겼다. 점점 학교가 가까워지고 어느덧 교문까지 도달하자 그는 그쯤에서 발을 멈췄다. 혹시나 교문 쪽에 뭐가 붙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만히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 것도 붙어있지 않았다.
"...원인불명의 지진이면 조금 쉬게 해줘도 좋을텐데. 있잖아. 며칠전부터 계속 벌어지는 이 지진의 원인이 아직도 불명인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아?"
"너무 그러지 마, 돈 떨어진거 없어. 가끔 운좋게 5천원짜리 주운적은 있는데 그 이상은 무리더라야."
윤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요 일주일간 큰 피해 사례는 없다는걸 대강 들은적이 있었다, 당분간은 좀 무섭더라도 어떻게 스스로 자기 위안을 하면서 지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려준뒤 그녀는 오렌지빛 눈동자를 빛내면서 입을 열었다.
"뭐 어쩔수 없는 상황에선 참아야하는 거 아니겠어? 앞으로도 무슨일이 벌어질줄 알고?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자고."
정말 깔끔하다 못해 청소까지 잘 되어 있는 교정을 바라보며,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학생들 학교오는건 둘째 문제고 이렇게 등교전에 이미 이리 청소를 해놓다니, 이거 교징선생님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버지에게 콱 찔러봐? 그녀는 그렇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대꾸를 했다.
"그건 좀 이상하긴 한데, 뭐 이렇다할 지각변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근데 그렇다고 모르는걸 알려달라고 하는 것도 그렇잖아?"
그녀라고 해서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렇게 의심한다면, 의외의 곳에 답이 있는게 아닐까? 그녀의 시선 끝에 그가 걸린다.
윤재가 하는 말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허투루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녀는 딱히 무시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윤재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가 생각한게 맞을 수도 있다. 초자연적이다, 비현실적이다, 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설명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았으니까.
"그런걸 생각할 필요가 없어. 언제나 사람은 종말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절망할 필요도 없는거지. 우린 지금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으니까."
종말이니 어쨌느니 하는 윤재의 말에 그녀가 안심하라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천천히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기지개를 폈다. 올때 땀도 충분히 흘렸겠다, 시간도 충분하고 그냥 이대로 샤워나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개운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운동은 이미 아까 오면서 봤잖아? 그게 오늘 아침 운동 대신이야. 이대로 샤워하러 갈꺼긴 한데.... 왜? 설마...."
사실 지금 분위기에선 홍보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단 첫 스토리를 해보고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일단 제가 다음주는 친구와 토일월 해서 놀러가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없거든요.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이 분위기라면 제가 돌아오면 스레가 파묻혀있을 것 같은 예감이라서. (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