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 열쇠들은 학생회에서도 보관한다. 학생회의 활동은 대부분 동아리들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고 큰 관리는 학교에서 다 해주지만 학생회에서 맡아서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여벌의 키가 학생회실에도 있는 것이다. 물론 도난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않게 하기 위해서 관리는 철저하게 하고 사용하는 것도 일부 인원에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학생회실에 와서 여느때처럼 키를 확인했을때 하나의 키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 누가 가져갔는지 안봐도 비디오지. '
어차피 여기서 잠깐 할 일도 있으니까 나는 항상 내가 앉는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서 책을 꺼내들었다. 개인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도서관 같은 곳보다 더 조용한 곳이 이곳이니까. 하지만 곧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들어서 누구인지 확인한 나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어서와. 학생회실엔 무슨 일로? "
사하, 은사하. 끝으로 갈수록 옅어지는 머리색이 인상적인 그녀는 예전 나의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그 끝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그녀와 나는 완전 남남, 아니 남남보다 더 멀다고 해야할까. 무슨 일로 왔는지 뻔히 알면서도 물어보는건 그렇게 좋은 취미는 아닌 것 같은데.
" 갑자기 내가 보고싶어지기라도 했어? "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사람 좋은 미소, 내가 가장 자주 쓰는 가면을 얼굴에 씌운채로 그녀에게 말을 건다. 한숨 섞인 그녀의 말이 들려왔지만 별로 개의치도 않았고. 처음 듣는 소리도 아니지 않은가?
슬혜 시트 읽고 왔습니다! 😀 처음에 읽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슬혜는 고양이매력이 엄청난거 같아요! 🥰 혹시 시트의 '스스로 내비치는 일이 없기에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경미한 우울증과 함께 무감정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독선적인 그녀의 행동에서 잘 드러나며 ' 라는 부분에서 주원이 무의식적으로 눈치채고(완전히 알아채는게 아닌 뭔가 힘들어 하는구나 정도?)신경써준다는 식으론 가능할까요? 😶
옛날에는 저 웃는 얼굴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느끼는지 묻지 않는 편이 좋다. 예쁘게 포장된 말을 건넬 자신이 없었다. 입밖으로 꺼내봤자 상처만 되는 말이다. 제가 뱉는 날 선 말들이 해인에게 치명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제게 그렇다는 건 자명하다. 사하는 해인이 옆에 있던 때를 늦봄으로 기억한다. 만개한 꽃잎이 눈처럼 쏟아지는 풍경.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근데 아무래도 그땐 늦가을이었던 것 같지. 봄이었다면 새잎이 돋아야 하는데, 잎이 돋기는 커녕 마르고 춥기만 한 걸 보니.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맞으면서 아닌 척 참 잘 해."
비꼬듯 얘기하곤 고개를 돌렸다. 열쇠보관함을 열고 열쇠를 걸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행동인데 지나치게 의식된 탓에 낯설게 느껴졌다. 손을 떨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여기까지 깨닫고 나자 그냥 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충격요법은 지나치게 효과가 좋았다. 맨정신이다 못해 각성상태에 가까워졌다. 커피 서너 잔을 한번에 들이킨 것처럼 심장이 쿵쿵댔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오다니, 신기하지.
"글쎄, 네가 날 생각해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아니고?"
물론 상냥한 웃음은 아니고 코웃음에 가까웠다. 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에 작은 흠집이라도 내고 싶었는데. 역시 흠집은 이쪽에만 났다.
역시나 사라만큼은 아니어도 나를 잘 아는건 사하만한 애가 없다. 그야 연인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바라보면서 웃던 미소가 이제는 그 의미마저 달라질 정도로 우리의 사이는 크게 틀어져있다. 이렇게 될지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충분히 의도한 부분이니까.
" 옛날부터 잘했는데 그런건. 너를 좋아하는 척도 잘했었잖아? "
그녀의 눈과 손에 들린 열쇠를 번갈아가면서 보면서 얘기한다. 나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저 눈빛. 보기만 해도 즐겁다. 남이 곤란한걸 볼때마다 어찌나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가식도 아닌 정말 본연의 웃음으로 내 얼굴을 가득하게 채우고싶다. 제 필요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해버리는 것이 정말 역겹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역겨움이다, 토악질도 나오지 않을 정도니.
" 글쎄, 내가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와준거야? 새삼 반하겠는걸~ 은사하.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의 사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또 다른 웃음을 지은채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 모습은 똑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른 그것, 역겹다. 너무나도 역겹지만 그것이 나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불쌍한 양이 교활한 늑대에게 잘못 걸린 것이다. 늑대는 아직도 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까? 글쎄.
>>73 주원이가 너무 댕댕이어서 기절했다... 개 싫어한다는 설정을 철회하고 싶을 정도이나 고양이파로써 어쩔수 없는 아이덴티티니! 게다가 메인쿤도 현실에선 거의 강아지 취급이니!
그부분이라면 어느정도 식스센스가 있는 + 이해력이 높은 주원이로서는 슬혜가 말 안한대도 감으로 잘 캐치하겠지! 그냥 힘들어보이는구나 하고 신경써주는 정도라면야 문제될거 없지! 일단 '귀찮게 군다'의 범주에 들어갈 레벨은 아닌거 같기도 하고, 슬혜도 뭔가 본능적으로 댕댕이 회피! 할거 같지만 주원이의 행동기전 자체가 악의를 담은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거 같긴 해! 대신 뭐... 이쪽에서도 그만큼 챙겨주는건 있겠지? 가령 부르지 않아도 왔지만 먹을거 정도는 나누어준다던가... 근데 아무리 봐도 이 구도가 생각난단 말이지. 🤔🤔🤔🤔
>>89 뭔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게..😥오히려 비슷하면서도 다른게 만화의.. 라이벌(???)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92 샴고양이라던가! 😀 좋은 관계네요! 언젠가 주원이가 슬혜의 우울증 해소의 약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목표로 만든 캐릭터라. 😊 그나저나 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으앙!" 하고 보는 아기고양이 얼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매번 불안해하고 안달을 내는 거야. 왜 그렇게 내게 목을 매려고 하는 거야. 내가 여깄어 주는데 성에 안 차는 거야? 사라는 지금 여기 이 공간에 발을 붙이고 있는, 자기 자신인 배사라와 시아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사라가 상당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아의 머릿속에 그려진 사라에게 자신이 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신과는 조금 다른... 자신은 절대로 될 수 없을 자신에게. 속이 끓어오르듯 불편했다.
"...내게 네 행복을 너무 많이 매달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라는 경고했다. 자신은 시아가 생각하는 만큼, 한 사람의 행복을 온전히 감당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절대 아니었기에. 균형이 발을 뺄 수 없는 방향으로 무너지는 것을 사라는 아직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위태로운 것이었다. 그러고서야 사라는 시아가 보여주는 희미한 미소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아의 손을 쥐고 있던 손 중 한쪽을 놓았다.
"에-이, 저번에도 사줘 놓고. 이번엔 내가 사줄 차례야."
그리고 남은 손으로는 깍지를 끼어주는 손에 깍지를 맞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사라는 다시 원래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