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국가가 특정되지 않은 도시. 기술은 특이점을 넘어 화려한 발전을 이루고 시대는 급변하게 된다. 단순노동은 로봇과 안드로이드가 대신하게 되고, 기업은 당당히 법 위에 섰으며, 인권은 그 단어가 낯설 정도로 무색해진 세계.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복종을 택했으며 자유는 힘을 가진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되었다. 그 도시의 중심 마천루의 숲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빌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당히 세계 부자 랭킹 1~10위에 드는 사람들의 주 거주 도시였으며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마천루를 뒤덮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홀로그램. 하늘의 별빛이 사라진 대신 그 별에 닿을 정도의 무수한 빌딩이 빛나는 곳이다. 중심부 하나만으로 웬만한 도시의 크기와 맞먹는 그곳의 외곽은 형편이 아주 딴판이었다. 눈빛을 잃은 사람. 초점이 맞지 않은 채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목걸이, 반지를 빼앗기 위해 간단하게 사람 목숨을 빼앗는 그런 곳. 그러나 이 도시는 하나이다. 도시의 중심지도, 외곽지도 결국은 표리일체. 중심지에서 행할 수 없지만 돈을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법행위는 거의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중심지의 화려함을 위한 돈이 외곽지에서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온갖 피와 시체로 뒤덮인 이곳에서, 빛나는 황금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런 모순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안고. 기업의 개로서. 도시의 노예로서. 암흑가의 그림자로서. 군림하는 자유인으로서. 이것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남녀의 이야기.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목숨이 자유를 갈구하는 그런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